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설비 확대 넘어 주민 참여로”…한국에너지공단·REN21 국제 컨퍼런스
경기 여주시 세종대왕면 구양리에서는 태양광 발전 수익으로 마을버스를 운행하고 주민에게 무료 점심을 제공한다. 주민 70가구가 협동조합을 꾸려 농작물 창고 지붕과 마을 공동부지 등 6곳에 약 1㎿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매달 1000만원 안팎의 발전수익이 나온다.
전주영 구양리 이장은 “주민이 발전소를 100% 소유하고 이익도 마을로 돌아가다 보니 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졌다”며 “수익을 어떻게 쓸지 함께 논의하면서 주민회의가 활성화되고 주민 간 유대감도 높아지는 등 공동체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발전설비를 얼마나 늘리는지로 재생에너지 확대의 성과를 평가할 게 아니라 구양리처럼 주민 참여와 지역의 소득·일자리 창출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주민을 발전시설의 단순한 수용자에서 사업의 참여자이자 소유자로 바꿔 지역 갈등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확대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다.
한국에너지공단은 국제재생에너지정책네트워크(REN21)와 지난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2026 커뮤니티 에너지 국제 콘퍼런스’를 열고 주민 참여형 재생에너지 확산 방안을 논의했다. 최재관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은 콘퍼런스에서 “재생에너지는 기술과 설비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민이 참여하고 주인이 되는 방식이 중요하다”며 “주민을 단순한 소비자나 수용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생산과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주체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산지가 많고 인구 밀도가 높아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를 지을 수 있는 지역이 제한적이다. 발전설비와 송·배전망 건설을 둘러싼 지역 갈등도 적지 않다. 이창훈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주민이 발전시설의 생산자와 소유자로 바뀌면 수용성이 높아지고 갈등과 사업 지연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양리 같은 사례를 전국으로 확산하려면 금융·전력망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주민의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출 정책금융과 전력망 확충, 발전사업의 부담과 이익을 투명하게 나누는 기준 마련이 과제로 꼽힌다. 라나 아디브 REN21 사무총장은 “전력망·인프라·금융과 제도 역시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에 맞춰 함께 변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정부도 햇빛소득마을과 영농형 태양광 등을 통해 주민 참여형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최 이사장은 “영농형 태양광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농업 공간 활용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한국에 중요한 대안”이라며 “지속 가능한 확산을 위해서는 농업과의 조화, 주민 참여, 합리적인 제도 기반 마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해외에서도 재생에너지 확대의 기준을 설비용량과 비용에서 지역사회가 누리는 가치로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히데아키 이와사키 아시아개발은행(ADB) 총괄국장은 “청정에너지는 단순히 지역사회에 공급되는 데 그쳐선 안 된다”며 “경제적 기회와 생계 개선으로 이어지고, 지역사회가 개발 과정에 참여해 혜택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콘퍼런스에서는 이밖에 말레이시아의 지붕형 태양광 확대 사례, 지방정부 주도의 에너지 자립·분산에너지 활성화 방안과 일본 등 해외의 영농형 태양광 규제 개선 사례 등이 소개됐다.
한국에너지공단과 함께 이번 콘퍼런스를 개최한 REN21은 재생에너지 기반 사회로의 변화를 추진하는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 다국적 협력망이다. 2004년 출범했고 정부와 산업계, 사회단체, 학계 등 130여 개 기관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44세·60세, 확 늙는 사람 공통점…“낮 12시 후 이것 끊어라” | 중앙일보
- 盧 수사 다시 꺼낸 한동훈…조서엔 없는 ‘논두렁 시계’ 진실 | 중앙일보
- “죽이게 때려라” 남제자와 동거한 여교사…그 뒤엔 막장극 있었다 | 중앙일보
- 국어 7등급→서울대 치대 합격…전국일주 20일, 뇌 바뀐 비결 | 중앙일보
- “살려주세요” 병원 화장실서 비명…20대 여성 성폭행하려 한 남성 결국 | 중앙일보
- 유명배우 부부싸움에 경찰 출동…“아내 안 때렸다” 폭행설 부인 | 중앙일보
- “버스 어떻게 타요?” 미국인 관광객, 한국서 놀라는 이유 | 중앙일보
- 올해 ‘이 유행병’ 심상찮다…예년보다 빨리 와서 오래 간다 | 중앙일보
- “대출 1억 신청하셨죠?”…벌써 2차범죄 우려 커졌다 | 중앙일보
- 철없는 ‘전역모 세리머니’…축구로 또 불붙은 병역특례 논란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