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내 퇴직연금’… DB→DC전환 급증, 증시 하락에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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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4200선에서 출발한 코스피가 지난 6월 9300선까지 치솟자 퇴직연금을 회사가 운용하는 확정급여형(DB)에서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으로 전환한 가입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스피가 한창 뜨거웠던 6월부터 전환자가 크게 늘었지만 이후 증시가 급락하면서 DC형으로 갈아탄 일부 가입자의 수익률은 두 달 만에 10% 넘게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해당 수치는 두 증권사의 전환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해 전체 DC형 전환자의 수익률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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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옮긴 적립금은 DB 원복 사실상 불가…“숙려장치 필요”
연초 4200선에서 출발한 코스피가 지난 6월 9300선까지 치솟자 퇴직연금을 회사가 운용하는 확정급여형(DB)에서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으로 전환한 가입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스피가 한창 뜨거웠던 6월부터 전환자가 크게 늘었지만 이후 증시가 급락하면서 DC형으로 갈아탄 일부 가입자의 수익률은 두 달 만에 10% 넘게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7월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한 가입자는 총 14만971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만3242명보다 181.2% 증가했다.
전환 가입자는 올해 6월을 기점으로 크게 늘기 시작했다. 6월 4만3974명이던 전환자는 7월 10만5736명으로 한 달 만에 두 배 넘게 늘었다. 올해 1∼7월 누적 전환자는 34만15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만5947명보다 118.1%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44.0%가 6∼7월 두 달에 몰렸다.
금감원 집계는 해당 월에 DC형으로 전환을 완료한 가입자를 기준으로 하며, 신청부터 실제 전환 완료까지는 통상 약 1개월이 소요된다.
전환 가입자가 급증한 시기는 상반기 증시 상승세가 정점으로 향하던 때와 맞물린다.
연초 4200선에서 출발한 코스피는 상승세를 이어가다 지난 6월 19일 장중 9385.59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퇴직연금은 전환 신청부터 실제 DC형으로 옮겨지기까지 통상 한 달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7월 전환자 상당수는 증시가 고점을 기록했던 6월쯤 전환을 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주가 상승에 따라 통상적인 수준보다 전환 신청자가 많았다”며 “DC형 전환을 신청한 가입자들은 이미 운용 의사결정을 한 상태여서 자금이 들어오면 곧바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 DC형으로 전환한 직후 시장의 방향은 바뀌었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대형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서 올해 4∼6월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한 가입자들의 7∼8월 단순 기간수익률은 각각 -10.7%, -10.2%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8.1% 하락한 가운데 상승장을 보고 직접 운용에 나선 가입자들도 하락장의 충격을 피하지 못한 셈이다.
노후자금 성격의 퇴직연금은 예금과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섞어 운용해 일반 주식투자보다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은 만큼, 두 달간 10% 안팎의 손실은 이례적으로 큰 변동 폭으로 평가된다.
다만 해당 수치는 두 증권사의 전환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해 전체 DC형 전환자의 수익률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DB형에서 DC형으로 옮긴 기존 퇴직연금 적립금을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고 해서 다시 DB형으로 되돌리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점이다.
현행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에 따르면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하면서 이전한 적립금을 이후 다시 DB형 적립금으로 이전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전환 당시 과거 근속기간에 대한 퇴직급여까지 모두 정산해 DC 계좌로 옮기기 때문이다.
다만 회사가 DB형과 DC형을 함께 운영하고 노사가 관련 규정을 마련할 경우 기존 DC 적립금은 그대로 둔 채 향후 근속기간부터 DB형을 새로 적용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과거 가입기간을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DB형을 ‘제로 베이스(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방식이다.
퇴직연금 업계에서는 근속기간이 많이 남은 가입자일수록 DB→DC 전환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DB형은 임금 상승과 근속기간이 퇴직급여에 반영되는 만큼 중간에 DC형으로 전환하면 이후 다시 DB형을 택하더라도 과거 가입 기간을 되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사실상 되돌리기 어려운 선택임에도 현재 DB→DC 전환 과정에는 가입자가 결정을 재고할 수 있는 별도의 숙려기간이 일반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회사별로 일정 주기에 전환 신청을 받는 절차가 있지만 이는 행정 처리를 위한 것으로, 투자 판단을 재검토하도록 하는 숙려 절차와는 성격이 다르다.
이에 따라 한번 전환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제도의 특성을 충분히 고지하고, 단기적인 시장 상황에 따른 쏠림을 막기 위해 숙려 절차 등 가입자 보호장치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의원은 “노후자금의 운명을 바꾸는 중대한 선택인데도 정부는 상승장에 휩쓸린 ‘묻지마 전환’을 사실상 방치했다”며 “단기 수익률에 현혹돼 성급한 전환이 반복되지 않도록 위험고지와 투자교육을 강화하고, 숙려 절차 등 실질적인 보호장치를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기 선임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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