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꿈꿔왔다, 우규민의 첫 KS

고봉준 2026. 10. 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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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우규민. 2003년 데뷔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마운드를 밟는다. [사진 KT 위즈]

지난 5일 프로야구 KT 위즈의 수원구장 라커룸은 분주했다. KT는 이날 홈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9-0으로 꺾고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를 1로 줄였다.

선수들은 씻지도 않은 채 TV 앞에 모였다. 2위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대구 경기였다. 삼성이 2-5로 지면서 KT의 한국시리즈 직행이 확정됐다.

그 순간 눈물을 쏟은 사람이 있었다. KT의 최고참 투수 우규민(41)이다. 함께 중계를 보던 우규민은 우승이 확정되자 후배 고영표의 품에 한참 동안 안겨 있었다. 고개를 들지 못하는 그의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머리를 감싸 쥐더니, 끝내 무릎을 꿇었다.

다음 날인 6일 우규민과 통화했다. 전날 동료들과 번개 뒤풀이를 했다는 그는 “태어나서 처음 느껴 보는 감정이었다. 한국시리즈 우승도 아닌데 울어서 좀 민망하다”면서도 “20년 넘게 기다린 순간이다. 한국시리즈 마운드 한 번 밟아 보지 못하고 은퇴할 뻔했는데, 동료들과 꿈의 무대에 서게 돼 기쁘다”며 웃었다.

1위의 기쁨을 만끽한 KT 우규민. [연합뉴스]

오른손 사이드암 우규민은 2003년 LG 트윈스에서 데뷔했다. 지금은 해마다 포스트시즌에 나서는 강팀이 된 LG지만, 그때는 달랐다. 하위권을 맴돌았고 최하위로 시즌을 마친 적도 있다.

우규민은 2017년 자유계약선수(FA)로 삼성에 갔다. 공교롭게도 그때부터 LG가 살아났다. 2023년에는 통합우승까지 차지했다. 삼성 유니폼을 입고 친정의 우승을 지켜본 우규민은 이듬해 KT로 옮겼다. 운명의 장난일까. 그해 삼성은 정규시즌 2위에 오른 뒤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우규민에겐 또 한 번의 잔인한 가을이었다.

우규민은 “지난해에도 통합우승을 한 LG 선수들의 챔피언 패치를 부러운 눈으로 봤다. ‘나는 언제쯤 저 패치를 달고 뛸 수 있을까’ 속으로 되뇌기만 했다”며 “새 시즌을 준비할 때마다 한국시리즈에 등판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렇게 20년 넘게 흘렀는데, 마침내 그날이 다가오고 있다”고 설레는 목소리로 말했다.

1985년생 우규민은 SSG 랜더스의 1984년생 노경은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투수다. 통산 980경기에 등판해 이 부문 역대 2위다. 1위(1005경기) 정우람은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두 개 꼈지만, 우규민은 한국시리즈에 한 번도 나서지 못했다. 우승이 확정되던 날 KT 후배들이 누구보다 먼저 우규민의 이름을 연호한 이유다.

이제 우규민의 눈은 한국시리즈 정상을 향한다. 올 시즌 51경기에서 5홀드, 평균자책점 3.35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한 그는 가을야구에서도 KT 불펜의 허리를 맡아야 한다. 우규민은 “준우승으로 끝나면 얼마나 아쉬울지 상상도 안 된다. 동생들과 잘 준비해서 꼭 통합우승까지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결 홀가분해진 KT는 7일 수원에서 삼성과 맞붙는다. 순위는 정해졌지만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라 가볍게 넘길 경기가 아니다. 삼성에는 한국시리즈에 못 가 봤다며 우규민을 놀리는 절친한 후배 포수 강민호가 있다. 강민호는 2024년 처음 한국시리즈에 간 후 우규민을 놀린다. 우규민은 “아직 민호한테서 연락이 없더라. 내일 만나면 당당하게 ‘빨리 한국시리즈로 올라오라’고 말해 주겠다”며 선전포고를 했다.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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