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인데 로켓도 못 봤다"…그때의 '수모' 딛고 날아오른 누리호[누리호5차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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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에서 발사하는데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나."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7일 다섯 번째 비행에 성공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를 불과 20여분 앞두고 정태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추진연구부장이 꺼낸 이야기는 한국이 독자 발사체를 갖지 못했던 시절의 기억이었다.
나로호는 러시아와 공동 개발한 2단형 발사체로 1단은 러시아에서 들여오고, 2단 고체로켓은 국내에서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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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즈 개발 노엔지니어는 몰래 소재 성분 건네기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우리 땅에서 발사하는데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나."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7일 다섯 번째 비행에 성공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를 불과 20여분 앞두고 정태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추진연구부장이 꺼낸 이야기는 한국이 독자 발사체를 갖지 못했던 시절의 기억이었다.
정 부장은 이날 누리호 5차 발사를 지켜보기 위해 모인 참관단에게 "처음 로켓을 개발할 때는 국내에 물어볼 사람도, 전문가도, 구할 수 있는 자료도 거의 없었다"며 "속된 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그가 특히 잊지 못하는 순간은 나로호 개발 때다. 나로호는 러시아와 공동 개발한 2단형 발사체로 1단은 러시아에서 들여오고, 2단 고체로켓은 국내에서 개발했다.
러시아에서 1단 로켓이 나로우주센터 조립동에 들어오자 한국 연구진도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러시아 측이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발사체 주변을 철저하게 통제했기 때문이다.
정 부장은 "발사체를 보려고 걸어가면 러시아 보안요원들이 지키고 있었다"며 "말도 하지 않고 손짓으로 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우리 땅에서 발사를 하는데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보안요원 몰래 건넨 한 장의 메모
러시아와 기술협력을 하던 시절에는 작은 기술정보 하나를 얻는 것도 쉽지 않았다.
30대 초반이던 정 부장은 러시아 출장 중 현지 엔지니어에게 로켓 밸브에 사용한 소재가 무엇인지 물었다. 상대는 70대의 노(老)엔지니어였다. 소련의 소유즈 로켓 엔진 개발에 참여해 유리 가가린을 우주로 보내는 데 힘을 보탠 사람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엔지니어 옆에는 러시아 보안요원이 앉아 있었다. 계약 범위를 넘어선 기술정보가 한국 측에 전달되는지를 감시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대답하지 않던 러시아 엔지니어가 잠시 뒤 종이에 무엇인가를 적었다. 주변의 눈치를 살핀 뒤 정 부장에게 슬쩍 건넸다. 종이에는 정 부장이 궁금해했던 밸브 소재의 구성 성분이 적혀 있었다.
정 부장은 "그때 '엔지니어는 통하는 게 있구나'라고 느꼈다"며 "성분을 받았다고 똑같이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참고만 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후 독자적인 로켓 엔진 개발에 뛰어들었다. 가장 큰 난관 역시 엔진이었다. 3000도가 넘는 고온과 높은 압력을 견뎌야 했고, 개발 과정에서는 연소 압력이 고주파로 요동치면서 엔진을 파괴할 수 있는 '연소 불안정' 문제도 맞닥뜨렸다.
정 부장은 "로켓 엔진 기술이 가장 어려웠다"며 연소추진을 담당한 연구진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해결 방법을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날 낮 12시25분, 독자 개발한 누리호가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를 떠났다. 발사 순간 백색 화염과 잿빛 연기가 솟구쳤고 연구동 참관석 바닥까지 진동이 전해졌다. 참관객들은 창가로 몰려가 누리호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다.
누리호는 목표궤도에 진입해 주탑재위성인 초소형군집위성 5기를 정상적으로 분리하며 5차 발사에 성공했다. 2022년 2차 발사부터 네 차례 연속 성공이다.
나로호 시절 러시아가 만든 1단 발사체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조차 제약받았던 연구진은 이제 독자 개발한 발사체를 반복해서 우주로 보내고 있다. 정 부장은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때 '너희 도움 없이 반드시 우리가 기필코 해내리라'라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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