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MR 짓겠다는 기업들, 규제 갇혔다…2032년에나 심사기준 완비

여성국 2026. 10. 7.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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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으로 막대한 전력 수요가 예상되는 가운데, 핵심 대안인 소형모듈원전(SMR)이 ‘규제 병목’에 갇혔다. 기업들은 2028년부터 원전을 짓겠다고 줄을 섰지만, 정부의 심사 기준은 2032년에야 마련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로부터 제출받은 ‘SMR 상용화 대응 안전규제 구축 전략’에 따르면, 국내외 개발사들의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전검토 신청은 2027년 3건, 2028년 5건이다. 사전검토는 개발사가 건설허가 신청 전 관련 자료를 제출하면 규제기관이 보완 사항을 점검하는 절차다.

지닌 5월 28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케머러에 위치한 ‘테라파워’의 4세대 소형모듈원전(SMR) ‘케머러 1호기’의 건설 현장. 케머러=강태화 특파원

2027년에는 미국 테라파워(SK이노베이션·한수원 컨소시엄)의 ‘나트륨(Natrium)’ 등 3개 노형(원자로 모델)이 신청했고, 2028년에는 한국형 ‘i-SMR’의 건설허가 신청과 함께 5개 노형의 사전검토가 이어질 예정이다. 테라파워 등은 2028~2029년 건설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문제는 심사 기준과 인력난이다. 현행 원자력 기술기준은 물을 냉각재로 쓰는 대형 경수로를 전제로 만들어졌으나, SMR은 소듐(액체 금속)·용융염(액체 소금) 등을 쓰는 비경수형이 많아 기존 기준 적용이 어렵다. 원안위는 맞춤형 기술기준과 심사방법론(TI-RIPB)을 새로 마련하기로 했지만 목표 시점을 2032년으로 잡았다. 기업들이 2028년부터 건설허가를 신청해도 심사기준 미비로 3~4년을 대기해야 하는 공백 발생이 불가피하다.

현재 원안위 내 SMR 인허가와 기준 전담 부서는 임시조직인 ‘소형모듈원자로안전과’ 1개 과에 불과하다. 원자로 모델당 15~20명의 심사 인력이 필요함에도 국산 i-SMR에만 18명이 묶여 있어 다른 모델을 심사할 여력이 부족하다. 원안위에 따르면 SMR 관련 필요 인력은 2027년 33명, 2028년 37명, 2029~2030년 39명으로 늘어나야 하지만 인력 확보를 위한 관계부처 협의는 올해 하반기로 미뤄졌다.

최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선진원자로 전담국을 격상해 인원을 310~330명으로 늘렸으며, 상업용 SMR 건설 승인을 시작했다. 영국도 6개 원자로 모델을 별도 트랙으로 관리하고, 전담 부서(ANTs)에 30명 이상의 검사관을 훈련시키며 인허가 속도를 높이고 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국내 SMR 기술은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OECD 원자력기구(NEA) 평가에서 국산 i-SMR과 SMART100은 전체 평균(17.38점)을 넘는 22점과 19점을 기록했다. 다만 국내 원자로들은 ‘인·허가’와 ‘부지’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기술력에 비해 제도가 뒤처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황정아 의원은 “우리 SMR은 기술력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실증과 건설로 넘어가는 문턱에서 막혀 있다”면서 “안전을 지키면서도 제때 심사하려면 규제기관의 전문성과 인력을 갖춰 SMR 상용화의 골든타임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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