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수장도 인정했다…경제 궁지몰린 이란, 서방에 총구 돌리나

미국의 제재와 해상봉쇄가 갈수록 이란 경제를 옥죄고 있다. 이란의 안보 수장인 모흐센 레자이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마저 이란 경제가 역사상 가장 어렵다고 인정할 정도다. 궁지에 몰린 이란이 협상장에 나오기보단, 서방으로 공격 범위를 넓혀 국면 전환을 노릴 거란 우려가 나온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이란 IRNA통신에 따르면 레자이 사무총장은 전날 열린 고위급 정부회의에서 급격히 악화하는 경제 상황으로 인해 이란이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NSC가 가능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이란 경제는 급격히 악화 중이다. 이란 환율 정보 제공 사이트 본바스트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이란 리알화 가치는 달러당 256만7000리알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전쟁 전인 2월 하순 리알화가 달러당 150만∼160만 리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화폐 가치가 3분의 1로 급락했다.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미국의 제재와 해상봉쇄로 수입품 공급이 줄어들면서 서민들은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다. 이란의 간호사, 교사 등은 월급만으로 살 수 없다며 소셜미디어(SNS)에서 사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은퇴 공무원들도 연금을 다 받지 못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해상봉쇄로 인해 이란의 주요 돈줄인 원유 수출이 차단된 것도 치명적이다. 이런 여파로 모흐센 파크네자드 석유부 장관이 사임하고 하미드 보르드 이란 국영 석유공사 사장이 장관 대행으로 임명됐다.

그럼에도 이란은 핵심 쟁점인 호르무즈해협에선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MOU)에 기반을 둔 우리의 7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호르무즈해협은 개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파키스탄의 중재로 미국과 이란이 서명한 종전 로드맵 MOU에서 미국이 약속한 사항(해상봉쇄 해제, 동결자금 반환, 이란산 원유 수출 제재 면제, 즉각 휴전 등) 을 이행한다면 7일 안에 호르무즈해협을 재개방하겠다는 것이다.
미국도 압박을 거둘 뜻을 보이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이란은 초토화됐다. 유일한 문제는 쉬운 길이 될지, 어려운 길이 될지 뿐”이라며 “어떤 것이로든 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궁지에 몰린 이란이 확전을 상황 타개를 위한 카드로 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은 이날 영국 페어퍼드 공군기지에 배치했던 B-1B 전략폭격기 12대를 모두 미국 본토로 철수시켰다. NYT는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배후에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새로운 기지 공격 모의 정보가 입수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페어퍼드 인근에서 지난달 27일에도 이란이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20대 영국인 남성 5명의 테러 시도 사건이 발생했다. 페어퍼드 외에도 독일 람슈타인·슈팡달렘 기지 등 유럽 내 미군 시설을 겨냥한 이란의 공격 가능성을 미 정보당국이 경계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을 향한 이란의 공격도 재개됐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는 지난달 28일부터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던 7척의 선박이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의 공격 재재로 최근 들어 원유 수송량이 하루 200만~300만 배럴 감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했다.

예멘에서도 전황이 격화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군이 친이란 후티 반군을 향한 대규모 반격을 예고했다. 라샤드 알알리미 예멘 대통령지도위원회 위원장은 4일(현지시간) TV 연설에서 “오늘 남은 영토를 탈환하고 국가와 국가기관의 권한을 전국 영토 전체로 확대하기 위한 군사작전의 시작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예멘 정부군이 사우디군의 지휘를 받아 지상 작전을 주도하고 사우디는 공습으로 지원할 예정”이라며 “작전 규모에 따라 예멘 정부군과 친정부 무장세력 10만명 이상이 동원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은 작전 지원을 위한 정보 제공 외에 직접적인 군사 공격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후티도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후티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와 리야드 남동쪽 150㎞의 쿠라이스 지역 석유 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후티는 지상에서도 타이즈와 아덴을 잇는 간선도로를 장악했다. 타이즈는 후티가 장악한 북부와 정부군이 통제하는 남부·홍해 연안이 만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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