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기증’ 시어머니 뜻 이어…25년 병마 앓던 55세, 3명 살리고 떠나[아살세]

신지호 2026. 10. 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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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시신을 기증한 시어머니의 뜻을 이어 장기기증을 결심했던 55세 여성이 3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구씨가 지난달 18일 고신대학교복음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간과 양측 신장을 기증해 3명의 환자에게 새 삶을 나누고 떠났다고 7일 밝혔다.

남편 김기선씨는 "평소 아내와 마지막 순간 장기기증을 하면 좋은 일 아니겠냐는 이야기를 나눴다"며 "딸들도 아내에게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서 고인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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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베트남 여행 중 뇌출혈로 쓰러져…국내 이송 뒤 뇌사 판정
생전 가족에게 장기기증 의사 밝혀…간·양측 신장 기증
2001년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 진단…환우 위로·해외 봉사 등 나눔 이어가
고(故) 구진희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과거 시신을 기증한 시어머니의 뜻을 이어 장기기증을 결심했던 55세 여성이 3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25년간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을 앓아온 구진희씨의 이야기다. 구씨는 딸과 베트남을 여행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졌고, 가족들은 생전 구씨가 밝혀온 뜻에 따라 간과 양측 신장을 기증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구씨가 지난달 18일 고신대학교복음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간과 양측 신장을 기증해 3명의 환자에게 새 삶을 나누고 떠났다고 7일 밝혔다.

구씨는 지난달 12일 딸과 베트남을 여행하던 중 갑자기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며 뇌출혈로 쓰러졌다. 현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국내 병원으로 옮겨진 뒤에도 끝내 깨어나지 못해 뇌사 판정을 받았다.

구씨는 평소 가족에게 장기기증 의사를 밝혀왔다. 

남편 김기선씨는 “평소 아내와 마지막 순간 장기기증을 하면 좋은 일 아니겠냐는 이야기를 나눴다”며 “딸들도 아내에게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서 고인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고 전했다.

가족의 경험도 구씨의 결정에 영향을 줬다. 

구씨의 시어머니는 2021년 세상을 떠나며 시신을 기증했다. 두 딸 역시 엄마의 뜻과 ‘남을 돕고 선한 영향을 끼치자’는 가족의 가치관에 따라 기증에 동의했다.

구씨의 가족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서울에서 태어난 구씨는 1994년 남편과 결혼해 두 딸을 키웠다. 

2001년 임신 중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을 진단받은 뒤 치료에도 잘 반응하지 않아 25년간 입원을 반복했다.

오랜 투병에도 구씨는 자신보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먼저 챙겼다고 한다. 

2015년 남편의 근무지를 따라 부산으로 이주한 뒤에는 남편 회사의 신앙 모임에서 활동하며 직원과 그 가족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곁에서 힘이 돼줬다. 어린 자녀들을 대신 돌봐주고 새로 입사한 직원들이 회사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환우들을 찾아가 위로했고 캄보디아와 몽골 등으로 해외 봉사도 다녔다.

몸 상태가 안정될 때면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을 즐겼다. 

항공사 기장인 남편은 여행하는 동안만큼은 아픔을 잊고 즐거워하는 아내를 보며 함께 여행할 기회를 자주 마련했다. 많게는 1년에 서너 차례 가족여행을 떠났다.

마지막 여행이 된 베트남에서도 구씨는 딸과 시간을 보냈다. 

쓰러지기 전날 작은딸 지원씨에게 “엄마가 힘들어도 이거 보여주려고 같이 왔다”고 말했다. 다음 날 갑자기 쓰러지면서 이 말은 딸에게 엄마의 마지막 말로 남았다.

남편 김씨는 아내에게 “여보, 당신을 만난 지 33년, 함께했던 행복한 시간들 잘 간직할게. 이제 아픔 없는 곳에서 걱정 말고 편히 쉬어. 사랑하고 너무 고마웠어. 안녕”이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큰딸 지수씨는 “앞으로도 ‘엄마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며 엄마의 가치관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작은딸 지원씨는 “엄마가 내 엄마라서 너무 행복했다”고 전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25년의 긴 아픔 속에서도 늘 가족과 이웃을 먼저 살폈던 구진희 님이 마지막 순간까지 3명의 환자에게 생명을 나누셨다”며 “숭고한 결정을 내려주신 유가족께 깊은 감사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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