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출장이 생기면, 남편에게 먼저 묻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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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은 내 일정 하나인데, 그 하나를 움직이려면 가족 전체의 일정을 다시 짜야 한다.
갑자기 아이가 아프면? 남편에게 급한 일이 생기면? 그래서 숙소 내 비상 연락이 가능한 지점이 있는지 미리 확인했고, 남편에게도 공유했다.
이런 조건이 하나라도 빠진 집이라면 출장 한 번, 아이의 등·하원 하루는 어떤 무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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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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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년보다 이른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어린이와 임신부를 시작으로 국가예방접종이 시작된 9월 21일 서울 성북구의 한 병원에서 어린이들이 진료를 위해 대기해 있다. |
| ⓒ 연합뉴스 |
내가 없는 1박 2일 동안 아이 돌봄은 아빠 몫이었다. 계획은 이랬다. 출장 당일 아침 내가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그 길로 두 시간을 달려 출장지로 간다. 하원부터는 남편이 맡는다. 반차를 내고 아이를 하원시켜 태권도 학원에 보내고, 다음 날 아침 등원까지 해내면 된다. 다음 날도 남편은 휴가를 냈다.
이 휴가에는 사정이 하나 더 있다. 9월 말로 잡혀 있던 남편의 병원 일정을 10월 나의 출장 날짜에 맞춰 옮겼다. 예약이 빡빡한 병원인데 마침 취소 자리가 나서 가능했다. 병원 검진도 하고 내 출장으로 생기는 돌봄 공백도 메우려고 남편은 1.5일 휴가를 냈다. 내 심리적 부채를 조금이나마 줄여 준 굿 뉴스였다.
나머지는 잔가지다. 아이 반찬을 미리 만들어 두고, 비염 스프레이와 혹시 모를 눈약도 미리 처방받았다. 밤에 자다 깨는 일 없이 내가 없는 하루를 넘기게 하고 싶어서다. 예전에는 출장이 잡히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이제는 순서가 조금 보인다.
그래도 겨우 1박 2일이다. 출장은 내 일정 하나인데, 그 하나를 움직이려면 가족 전체의 일정을 다시 짜야 한다. 접종을 미룰지 정해야 했고, 남편의 병원 예약을 옮겨야 했고, 그에 맞춰 남편의 휴가가 움직여야 했다. 일정 하나를 옮기면 다른 일정이 밀려난다. 빠뜨린 게 없는지 계속 확인하게 된다. 이번에도 피로감과 부담감이 밀려왔다.
그래도 남편과의 유대감을 한 번 더 확인했다. 나는 출장이 생기면 가기 전에 남편에게 먼저 묻는다.
"출장이 생겼는데, 갈지 말지 고민이네. 자기 일정은 어때?"
남편도 회식이 잡힐 것 같으면 내게 먼저 묻는다.
"○○일에 특별한 일 있나? 회식을 할 거 같은데."
통보가 아니라 질문이다. 서로의 일정이 상대의 일정에 걸려 있다는 걸 둘 다 알고 있어서다.
복식 경기 같은 맞벌이, 서로가 유일한 대체 인력
얼마 전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복식 결승 기사를 보면서, 맞벌이 부부도 복식 경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복식은 둘이 코트를 나눠 지킨다. 한 사람이 움직이지 못하면 다른 한 사람이 그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 한쪽의 공백은 곧 팀 전체의 부담이 된다.
맞벌이 부부도 그렇다. 원팀이다. 회사에서는 내가 하루 빠지면 누군가 내 일을 대신할 수 있다. 인수인계를 하고, 동료 중 가능한 이에게 부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그렇게 쉽게 대체 인력을 구할 수 없다. 맞벌이 부부에게 서로는 가장 가까운 동료이자, 사실상 유일한 대체 인력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건강도 챙기게 된다. 내가 아프면 남편이 두 사람 몫을 해야 하고, 남편이 아프면 그 반대가 되기 때문이다. 남편의 병원 예약을 내 출장 날에 맞춰 옮긴 것도 그래서였다.
그럼에도 변수는 언제나 있다. 출장지가 '디지털 디톡스'를 표방하는 곳이었다. 통신사 기지국이 없어 인터넷은 물론 전화도 잘 터지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복직한 뒤로는 유치원이나 가족에게서 오는 비상 연락을 놓치면 안 된다는 경계 태세가 몸에 뱄다. 그런 내게 연락이 끊긴다는 건 솔직히 불안한 일이다. 갑자기 아이가 아프면? 남편에게 급한 일이 생기면? 그래서 숙소 내 비상 연락이 가능한 지점이 있는지 미리 확인했고, 남편에게도 공유했다.
출장 하나에 가족이 이렇게 움직이는 건 우리 집만의 사정일까. 아이가 있는 집의 맞벌이는 이제 다수다. 국가데이터처가 2026년 6월 18일 발표한 '2025년 하반기 지역별고용조사'에 따르면 2025년 10월 기준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배우자 있는 가구 중 맞벌이 가구는 60.4%였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60%를 넘었다. 아이를 키우는 부부 열 곳 중 여섯 곳이 맞벌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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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근과 아이 등교를 준비하는 부부 |
| ⓒ 연합=OGQ |
"와이프 육아휴직이 끝나서요. 이번엔 제가 등·하원을 모두 해줘야 하는데, 집이랑 회사가 너무 멀어서 육아휴직이 유일한 선택권이에요. 다행히 저는 첫 휴직이니 유급이라 버텨 봐야죠. 그리고 내후년에 아이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는 다시 와이프가 무급 휴직을 쓰려고요."
우리는 1박 2일을 조율하고, 그 집은 1년을 조율한다. 내게 필요한 조율이 휴가 1.5일이었다면, 그 집에는 육아휴직 1년이었다.
우리에게는 조율할 수 있는 조건이 있었다. 남편도 나도 연차를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직장에 다닌다. 나는 시차출퇴근제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도 있다. 서로 일정을 먼저 묻는 사이였고, 나도 출장 일정을 미리 알고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 이런 조건이 하나라도 빠진 집이라면 출장 한 번, 아이의 등·하원 하루는 어떤 무게일까.
결국 맞벌이의 어려움은 단순히 일을 두 개 하는 데 있지 않은 것 같다. 한 사람의 일정 하나가 생길 때마다 가족 전체의 일정을 다시 짜야 한다는 데 있다. 그러니 겨우 1박 2일이라고 말할 일이 아니었다.
어쩌면 맞벌이 부부가 매일 하는 일은 일을 두 개씩 해내는 것만이 아니라, 서로에게 생길 빈자리를 미리 계산하며 살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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