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반발? 비쌀 때 땅 사 울고싶은 사람들 전수조사가 뺨 때린 격"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농지 전수조사의 목적은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서 앞으로 농지 정책을 어떻게 잘 만들 것인가에 있다. 이런 메시지가 주가 돼야 했는데, 그간 정부가 보낸 신호가 엉망이었던 거다."
조병옥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부의장은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와 관련해 최근 농촌에서 '땅을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커지는 것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전수조사가 없더라도 지주가 땅을 회수하는 일은 있다. 조사가 있으니 불거진 거지, 통상적인 수준 정도일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한국농어촌공사를 통한 임대 수탁이 작년 대비 80% 늘었다. 구두 계약으로 숨어 있던 불법성 임대차 농지가 드러나는 건 상당히 긍정적인 신호다. 농식품부 임차농 보호 신고센터에 접수된 200여 건의 농지법 위반 신고엔 다른 민원도 섞여 있는 것으로 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수림, 권우성 기자]
|
|
| ▲ 조병옥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 |
| ⓒ 권우성 |
조병옥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부의장은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와 관련해 최근 농촌에서 '땅을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커지는 것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전농은 지난 2월 이재명 대통령의 경자유전 발언을 "적극 환영"하며 전수조사를 촉구했던 농민단체다.
지난 7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기본조사 결과에서 전국 조사 대상 농지의 27%가량인 약 284만 필지가 불법 임대차나 무단 휴경 등 농지법 위반 의심 농지로 분류됐고, 8월 심층 조사가 시작되자 농심(農心)은 심상치 않았다. 임차농이 쫓겨난다는 보도, 땅값 하락 하소연 등이 잇따랐다.
일찍이 전수조사를 촉구했던 전농은 지금의 혼란을 어떻게 볼까. 지난 9월 30일 서울 용산구 전농 사무실에서 조 부의장을 만났다. 그는 당정이 9월 21일 관행적 불법 임대차 농지 등에 대한 처분을 유예할 수 있는 보완책을 내고, 특별조치법을 연내 제정하기로 하자 "유의미하다"라면서도 "다만 당정이 사전에 소통과 홍보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으면서 정치적 구실이나 빌미를 제공한 건 많이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부의장은 20대 후반 농사를 시작해 경남 함안에서 약 30년 동안 벼농사를 짓는 농민이다. 전농 부산경남연맹 의장을 거쳐 올해 1월 전농 부의장이 됐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 농지제도개선TF 단장으로 개편안 마련에도 직접 참여했다.
그는 하루 전 광주를 찾아 농지 전수조사 관련 긴급 토론회에 참석했고, 이날도 조국혁신당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긴급 간담회에 다녀왔다. 이튿날에도 더불어민주당과의 간담회를 예정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 부의장은 토론회나 간담회 등 현장에 갈 때마다 "농지 전수조사의 방향은 맞지만, 설익은 설계를 터뜨린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아래는 조 부의장과 이날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
| ▲ 조병옥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 |
| ⓒ 권우성 |
"우리 동네 농민들을 만나보니 하우스 안에 농기계 창고를 조그맣게 지었다든지, 농사를 안 짓는 땅이 일부 있다든지 등의 일로 불안해하더라. 일부는 '지주가 임차 농지를 회수해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했다. 그런데 전수조사 업무를 담당하는 우리 지역 면사무소 산업계장과 얘기해 봐도 현재 농촌 현장에선 막연한 불안 정도가 포착되지, '조사하면 안 된다'는 반응은 없는 것 같다. 현장은 의외로 조용하다."
- 일부 지역에선 '불안해서 직접 농사짓겠다'는 땅 주인이 늘어 빌린 땅을 경작하던 임차농들이 계약 연장을 못하고 쫓겨난다는 보도가 나왔다.
"전수조사가 없더라도 지주가 땅을 회수하는 일은 있다. 조사가 있으니 불거진 거지, 통상적인 수준 정도일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한국농어촌공사를 통한 임대 수탁이 작년 대비 80% 늘었다. 구두 계약으로 숨어 있던 불법성 임대차 농지가 드러나는 건 상당히 긍정적인 신호다. 농식품부 임차농 보호 신고센터에 접수된 200여 건의 농지법 위반 신고엔 다른 민원도 섞여 있는 것으로 안다."
- 전농은 지난 2월 일찍이 농지 전수조사를 촉구했다. 투기가 그만큼 심각하다고 봤나?
"농지 전수조사의 목적은 투기의 문제를 파헤치기보다는 대한민국에 농지가 얼마나 되는지, 누가 소유하고 이용하는지, 임차·상속 비율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파악해 후손에게 어떻게 잘 물려줄 수 있을지를 설계하기 위한 DB를 만드는 것에 있다. 그게 핵심이다.
최근 투기·불법에 방점이 찍히는 건 대통령과 농식품부가 '농사 안 지으면 단속한다' '투기는 몰수한다'라는 등의 신호를 먼저 줘버린 탓이다. DB를 구축해서 앞으로 농지 정책을 어떻게 잘 만들 것인지 등의 메시지가 주가 돼야 했는데, 그간 정부가 보낸 신호가 엉망이었던 거다."
- 농촌 현장의 혼란은 왜 커졌다고 생각하나?
"1910년 일제강점기 토지조사사업 이후 116년 동안 우리는 한 번도 우리 농지에 대한 데이터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다 추정치였다. 그 정도로 큰일인데, 이 대통령이 지난 2월 24일 전수조사의 필요성을 말한 이후 3개월도 안 되는 시점에 관련 예산, 법 개정, 실무 준비 등을 마쳤다.
그런데 농민은 200만 명인데 농지 소유자는 500만 명이 넘는다. 농민보다 농민이 아닌 사람이 농지를 소유하는 비율이 훨씬 높다. 이들에게 '불법만 아니면 걱정 마시라'라는 신호를 계속 주면서 현장에서 소통하고 홍보해야 했는데 그런 일련의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
|
| ▲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정책위의장(오른쪽)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9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추진 방향 당정 협의에서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기본조사는 끝났고 심층조사도 한 달 넘게 하는데 어떻게 중단하나. 국민의힘은 이번 기회로 국민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것 같다."
- 당정의 보완책은 어떻게 보나?
"유의미한 대책이다. 다만 당정이 사전에 소통과 홍보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으면서 정치적 구실이나 빌미를 제공한 건 많이 아쉽다. 올해 안에 특별조치법을 만들겠다고 하니까 그 안에 어떤 내용이 담기는지를 잘 봐야 할 것 같다."
- 단장으로 활동한 농특위 농지제도개선TF는 지난 3월 특별법 제정을 건의했다. 그때 정부가 농특위 TF의 의견을 반영했다면 현장 혼란을 줄일 수 있었다고 보나?
"그렇다. 아예 더 과거로 가면 2021년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경기 광명·시흥 등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었을 때도 전수조사 이야기가 있었다. 당시에도 제가 TF를 이끌었고, 그 과정에서 김정호 민주당 의원실과 특별법을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결국 국회 문턱을 통과하지 못했다."
- 농특위 농지제도개선TF가 최근 마련한 핵심 의제는 어떤 게 있나?
"우선 고령농들의 농지가 도시 자식들에게 상속되면 대부분 임차로 돌 테니 임차농 보호법이 필요하다. 해마다 1만~1만5000ha씩 줄어드는 농지 총량도 식량자급률과 연동해 관리해야 한다. 중앙부터 읍면까지 농지관리기구도 두어야 하고, '가짜 농민'을 양성하는 자경 8년 양도세 감면 문제도 바꿔야 한다. 이런 안건은 다 정리가 됐고, 추후 청와대와 농식품부로 보낼 것이다. 이후엔 실질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과제가 남는다."
|
|
| ▲ 조병옥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 |
| ⓒ 권우성 |
"법적인 부분은 잘 모르겠다. 다만 그로 인해 애매한 구석이 나타나긴 할 것 같다. 농지는 천의 얼굴, 만의 얼굴을 가졌다. 농식품부는 재산상 이득을 노린 취득·휴경, 부동산업을 하는 농업법인, 공유지분을 사서 방치한 경우를 투기로 본다는데, 농식품부도 판단하기 애매한 사례가 분명히 나올 거다. 잘 판단해야 할 것이다."
- 전수조사로 드러난 투기 농지, 유휴 농지는 누구에게 먼저 돌아가야 하나?
"청년농과 귀농인이 먼저다. 지금도 한국농어촌공사에 임대로 들어온 농지는 청년농에 우선순위가 있다. 정부가 내년엔 더 많은 재원을 들여 농지를 사들인다니, 그렇게 확보한 농지도 청년농과 귀농인에게 먼저 임대하는 게 좋겠다. 땅값이 워낙 비싸 청년들과 귀농하는 이들은 농지를 쉽게 살 수 없으니, 그들에게 진입 장벽을 낮춰줘야 한다."
- 그런데 땅값이 떨어지면 고령농이 제값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값이라는 게 뭔가? 아마 다들 역사 이래 가장 농지 가격이 비쌌던 2021년을 기준으로 삼을 거다. 그런데 당시 코로나19와 세계적인 경기 불황 상황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던 금리가 이후 오르면서 땅값은 떨어지는 추세였다. 비쌀 때 땅 산 사람들 울고 싶던 참에 전수조사가 뺨을 탁 때려준 거다.
고령농에겐 농지 가격 하락이 아프겠지만 땅값이 오르내리는 건 자본주의 생리다. 다만 이분들이 한국농어촌공사에 매도 위탁 계약 체결이나 농지 연금 신청을 원해도 재원이 없어 못 받는 건 국가가 채권을 발행해서라도 빨리 풀어야 한다."
- 국회 국정감사와 당정의 특별조치법 논의가 있을 것이다. 국회와 정부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농촌 현장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별조치법에는 농민들의 우려를 불식할 내용들이 잘 담기길 바란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진짜 농사를 짓는 농민이 직불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설계가 되면 좋겠다. 지주가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경우, 해외 거주로 연락이 닿지 않는 토지, 종중 소유로 대표자가 불분명한 농지, 지분 등기로 수십 명의 공동명의가 된 필지 등 제대로 된 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한 실경작자들도 직불금을 수령할 수 있게끔 직불제가 재설계 되면 좋겠다."
- 불안해하는 농민과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할 말이 있다면.
"전수조사는 국가가 방기해 온 가장 기본적인 업무다. 농정을 새로이 설계할 DB를 만드는 일이니 어렵더라도 국민 여러분이 호응해 주고, 지원해 주면 좋겠다. 밥 먹고 사는 사람은 다 농민 아닌가(웃음). 연대하는 마음으로 지지해 주면 좋겠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유해진 북한상'이 표현의 자유라면 1923년 '조센징상'은?
- "14년째 자가 건물에 장사하지만..." 폐업 고민하는 사장님
- "부동산 정책 실력없고 무능" 비난 글에 직접 응답한 이 대통령
- 이 귀한 걸 마셨다고? 서민들이 마신 술의 비밀
- 도끼 든 아버지... 전차 개통 열흘 만에 터진 비극
- 이토록 눈부신 업적 남기고도 한국인에게 잊힌 작가
- '호랑이는 겁나고 가죽은 탐난다'... 조선이 남긴 강렬한 명품
- 합참 "25사단 폭발, 북한이 MDL 남쪽에 매설한 지뢰"... 최종 결론
- 유해진 측 "비방·허위사실 유포 모니터링 중... 엄중 대응"
- 이 대통령 또 여권 강경파 직격 "검찰개혁 빙자, 인사까지 좌지우지 안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