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서 만든 만큼만 면제”…또 다른 뇌관 ‘2차 반도체 관세’ [혈맹에서 거래동맹으로]

이유정, 윤지원 2026. 10. 7.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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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 달러 대미 투자와 별도로 ‘2차 반도체 관세’도 살아 있는 뇌관으로 꼽힌다. 정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한ㆍ미 간 논의 중인 대미 투자 패키지와 별도 트랙으로 한국 반도체 기업의 현지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 2000억 달러와 별개의 투자를 요구하는 건 한ㆍ미 정상 간 합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정부 내에선 “반도체는 우리에게도 전략 산업”이라며 최대한 수면 아래에서 관리하려는 기류도 감지된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2차 반도체 관세의 핵심은 ‘미국에서 생산하는 만큼 관세를 면제한다’는 것이다. 미국 내 투자ㆍ생산 규모와 무관세 수입 물량을 연동한 이른바 ‘대만 모델’을 한국 등에도 적용하려는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과 대만은 올 초 무역협상을 통해 TSMC 등 대만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짓는 대신 현지 생산 규모에 따라 관세 면제 물량을 받는 데 합의했다. 공장 건설 중에는 신규 생산능력의 최대 2.5배, 완공 후에는 1.5배까지 무관세 수출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이후 대만이 반도체 생산능력의 “최대 40% 수준”을 미국으로 옮기기로 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내놨다.

미국은 이를 지렛대로 한국에도 투자 압박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텍사스주와 인디애나주 등에 수십억~수백억 달러 규모의 생산 시설을 짓고 있다.

다만 대만과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구조가 다르다. TSMC의 비메모리 반도체는 주요 고객인 미국 빅테크와 가까운 곳에 생산거점을 두는 이점이 있지만,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가 주력하는 D램ㆍ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는 대형 클러스터를 통한 ‘규모의 경제’가 원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EPA=연합뉴스

메모리 생태계 전체를 통으로 뜯어 미국으로 이전할 경우 천문학적인 인프라 비용과 높은 인건비를 감수해야 한다. 생산비 상승이 미국 기업의 서버ㆍ데이터센터 구축 비용으로 전가될 수 있어 미국에도 ‘자해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대만에 대한 압박에는 중국의 대만 침공 등 유사시 공급망 단절에 대비하려는 목적도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한국에 대한 압박은 국내 투자분을 미국으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중국에 대한 추가 투자 여력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메가 특구 조성을 본격화한 시점과 맞물려 미 측의 반도체 투자 압박이 거세진 점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핵심 메모리 생산 기반에 대한 미국 이전 압박이 지속될 경우 대미 투자는 국내적으로 ‘산업 주권’ 문제로 비화할 여지가 크다.

이유정·윤지원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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