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찐 몸'이 어때서요? 퇴사 후 'XL 요가 클럽' 만든 이유

유채원 2026. 10. 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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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찾아 도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고 전합니다.

'XL(엑스라지) 요가 클럽'은 '살찐' 사람들을 위한 요가 커뮤니티입니다.

- XL 요가 클럽은 자신의 몸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고, 그 이유 때문에 운동을 꺼리는 사람들을 위한 수업이잖아요.

"XL 요가를 잘 키워서 사람들에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어 주고 싶어요. 웃다가 갈 수 있는, 유쾌한 공간. 그게 가까운 목표예요. 앞으로는 평일에도 XL 요가 클럽 수업도 열고 싶어요. 지금은 평일에 하는 일반 수업을 그만두면 생계가 어려워서 주말에만 열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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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담이 아닌 시작담] 'XL 요가 클럽' 운영자 김지현씨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찾아 도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고 전합니다. 원하는 일이 있는데 두려워서 시작을 망설이는 2030에게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기자말>

[유채원 기자]

12살쯤 가슴이 나오면서부터 달리기가 싫었습니다. 수행 평가라도 하는 날엔 반 친구들이 내 몸만 볼 것 같았어요. 자유롭게 움직이며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 체육 시간에 다른 걱정으로 머리가 어지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10대부터 20대 초반까지 운동은 '골칫덩어리 몸'을 고치기 위한 숙제 같은 것이었습니다. 군살 없고 날씬한 사람들을 동경하는 동시에 제 몸을 미워했습니다. 좋아하고 잘하는 운동을 고민하기보단 살이 잘 빠지는 운동을 찾았고, 입고 싶은 옷보단 몸이 드러나지 않는 운동복을 골랐죠.

왜 이렇게 몸을 미워하기만 했을까. 서글퍼지는 와중에 저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가 있다는 걸 얼마 전 알았습니다. 'XL(엑스라지) 요가 클럽'은 '살찐' 사람들을 위한 요가 커뮤니티입니다. 실제 체중이 어떻든 스스로 살이 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수업이 열립니다.

김지현씨(30)는 체형 때문에 운동 가기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요가의 즐거움을 알리고, 주변 시선과 관계없이 요가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전하기 위해 커뮤니티를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XL 요가 클럽'을 보면서 일찍 이런 커뮤니티를 알았다면 좀 더 빨리 내 몸을 받아들이고, 운동을 사랑할 수 있었을까 싶더라고요. 이 커뮤니티를 만든 김지현씨는 어떻게 이런 수업을 열게 되었을까요. 지난 19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직접 만나 물어봤습니다.

요가 강사가 된 치킨 회사 직장인
▲ 김지현씨 XL요가클럽의 요가 수업을 마친 김지현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 유채원
- 요가 강사가 된 계기가 궁금해요. 치킨 회사에 다니셨다면서요?

"치킨 회사에 다니면서 매일 야근하고 힘들었어요. 어느 날 양양에 놀러 가서 새벽 5시에 바다 요가를 하는데 정말 좋은 거예요. 요가 하는 동안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수업이 끝나자마자 '이거다!' 싶었어요. '친구한테 나 요가 해야 할 것 같아'하고 말하고 바로 요가원에 등록했죠.

원래 강사를 할 생각은 없었어요. 제 몸을 좀 더 이해하고 싶어서 요가 지도자 과정을 듣게 됐는데 요가에 푹 빠진 거예요. 말하는 걸 좋아하고, 느낀 바를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지도자 과정이 끝날 때는 수업이 너무 하고 싶었어요. 자연스럽게."

- 요가의 매력이 뭐길래 푹 빠지신 건지 궁금해요.

"무궁무진한 거 같아요. 수련하는 시간만큼은 온전히 나의 움직임과 나의 호흡과 몸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첫 번째 같고. 두 번째는 안 되던 자세들이 어느 날 되기 시작하거든요. 그 노력의 과정이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줘요. 자세를 완성하는 게 요가의 전부는 아니지만 동작을 성취했을 때 만족감이 일상생활에서 힘을 주기도 해요."

- 회사를 그만둘 때 가족들이 말리지 않았나요?

"말렸죠. 엄마는 울고불고 전화하고... 엄마는 요가 강사 일을 아직도 취미 생활이라고 생각해요."

- 그래서 어머니께 어떻게 말씀하셨어요?

"회사 생활의 힘든 부분을 강하게 어필했어요. 3년 안에 요가 강사로 돈 못 벌면 다시 회사 가겠다고도 말했죠."

- 당장 안정적인 기반이 사라졌는데 불안하진 않으셨어요?

"행복이 되게 중요했던 거 같아요. 회사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느냐를 많이 생각했어요. 5년을 더 버티면 어떤 사람이 돼 있을까. 10년을 다녀도 아무 비전 없이 불행하게 사는 '회사원 1'이 될 것 같았어요. 퇴사 이후가 걱정되진 않았어요. '아직 젊은데 어떤가, 아르바이트하면 되지!' 이렇게 생각했죠."

- 요가 강사가 되기까지는 어떻게 생활하셨나요?

"'쓰리잡'을 했어요. 베이커리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독서 토론 수업에서 아이들도 가르쳤어요. 육회집 아르바이트도 했어요. 요가 강사 과정 마치고 이력서를 거의 100번 넘게 돌렸어요. 그러다가 남양주 요가원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다이어트 대신 선택한 'XL 요가 클럽'

- XL 요가 클럽은 자신의 몸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고, 그 이유 때문에 운동을 꺼리는 사람들을 위한 수업이잖아요. 지현씨도 원래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이 있으셨나요?

"요가 강사 하기 전까지만 해도 다이어트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 스스로 예쁘다고 생각하면서 살았거든요. 그런데 요가 강사를 하기로 하고 나서부터 '강사를 하려면 살 빼야 한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올해 초에는 '저런 몸매를 가진 사람한테 배우고 싶지 않다'라는 말도 들었고요.

요가 강사를 준비할 때는 살을 빼보려고 하기도 했어요. 맨날 다이어트 프로그램 결제하고 돈 날리고. 다이어트약도 샀죠. 항상 실패했어요. 살을 빼는 게 어렵더라고요. 살을 빼고 나서 요가 강사를 할 수 있으면 저의 시작이 늦어질 것 같았고, 요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유지하지 못할 것 같았어요. 건강상의 이유로 다이어트하려면 얼마든지 하겠지만, 단순히 보여주기 위해서 살을 빼고 싶지 않았어요."

- XL 요가 클럽은 어떻게 구상하셨어요?

"요가 수업 중에 찍힌 사진을 보는데 배가 불룩 나온 거예요. 레깅스, 민소매도 입고 싶은데, 맨날 펑퍼짐한 옷만 입었어요. '누가 내 배를 보면 어떡하지' 하고요. 제가 자신 있는 건 얼굴이지 몸이 아니니까(웃음). 좋지 않은 평가를 계속 듣다 보니까 위축된 거죠. 저랑 비슷한 사람끼리만 요가를 같이 하면 이런 고민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수업을 열기로 했어요."

- 수업의 목표는요?

"체형과 상관없이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어요. 요가하다 보면 남을 볼 여유가 없거든요. 내 느낌을 관찰하기 바빠요. 일반 요가 수업에서도 이걸 체험할 수 있지만, 심리적인 장벽이 있다면 비슷한 고민을 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XL 요가 클럽에서 요가를 즐기시면 좋겠어요.

같이 심리적 장벽을 깨는 시도도 해요. 예를 들면 민소매를 입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다 같이 민소매를 입고 요가하는 '민소매 데이'를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하고요. 야외 요가도 하고 싶었는데 체형 때문에 부담인 분을 위해 야외 요가도 같이 합니다."

- 막상 수업을 열었는데 아무도 안 올까 봐 걱정하지는 않았어요?

"안 모이면 나 혼자 수련 하지 뭐, 한 명이라도 오면 그분 데리고 하지 뭐. 이렇게 생각했어요."

- 수업이 적자라고 들었어요. 운영을 지속하셔도 괜찮은가요.

"대관료 대비해서 수업료가 적자일 때가 많아요. 취미 생활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XL 요가 클럽은 순전히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이에요. 수업하면서 진짜 신기한 게... 피곤하거든요? 그런데 뭔가에 씐 것처럼 하게 돼요. 끝나면 갑자기 가뿐해져요."

- 자신의 외형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왜 이렇게 우리 몸을 미워하게 되는 걸까요.

"사회에서 씌워지는 이미지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기억이 나지 않는 시점부터 '어우 예쁘다', '코가 왜 이렇게 납작해' 평가를 듣잖아요.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나는 부족한가?' 의심하게 되는 거죠."

- 지현씨는 스스로 몸을 긍정하는 편인가요?

"'나는 내 몸을 긍정해'라는 말이 어색한 것 같아요. 육체는 주어져 있고 나는 이 육체를 가지고 사는 건데 긍정할 것도 없고 부정할 것도 없는 거죠.

다이어트하는 사람들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마른 사람들, 근육 탄탄한 사람들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기에 저런 몸이 됐을까, 감탄할 때도 많거든요. 다만 그 사람들의 노력이 대단하다고 해서, 자기 몸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나쁘거나 게으르거나, 부정적인 시선으로 볼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해요.

"XL 요가를 잘 키워서 사람들에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어 주고 싶어요. 웃다가 갈 수 있는, 유쾌한 공간. 그게 가까운 목표예요. 앞으로는 평일에도 XL 요가 클럽 수업도 열고 싶어요. 지금은 평일에 하는 일반 수업을 그만두면 생계가 어려워서 주말에만 열고 있거든요."

- 마지막 질문이에요.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망설이는 사람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도전을 망설이는 이유를 물어볼 거 같아요. 예를 들면 '안정적인 게 걱정돼서'라면, 안정적인 기반을 만들고 나오면 된다고 생각해요. 불안하니까 못하는 거잖아요. 불안함의 원인을 찾아보는 거예요. 저는 저에게 마지노선을 줬어요. 너 그만두고 얼마 기간 동안 안 되면 다시 돌아가라. 그 기간은 정말 최선을 다해라. 준비를 많이 하면 두려운 감정이 사라질 테니까요."
▲ 요가를 하는 김지현씨 낙타자세(우스트라아사나)를 하고 있다.
ⓒ 김지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바라보는 것

"뚱뚱한 선생님께 배우기 싫다."

지현씨는 한 회원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상처 받았지만, 자신을 바꾸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이렇게 생각했대요. '날씬한 선생님께 배우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것처럼, 뚱뚱한 선생님을 원하는 학생도 있지 않겠나'라고요. 그렇게 XL 요가 클럽에서 매 주말 수업을 열고, 체형 때문에 요가를 시작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요가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지현씨의 태도가 멋졌습니다. 저는 저 자신이 부정당할 때마다 나를 바꾸려고 했거든요. 원석을 세공하면 보석이 된다고 믿으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내가 가진 모습 중 환영받지 못하는 것은 숨겼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꽤 오랜 기간 살다 보니 자신감이 점점 떨어졌습니다. 정작 원래의 나는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채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죠. 어쩌면 인간은 원석보다 비누에 가까운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나아지겠다고 계속 깎아내다 보면 멋진 모양이 되는 게 아니라, 내가 너무 작아져 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지현씨를 보며 나를 지키는 방법은 어쩌면 다른 데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스스로 '내가 정말 바뀌어야 하는지' 먼저 질문하고, 그렇지 않다면 굳이 나를 깎지 않는 것. 다른 사람이 되기보다 지금의 나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고, 내가 가진 모습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는 것. 어쩌면 그게 나를 잃지 않으면서 오래 일하는 방법 아닐까요.

《 group 》 성공담이 아닌 시작담 : https://omn.kr/group/bside_club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도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고 전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비사이드클럽 인스타그램 계정(@bside_seoul)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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