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출장이 생기면, 남편에게 먼저 묻는 이유

안유림 2026. 10. 7.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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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출장은 내 일정 하나인데, 그 하나를 움직이려면 가족 전체의 일정을 다시 짜야 한다.

갑자기 아이가 아프면? 남편에게 급한 일이 생기면? 그래서 숙소 내 비상 연락이 가능한 지점이 있는지 미리 확인했고, 남편에게도 공유했다.

이런 조건이 하나라도 빠진 집이라면 출장 한 번, 아이의 등·하원 하루는 어떤 무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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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의 수업료] 통보 아닌 질문으로 버티는 맞벌이 부부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안유림 기자]

▲  예년보다 이른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어린이와 임신부를 시작으로 국가예방접종이 시작된 9월 21일 서울 성북구의 한 병원에서 어린이들이 진료를 위해 대기해 있다.
ⓒ 연합뉴스
독감이 예년보다 한 달 일찍 유행한다는 소식에 아이 접종 일정을 당기기로 했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바로 맞힐까 했지만 곧 있을 1박 2일 출장이 마음에 걸렸다. 접종 뒤 아이가 열이라도 나면 내가 없는 자리에서 대처하기 어렵다. 그래서 접종은 결국 출장 이후로 미뤘다.

내가 없는 1박 2일 동안 아이 돌봄은 아빠 몫이었다. 계획은 이랬다. 출장 당일 아침 내가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그 길로 두 시간을 달려 출장지로 간다. 하원부터는 남편이 맡는다. 반차를 내고 아이를 하원시켜 태권도 학원에 보내고, 다음 날 아침 등원까지 해내면 된다. 다음 날도 남편은 휴가를 냈다.

이 휴가에는 사정이 하나 더 있다. 9월 말로 잡혀 있던 남편의 병원 일정을 10월 나의 출장 날짜에 맞춰 옮겼다. 예약이 빡빡한 병원인데 마침 취소 자리가 나서 가능했다. 병원 검진도 하고 내 출장으로 생기는 돌봄 공백도 메우려고 남편은 1.5일 휴가를 냈다. 내 심리적 부채를 조금이나마 줄여 준 굿 뉴스였다.

나머지는 잔가지다. 아이 반찬을 미리 만들어 두고, 비염 스프레이와 혹시 모를 눈약도 미리 처방받았다. 밤에 자다 깨는 일 없이 내가 없는 하루를 넘기게 하고 싶어서다. 예전에는 출장이 잡히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이제는 순서가 조금 보인다.

그래도 겨우 1박 2일이다. 출장은 내 일정 하나인데, 그 하나를 움직이려면 가족 전체의 일정을 다시 짜야 한다. 접종을 미룰지 정해야 했고, 남편의 병원 예약을 옮겨야 했고, 그에 맞춰 남편의 휴가가 움직여야 했다. 일정 하나를 옮기면 다른 일정이 밀려난다. 빠뜨린 게 없는지 계속 확인하게 된다. 이번에도 피로감과 부담감이 밀려왔다.

그래도 남편과의 유대감을 한 번 더 확인했다. 나는 출장이 생기면 가기 전에 남편에게 먼저 묻는다.

"출장이 생겼는데, 갈지 말지 고민이네. 자기 일정은 어때?"

남편도 회식이 잡힐 것 같으면 내게 먼저 묻는다.

"○○일에 특별한 일 있나? 회식을 할 거 같은데."

통보가 아니라 질문이다. 서로의 일정이 상대의 일정에 걸려 있다는 걸 둘 다 알고 있어서다.

복식 경기 같은 맞벌이, 서로가 유일한 대체 인력

얼마 전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복식 결승 기사를 보면서, 맞벌이 부부도 복식 경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복식은 둘이 코트를 나눠 지킨다. 한 사람이 움직이지 못하면 다른 한 사람이 그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 한쪽의 공백은 곧 팀 전체의 부담이 된다.

맞벌이 부부도 그렇다. 원팀이다. 회사에서는 내가 하루 빠지면 누군가 내 일을 대신할 수 있다. 인수인계를 하고, 동료 중 가능한 이에게 부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그렇게 쉽게 대체 인력을 구할 수 없다. 맞벌이 부부에게 서로는 가장 가까운 동료이자, 사실상 유일한 대체 인력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건강도 챙기게 된다. 내가 아프면 남편이 두 사람 몫을 해야 하고, 남편이 아프면 그 반대가 되기 때문이다. 남편의 병원 예약을 내 출장 날에 맞춰 옮긴 것도 그래서였다.

그럼에도 변수는 언제나 있다. 출장지가 '디지털 디톡스'를 표방하는 곳이었다. 통신사 기지국이 없어 인터넷은 물론 전화도 잘 터지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복직한 뒤로는 유치원이나 가족에게서 오는 비상 연락을 놓치면 안 된다는 경계 태세가 몸에 뱄다. 그런 내게 연락이 끊긴다는 건 솔직히 불안한 일이다. 갑자기 아이가 아프면? 남편에게 급한 일이 생기면? 그래서 숙소 내 비상 연락이 가능한 지점이 있는지 미리 확인했고, 남편에게도 공유했다.

출장 하나에 가족이 이렇게 움직이는 건 우리 집만의 사정일까. 아이가 있는 집의 맞벌이는 이제 다수다. 국가데이터처가 2026년 6월 18일 발표한 '2025년 하반기 지역별고용조사'에 따르면 2025년 10월 기준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배우자 있는 가구 중 맞벌이 가구는 60.4%였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60%를 넘었다. 아이를 키우는 부부 열 곳 중 여섯 곳이 맞벌이인 셈이다.

공백을 조율할 수 있는 조건
▲  출근과 아이 등교를 준비하는 부부
ⓒ 연합=OGQ
내가 겪은 1박 2일의 조율은 특별한 집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아는 워킹대디가 곧 육아휴직에 들어간다고 했다. 특별한 이슈가 있을 시기가 아닌데 갑자기 휴직이라니 의아해서 이유를 물었다.

"와이프 육아휴직이 끝나서요. 이번엔 제가 등·하원을 모두 해줘야 하는데, 집이랑 회사가 너무 멀어서 육아휴직이 유일한 선택권이에요. 다행히 저는 첫 휴직이니 유급이라 버텨 봐야죠. 그리고 내후년에 아이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는 다시 와이프가 무급 휴직을 쓰려고요."

우리는 1박 2일을 조율하고, 그 집은 1년을 조율한다. 내게 필요한 조율이 휴가 1.5일이었다면, 그 집에는 육아휴직 1년이었다.

우리에게는 조율할 수 있는 조건이 있었다. 남편도 나도 연차를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직장에 다닌다. 나는 시차출퇴근제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도 있다. 서로 일정을 먼저 묻는 사이였고, 나도 출장 일정을 미리 알고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 이런 조건이 하나라도 빠진 집이라면 출장 한 번, 아이의 등·하원 하루는 어떤 무게일까.

결국 맞벌이의 어려움은 단순히 일을 두 개 하는 데 있지 않은 것 같다. 한 사람의 일정 하나가 생길 때마다 가족 전체의 일정을 다시 짜야 한다는 데 있다. 그러니 겨우 1박 2일이라고 말할 일이 아니었다.

어쩌면 맞벌이 부부가 매일 하는 일은 일을 두 개씩 해내는 것만이 아니라, 서로에게 생길 빈자리를 미리 계산하며 살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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