[주말부부 이야기] 식사 때마다 사진 찍는 남편, 누구에게 보내나 했더니

김지호 2026. 10. 7. 22:3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른 두 부부가 비슷한 시기에 주말부부가 되었습니다. 아내와 남편 입장에서 주말 부부 이야기를 씁니다.

《 group 》 주말부부 이야기 : https://omn.kr/group/two_house_story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른 두 부부가 비슷한 시기에 주말부부가 되었습니다. 아내와 남편 입장에서 주말부부 이야기를 씁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말부부 여자 이야기] 새로운 공간에서 만난 남편의 형님들... "오늘을 생일처럼" 보내는 부부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른 두 부부가 비슷한 시기에 주말부부가 되었습니다. 아내와 남편 입장에서 주말 부부 이야기를 씁니다. <편집자말>

[김지호 기자]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고 있는 남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올 초 주말부부가 되어 처음 몇 달은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의 허전함을 토로하던 남편이 시간이 지날수록 그곳에서의 생활에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남편의 얼굴에 활력이 생기고, 운동하면서 만난 형님들에 관한 이야기가 많아졌습니다.

술도 마시지 않는 사람이 배드민턴 운동이 끝나면 저녁 자리에 참석했고, 자꾸 귀가 시간이 늦어졌습니다. 처음 몇 번 그러다 말 거라고 했는데, 꽤 오래 그 시간을 이어갔습니다. 그렇게 봄, 여름을 보내면서 남편은 형님들과 배드민턴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오랜 시간 습관처럼 해왔던 배드민턴에 다시 열정을 쏟기 시작했습니다. 결혼 후에도 운동은 계속했지만, 재미가 없다고 했던 남편이 다시 재미를 찾은 것 같았습니다. 대회는 떨려서 못 나가겠다던, 남편 모습은 사라지고 어느덧 경기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형님들과 대회를 함께 준비하고, 서로를 의지하면서 운동으로 더 끈끈해져 가는 것 같더니, 주말에 집에 와서도 싱글벙글 들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식당 가면 항상 음식 사진을 찍고 혼자 '히죽'거리며 누군가에게 사진을 보내고 소식을 전하는 모습이 꼭 연애하는 사람 같았습니다.

"왜 그렇게 좋아해, 연애라도 하는 거야?"
"아니, 형님들 놀려주는 게 재미있어. 이렇게 사진 보내면 뭐라도 챙겨 드시지. 조금 있어 봐, 금방 음식 사진 올 거야."

쉽게 곁을 내주지 않았던 사람이 대전에서 만난 형들한테는 뭔가 달랐다. 뭐랄까 애정과 애틋함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매 순간 우리 대화에 형님들을 소환하고 있었다.

"F4"라고 불러달라는 남편
▲ 우리는 꽃중년 F4 운동으로 하나 된 우정
ⓒ 김지호
"여보, 우리 이제 F4라고 불러줘."
"꽃보다 남자, 설마 그건 아니지?"
"하하하, 왜 그러면 안 돼?"

익살스럽게 웃고 있는 남편이 소년처럼 해맑아 보였다. 그러고 보니 올여름 형님들과 휴가 갔을 때도 그랬다. 소풍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좋아했다. 뭐가 그리 좋으냐고 물었더니 형님들이 너무 좋다고 답했던 남편이다.

지난 여름휴가는 F4 중 한 분의 고향에서 하룻밤을 같이 보내고 왔다. 중년이 되면 밤새 술을 마시는 것보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새벽 산책을 하며 아침을 맞이하는 여유를 알게 되는 걸까? 시골 개천에서 물장구를 치며, 높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자연을 이야기하는 멋을 아는 걸까?

F4 네 남자의 결은 닮았다. 가장 큰 형과 막내인 남편의 나이 차이는 강산이 한 번 바뀔 나이. 하는 일도 제각각인 네 남자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웃는 모습은 이십 대의 '낭만 청춘'이 따로 없었다. 여태껏 가장의 무게를 버티고 살아왔던 꽃중년의 남자들이 자신들만의 이야기꽃을 피워가는 순간 세상 부러울 게 없어 보였다. 그 순간만큼은 아버지와 남편이 아닌 오롯이 본연의 자신을 만나고 있는 듯했다.

나이가 들면 넘치는 재산보다 함께 밥을 먹어 주는 친구, 힘들 때 곁을 지켜주는 사람의 온기가 더 소중하다고 하더니, 원하는 여행을 맘껏 다녀보지도 못했다던 F4는 특별할 것 없는 짧은 여행을 통해 인생의 또 다른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서로 웃음을 나눌 수 있는 벗을 만난 것 같아 내심 부럽기도 했다.
▲ 개천에서 고기잡기
ⓒ 김지호
중년 남자의 고립, 남편은 걱정 없겠네

한국 남성의 경우, 직장 중심의 관계에서 은퇴나 중년을 맞아 관계의 고립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혼자 할 수 있는 운동과 취미를 찾아야 외롭지 않은 노년을 보낼 수 있다고들 하는데 남편을 보면 희망이 생긴다.

운동으로 뭉쳐서 건강을 염려해 주고, 술보다는 건강한 한 끼를 찾고, 담배를 끊을 수 있게 서로를 격려하는 사이, 오늘도 서로의 걱정과 기쁨을 나누는 네 남자의 소탈한 일상은 든든하게 서로를 지켜주는 울타리가 된 것 같다.

"여보, 오늘은 간단하게 치킨 한 마리 먹기로 했어."

운동이 끝날 때쯤 걸려 오는 남편의 전화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전화기를 통해 튕겨 나올 만큼 탱탱했다.

"여보, 우리 가을에는 정선으로 놀러 갈 거야. 당신도 같이 가. 오늘이 생일이야!"

갑자기 오늘이 생일이라는 말에 F4 중 누군가의 생일이냐고 물었다.

"아니, 살아 있으니 생일처럼 즐겁게 살자고, 우리 F4는 오늘이 늘 생일이야."

주책맞아 보일 것 같은 남편의 '오늘이 생일이야'는 매일매일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네 남자의 행복을 담고 있었다.

남편의 시간이 그렇게 흘러갈수록 나에게도 특별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아내와 엄마의 역할에서 나만의 시간을 찾는 여정, 퇴근하고 평소 같았으면 남편과 산책하거나 운동을 했을 텐데, 주말부부를 시작하면서 운동을 제외한 시간은 그동안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글을 쓰고 책을 읽고, 그렇게 시간이 쌓여가면서 오랜 꿈이었던 출간의 꿈도 이룰 기회를 맞이했다.

결혼하고 서로에게 의존했던 관계에서 벗어나 잊고 지낸 꿈을 찾아가는 과정은 남편과 나의 적당한 거리감이 가져다준 또 다른 선물이었다. 허전하고 서운할 법도 하지만 우리는 각자의 시간을 응원하면서 서로를 더 이해하는 쪽으로 주중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늘이 생일이야"라는 남편의 말처럼 나도 매일 생일인 것처럼 지내보려 한다.

《 group 》 주말부부 이야기 : https://omn.kr/group/two_house_story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른 두 부부가 비슷한 시기에 주말부부가 되었습니다. 아내와 남편 입장에서 주말부부 이야기를 씁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