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기원 단서 찾았다…‘유령입자 사냥꾼’ 노벨 물리학상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우주에서 온 유령입자’로 불리는 중성미자(neutrino)를 발견한 프랜시스 할젠(82·벨기에·사진) 미 위스콘신-매디슨대 석좌교수에게 돌아갔다. 노벨 물리학상을 단독으로 수상한 건 1992년 이후 34년 만이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할젠 교수를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할젠 교수는 2023년 남극의 중성미자 연구시설 아이스큐브에서 중성미자를 우리 은하에서 처음 포착했다. 중성미자는 아주 작은 질량을 가진 우주 입자다. 다른 입자들과 달리 일반적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으므로, 방향을 바꾸거나 에너지를 잃지 않고 매우 먼 우주에서 지구에 도달한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우주 현상을 규명할 열쇠로도 불린다. 우리 주변에 존재하지만 볼 수 없다는 의미로 ‘유령입자’란 별명이 붙었다.
노벨위원회는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에 대한 결정적인 공헌과 천체 물리학적 기원의 고에너지 중성미자를 발견한 공로”를 수상 이유로 밝혔다. 마크 피어스 노벨 물리학상 위원회 위원장은 “할젠은 전 세계 연구자와 엔지니어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을 이끌며 우리에게 놀라운 관측 장비를 제공했다. 그의 끈기와 과학적 비전은 새로운 형태의 천문학을 개척하는 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수상 발표 후 이뤄진 전화 인터뷰에서 할젠 교수는 “정말 놀랍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연구) 제안서를 작성 중인데 이번 수상으로 승인받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소감을 밝혔다.

할젠 교수는 고에너지 중성미자 관측을 위한 아이디어를 처음 고안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미 이론 물리학자로서 명성이 높았던 2010년 미국 국립과학재단의 지원을 받아 남극에 아이스큐브 천문대를 건설했다. 한국의 성균관대, 중앙대를 비롯해 전 세계 14개국 58개 연구기관에서 350여 명의 연구자가 참여한 대규모 프로젝트다. 연구팀은 남극 지하의 1㎦ 부피 얼음에 광센서 5160개를 심어 중성미자가 수소·산소의 원자핵이나 전자와 부딪치는 흔적을 찾았다. 이를 통해 2017년 지구에서 37억 광년 떨어진 블랙홀을 품은 은하핵 ‘블레이저’에서 나온 중성미자를 포착해 블랙홀 기원에 대한 단서를 찾았다. 이어 2023년 우리 은하에서 나온 중성미자가 얼음과 반응해 나오는 빛을 발견했다.
양운기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할젠 교수는 학계 원로였던 당시에도 주요 대학을 찾아다니며 중성미자 관측 실험을 제안할 정도로 열정이 대단했다”고 말했다. 노벨물리학상 심사위원인 에바 올손 스웨덴 찰머스공대 교수는 “이 메신저(중성미자)는 우주에서 정보를 가져온다”며 “이들은 멀리 떨어진 은하계로 가는 문을 열어주고 별이 폭발하는 과정에 대해 알려준다”고 말했다.
중성미자는 노벨 물리학상과 인연이 깊다. 원전에서 나온 중성미자를 처음 발견한 미국 물리학자 프레더릭 라이너스는 1995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입자가속기에서 나온 중성미자를 관측한 공로로 미국 과학자 세 명도 1988년 노벨상을 받았다. 21세기에는 일본이 중성미자 연구를 이끌었다. 2002년 고시바 마사토시 도쿄대 명예교수가 중성미자 관측 시설 가미오칸데 연구로, 2015년엔 그의 제자인 가지타 다카아키 도쿄대 우주선연구소장이 이를 업그레이드 한 수퍼 가미오칸데 관찰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할젠 교수는 이번 단독 수상으로 상금 12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6억3000만원)를 받는다.
장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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