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재의 시시각각] ‘DMZ 샅바싸움’에서 밀려선 안 된다

이철재 2026. 10. 6.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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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국방선임기자

“얼마 전 비무장지대에서 불의의 사고로 부상을 당하신 우리 장병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픕니다.”

처음엔 잘못 들었나 싶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제78주년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언급한 ‘불의의 사고’는 지난달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있었던 지뢰 폭발 사태를 뜻한다. 당시 제25보병사단 장병 18명이 DMZ 수색로 개척 작전을 하다 지뢰가 터져 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군 당국과 유엔군사령부는 북한 지뢰가 원인이며 이는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최종 결과를 5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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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지뢰 폭발에 여권 로키 대응
군사적 긴장 낮춘다는 명분 아래
남북 완충지대 북에 내주는 결과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불의(不意)를 ‘미처 생각하지 않았던 판’으로 정의했다. 이 대통령의 기념사를 ‘북한이 아군 장병을 노려 일부러 지뢰를 심을 리 없고, 지뢰가 폭발할 줄 미처 몰랐을 것’으로 풀면 과할까. 그런데 여권의 분위기를 보면 억측이 아닌 듯하다.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인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방어적 목적이면 군사적 대응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아군의 피해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정황은 있다.

지뢰 폭발 지점은 군사분계선(MDL) 남쪽 10여m다. 북한군은 MDL 이남에 지뢰를 촘촘히 묻은 ‘지뢰지대’를 만들었다. 북한은 MDL 기준선을 놓고 일부 지역에서 남북한 견해차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우리가 지뢰 폭발 지점을 MDL 이남으로 인식한다는 것도 북한이 파악했을 것이다. 북한군이 MDL 주변의 풀과 나무를 베고 지뢰를 심은 뒤 전기 철책을 깔고 전술도로를 놓는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하러 MDL로 접근하면 아군이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북한군이 MDL 이남에 지뢰 지대를 조성한 건 DMZ 안에서 아군의 수색·정찰·매복 작전을 억제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공세적 작전이라는 뜻이다.

핵무력을 완성했고, 중국·러시아가 뒷배를 봐주는 북한이 ‘한국 따위는 겁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지난 2일 김여정 노동당 부장은 되레 “상식을 벗어난 의혹투성이의 사고를 저지른 당사자들이 변명조차도 곤란하고 난색한 처지에 빠지게 되니 또다시 상습적인 걸그락질(트집)”이라고 비웃었다.

문제는 앞으로다. 북한의 소행으로 최종 확정됐지만, 북한에 강하게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게 여권의 속내로 보인다. 군사적 긴장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서 장담한 ‘상응조치’는 기껏해야 “준엄하게 규탄한다”는 엄포로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권은 북한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힘들다는 이유를 들 것이다.

‘규탄 성명’으로 상황을 정리하려 한다면 북한이 DMZ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남부 국경’을 우리가 용인하는 셈이다. 그러면 남북한 완충지대가 사라져 DMZ에서의 우발적 충돌이 국지전으로 확산할 우려가 커지게 된다. 북한이 먼저 건 ‘DMZ 샅바싸움’에서 우리가 절대 밀려선 안 되는 이유다

어떻게 해야 할까. 선례가 있다. 2015년 8월 목함지뢰 사태 때 박근혜 정부는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하고, 북한의 아군 확성기 사격에 대해 곡사포 포격으로 맞받아쳤다. 움찔한 북한이 먼저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고, 나중에 ‘유감’을 표명했다. 전경주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도발이 2015년 24회에서 2016년 6회로 줄었다. 정전 이후 처음”이라며 “북한이 도발에 따른 위험과 비용을 절감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책임 인정과 사과는 물론 DMZ에서의 국경선 요새화에 대한 전면 중단과 원상 복구를 북한에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응하지 않을 경우 대북 심리전 방송과 같은 북한이 아파할 만한 압박은 필수다. 북한에 주도권을 내줄지, 남북관계의 개선을 이끌지 정부의 대응에 달려 있다.

이철재 국방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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