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공공기관 이전, 주택시장 흔들까

2026. 10. 6.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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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집중된 주택 수요가 다시 움직일 조짐이다. 2027년부터 수도권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이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세종시 건설과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수요 분산, 반값 보금자리주택 공급 등이 맞물린 결과였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본질적으로 튼실한 주택 수요의 남하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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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수도권에 집중된 주택 수요가 다시 움직일 조짐이다. 2027년부터 수도권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이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350여곳의 이전 필요성을 검토해 올 4분기 중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청사 신축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민간 건물을 임차하는 방식 등을 활용해 2027년부터 선도 이전에 착수할 방침이다. 수도권에 꼭 남아야 할 이유가 없는 기관은 원칙적으로 이전 대상에 포함하는 ‘수도권 잔류 최소화‘가 핵심이다.

시장은 자연스럽게 1차 공기업 이전의 기억을 떠올린다. 2005~2019년 추진된 1차 이전은 150개 기관의 종사자 약 5만명을 지방으로 이동시켰다. 이전 종사자의 약 70%가 가족과 함께 지방에 정착했다. 시장 반응은 2010년 초반에 폭발적이었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실거래가 기준으로 5대 광역시 아파트값은 2010년 1월부터 2012년 말까지 27.1% 급등했다. 혁신도시 건설과 인구 유입 기대감이 겹치면서 지방 원정투자 열풍도 뒤따랐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은 12.7% 하락했다. 세종시 건설과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수요 분산, 반값 보금자리주택 공급 등이 맞물린 결과였다.

그러나 긴 흐름은 달랐다. 2013~2025년 말 서울 아파트값은 162% 올랐다. 같은 기간 5대 광역시 상승률은 35.7%에 그쳤다. 지방 이전은 강한 단기 수요를 만들었지만 주택가격의 장기적인 중심축까지 바꾸지는 못한 셈이다.

그렇다면 2차 이전은 어떨까.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본질적으로 튼실한 주택 수요의 남하로 볼 수 있다. 수도권에 집중됐던 안정적 소득을 가진 수요층의 일부가 지방으로 이동한다. 수도권에는 그만큼 수요의 공백이 생긴다. 반대로 지방에는 새로운 주택 수요가 유입된다. 특히 이전 기관들이 모이는 혁신도시는 온기를 가장 먼저 느낄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주택 수요 기대감이 침체된 지역 시장을 살리는 데 힘을 보탤 것이다.

이번에는 관련 기관을 모으는 집적 전략도 추진된다. 정부는 기관 간 연계를 강화하고 지역 대학·산업과 협력을 넓혀 혁신도시를 지역 성장의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교통·교육·의료·문화 등 정주 여건까지 뒷받침된다면 단순한 ‘기관 이전지’를 넘어 새로운 생활권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다만 1차 이전과 같은 장면이 재현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시장에는 이미 학습효과가 축적돼 있기 때문이다. 지방 주택을 매수했다가 기대만큼 수익을 내지 못한 사람이 적지 않다. 최근 공공운수노조 조사 결과에 따르면 2차 이전 시 가족을 동반하겠다는 응답은 7.7%에 불과했다. 1차 때와 달리 지금은 서울과 수도권 핵심 주택의 자산가치가 크게 높아졌다. 주택을 처분한 뒤 수도권으로 돌아오는 데 따르는 부담도 그만큼 커졌다. 따라서 서울과 수도권 집을 팔고 내려가기보다는 현지에서 전·월세로 살다가 매수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과거의 경험이 투자를 망설이게 하거나 시점을 늦추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 비거주 주택 세제 변화가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다. 수도권 주택을 보유한 채 지방에 거주하는 데 세제상 불이익이 커지면 셈법은 달라진다. 반대로 예외 인정 범위가 넓거나 실질적인 부담이 크지 않다면 수도권 주택을 유지하면서 지방에서 생활하는 선택이 가능하다.

공공기관 이전의 효과를 결정하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기관이 내려간다고 사람이 모두 내려가지 않는다. 가족 동반 비율, 배우자의 일자리, 자녀 교육, 의료·쇼핑·문화 시설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 집값을 움직이는 진정한 동력은 물리적 기관의 숫자가 아니다. 그곳에 뿌리내릴 일상의 무게와 가족의 손을 잡고 머물 수 있는 오롯한 삶의 공간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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