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구호·춤·체조 엮어 힘차게 전하는 긍정 에너지, 치어리딩

━
단순 응원 아닌 스포츠 ‘치어리딩’, 공부 스트레스 풀기에도 그만
영신여고 치어리딩팀 퀸즈는 학생 치어리딩계에서 손꼽히는 강팀이에요. 공부뿐 아니라 인성과 체력까지 고루 기르자는 석성환 전 교장의 제안으로 2015년에 창단했죠. 이후 학생들의 꿈과 재능이 마음껏 꽃피길 바라는 학교의 든든한 지원 아래 서울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대회에서 해마다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전국 대회 정상에도 두 번이나 올랐어요. 올해부터는 이수재 체육 교사가 팀을 맡고, 하지선 전문 강사가 동작과 안무를 지도하고 있습니다.
화려한 무대 뒤에 숨은 퀸즈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김서연 학생기자와 채서현 학생모델이 영신여고를 찾았어요. 체육관 문을 열자 음악에 맞춰 동작을 맞추는 단원들의 기합 소리가 가득했습니다. 야구장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승리를 위하여’를 시작으로 ‘질풍가도’ ‘붉은 노을’ 등 신나는 노래가 이어졌어요. 단원들은 각 잡힌 팔 동작과 높은 점프, 우렁찬 구호를 쉴 틈 없이 쏟아냈죠. 여러 명이 한 몸처럼 같은 박자에 팔을 뻗고 멈추는 모습에서 파워풀한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본격적으로 치어리딩을 체험하기에 앞서, 연습을 마친 단원들과 둘러앉아 궁금했던 이야기를 나눠봤어요.

절도 있는 액션, 우아한 팜
치어리딩에도 여러 종목이 있다는 사실, 알고 있었나요. 퀸즈는 지난해까지 팜 치어리딩 종목으로 대회에 나갔다가 올해부터 액션 치어리딩으로 종목을 바꿨습니다. 팜은 단원 모두가 함께해야 완성되는 종목이라 연습에 시간이 많이 들어, 고심 끝에 종목을 변경했죠. 김서연 학생기자가 두 종목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했어요.
“액션 치어리딩은 크고 힘 있는 동작과 역동적인 에너지로 관객의 호응을 끌어내는 응원 스타일이에요. 반면 팜 치어리딩은 턴·킥·점프 같은 유연한 안무를 선보이는 종목이죠. 액션이 웅장하고 파워풀하다면, 팜은 절제된 선을 강조한다는 차이가 있어요." 정서원(2학년) 응원단장이 설명했죠.

두 종목은 응원하는 모습만 봐도 쉽게 구분할 수 있어요. 팜 치어리딩은 가늘게 자른 비닐 끈을 한데 묶은 응원 도구인 ‘팜(Pom)’을 양손에 들고 무대에 올라요. 흔히 ‘폼폼’이라고도 부르죠. 반면 액션 치어리딩은 빈손으로 팔 동작의 각도와 절도를 살려요. 우리나라 대학 응원단 문화에 뿌리를 둔 방식이라, 해외 대회 종목엔 없고 한국에서만 볼 수 있답니다.
단원들이 입은 반짝이는 단복도 눈길을 끌었죠. 치어리더의 복장이 유난히 화려한 이유를 궁금해하자 서원 단장이 “멀리서 보는 관객에게도 단원들의 동작과 에너지를 또렷하게 전달하기 위해서예요"라고 설명했죠. 빛에 반사되는 금박과 선명한 색감은 무대 위 단원들을 더 돋보이게 하고, 치어리딩 특유의 밝고 열정적인 분위기를 살려주죠. 팀의 정체성과 단합력을 눈으로 보여주는 역할도 한답니다.

무대 분위기를 좌우하는 건 동작만이 아니에요. 어떤 음악을 고르느냐에 따라 관객의 반응도 확 달라집니다. 퀸즈의 경우 팀 이름처럼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분위기의 곡이나, 분위기를 확 띄우는 응원가를 주로 써요. 듣는 사람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을 만큼 박자가 확실하고 신나야 관객도 자연스럽게 따라 호응할 수 있기 때문이죠. 앞서 감상한 무대에 야구장 등 스포츠 경기장에서 들을 법한 응원가가 줄줄이 등장한 이유였어요.
무대 뒤에는 오랜 준비 과정이 숨어 있어요. 퀸즈의 안무는 하 강사의 도움을 받아 두아인(1학년) 단원이 주로 짜요. "중학교 3년 내내 치어리딩을 해온 경험이 든든한 밑거름이 됐어요. 예전에 했던 무대들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 편입니다.” 안무가 완성됐다고 끝이 아니에요. 11명의 동작과 박자가 한 치의 어긋남 없이 맞아떨어질 때까지 연습을 반복하고 또 반복해야 하죠. 이렇게 팀 전체가 무대에 오를 수 있을 만큼 호흡을 맞추기까지 보통 한두 달이 걸린다고 해요. 짧은 무대 하나에 몇 달의 땀방울이 담기는 셈이에요.
■ 치어리딩 기본 용어
「 팜(Pom): 가늘게 자른 비닐이나 반짝이는 끈을 한데 묶은 응원 도구. ‘폼폼’이라고도 불러요. 팜을 들고 춤추는 종목이 팜 치어리딩이죠.
찬트(Chant): 음악 없이 구호를 외치며 간단한 팔 동작으로 응원하는 부분이에요. 학교스포츠클럽 대회에서는 30초 동안 선보여요.
모션(Motion): 치어리딩의 기본 팔 동작을 이르는 말이에요. 하이 브이처럼 팔의 각도와 위치가 정해져 있어요.
포메이션(Formation): 단원들이 무대 위에서 서는 위치와 모양이에요. V자, 일자 등으로 바꿔가며 무대를 입체적으로 꾸며요.
」
2분 30초에 담는 모든 것
지난 9월 5일 열린 2026 서울특별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대회 치어리딩 종목에서 퀸즈는 준우승이라는 값진 성적을 거뒀어요. 2018년부터 꾸준히 상위권에 입상하고 전국 대회 정상에도 올랐던 저력을 처음 도전한 액션 종목에서도 증명한 셈이죠. 준우승이 확정된 순간을 떠올리며 단원들은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고 입을 모았어요.
단원들을 울고 웃게 한 대회에도 엄격한 규칙이 있는데요. 어떤 규칙으로 치러지냐는 서현 학생모델의 질문에 서세민(2학년) 단원이 답했어요. "출전 인원은 최소 8명부터 최대 24명까지예요. 다만 팀 전체 인원이 10명보다 적으면 5점이 감점돼요. 본 무대에 앞서 음악 없이 구호와 동작만으로 응원을 펼치는 찬트(Chant)는 30초, 음악에 맞춘 연기는 2분 안에 준비해야 하죠. 무대를 시작할 때와 끝낼 때 인원이 같아야 해서 중간에 누가 빠지거나 들어오면 안 돼요.” 세부 규정은 대회마다 조금씩 달라서 출전 전에 참가 요강을 꼼꼼히 확인해야 하죠.

대회 무대에 서면 몇 달을 연습한 동작도 순간 머릿속이 하얘질 때가 있어요. 퀸즈 단원들도 모두 한 번쯤은 무대에서 안무를 잊어버려 아찔했던 경험이 있대요. 그럴 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서연 학생기자가 물었어요. “긴장하면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요. 중요한 건 티 내지 않고 끝까지 밝은 표정을 유지하는 거예요. 틀려도 당황하지 말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신감 있게 웃으며 다음 동작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면 돼요. 무대에서 끝까지 에너지를 보여주는 게 관객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요.” 서원 단장의 답에서 그간의 무대 경험이 묻어났어요.
서현 학생모델은 "주로 여자 치어리더만 본 것 같은데, 대회에 남자팀도 출전하는지" 궁금해했어요. 김현지(1학년) 단원은 “남자로만 이뤄진 팀보다는 혼성팀이 많았다”며 “특히 기술적이고 파워풀한 동작이나 스턴트에서 남자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고 답했죠. 스턴트는 여러 명이 한 사람을 들어 올리거나 공중으로 던지는 고난도 기술이에요. 아래에서 받치는 사람을 ‘베이스’, 위로 올라가는 사람을 ‘플라이어’라고 부릅니다.
사실 치어리딩은 남성들이 먼저 시작한 스포츠인데요. 1898년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미식축구 경기에서 조니 캠벨이라는 남학생이 관중 앞에 나서서 구호를 이끈 것이 현대 치어리딩의 출발로 꼽혀요. 이후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며 여성 참여가 크게 늘었고, 지금은 대회에 따라 남자팀·혼성팀·여자팀 부문을 나눠 운영하기도 합니다.

■ 치어리딩, 종류도 가지가지
「 치어리딩은 크게 '퍼포먼스 치어'와 '팀 치어' 두 갈래로 나뉘어요. 같은 종목이라도 혼자 하는 싱글, 둘이 하는 더블, 여럿이 하는 팀으로 나눠 겨루기도 합니다.
춤으로 겨루는 ‘퍼포먼스 치어’
팜: 반짝이는 팜을 들고 턴·킥·점프를 선보여요.
액션: 팜 없이 절도 있는 팔 동작과 힘찬 구호로 응원해요. 한국 대학 응원단 문화에서 시작돼 우리나라에만 있는 종목이에요.
힙합과 재즈: 각각 댄스를 바탕으로 무대를 꾸며요. 힙합은 리듬감 있는 움직임을, 재즈는 회전과 유연성을 강조해요.
사람을 쌓아 올리는 ‘팀 치어’
흔히 스턴트 치어리딩이라고 불러요. 체조를 바탕으로 텀블링·점프는 물론, 여러 명이 한 사람을 들어 올리거나 공중으로 던지고 사람 위에 사람을 쌓는 피라미드까지 선보이죠. 아래에서 받치는 사람을 ‘베이스’, 위로 올라가는 사람을 ‘플라이어’라고 해요. 인원에 따라 2명이 하는 파트너 스턴트, 4~5명이 하는 그룹 스턴트, 여러 명이 함께하는 팀 치어로 나뉘어요.
」
즐기기 위해 필요한 건 협동심과 체력
단원들이 치어리딩을 시작한 계기는 저마다 달랐어요. 중학교 때부터 치어리딩한 아인 단원은 “춤과 치어리딩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역동적인 걸 좋아하는 저한테는 치어리딩이 맞겠다고 선배들이 권해줬어요"라고 답했죠. 현지 단원은 초등학생 때 팜 치어리딩으로 시작해 액션 치어리딩까지 다양하게 경험한 베테랑이요. 중학교에서는 응원단장까지 맡았죠. “어릴 때 반짝이는 옷을 너무 입어보고 싶어서 지원했는데 여기까지 왔다”며 웃었어요.
반대로 서원 단장은 고등학교에 와서 처음 치어리딩을 시작한 케이스예요. 선배들의 동아리 홍보를 보며 마음이 움직였대요. 세민 단원은 1학년 때는 부모님의 반대로 들어오지 못하다가 체육대회에서 친구들의 무대를 보고 뒤늦게 합류했고, 정재희(2학년) 단원은 퀸즈에서 활동하던 선배의 모습이 너무 멋져 보여 직접 들어가고 싶다고 지원했죠.

치어리딩을 잘하려면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요. 현지 단원은 팀워크와 근력을 꼽았어요. 팔을 많이 쓰는 동작이 많아서 근력이 없으면 버티기 힘들기 때문이죠. 또 여럿이 같이하는 군무라서 혼자 잘하는 것보다 모두가 함께 춤의 완성도를 높이는 협동심이 중요합니다. 단원들은 달리기 같은 기초 체력 운동도 꾸준히 한다고 해요.
퀸즈는 여름방학에도 일주일에 3~4번, 한 번에 1시간에서 1시간 30분씩 모여 연습했어요. 고등학생이 공부와 치어리딩 연습을 함께 해내기란 쉽지 않을 텐데요. 합을 맞추는 데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팜에서 액션으로 종목을 바꾼 것도 공부와 연습 사이에서 스스로 균형점을 찾기 위한 선택이었죠. 그렇다고 치어리딩이 부담만 되는 건 아니에요. “공부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필요했다"는 서원 단장의 말처럼 단원들에게 연습 시간은 잠시나마 머리를 비우고 에너지를 채우는 시간이기도 하죠.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을 묻자 재희 단원은 “팀원들과 동작을 맞춰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냈을 때”라고 답했어요. “처음엔 어려웠던 동작을 함께 연습해 완성했을 때 뿌듯하고, 관객의 호응을 받으면 힘들었던 연습이 보상받는 느낌이에요.” 퀸즈의 무대를 보는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꼈으면 하는지도 물었죠. 현지 단원은 “밝은 에너지와 즐거움을 함께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 무대를 보고 긍정적인 힘과 자신감을 얻어 가셨으면 해요”라고 답했어요.
퀸즈를 한마디로 표현해 달라는 질문에는 단원들 사이에서 “밥을 많이 먹는 팀”이라는 농담이 먼저 튀어나와 웃음이 터졌어요. 서원 단장은 이내 “긍정적이고 에너지 넘치고 자신감 있는 팀”이라고 정리했죠. 미래의 퀸즈를 꿈꾸는 소중 친구들에게는 “처음부터 완벽하게 잘하려고 하기보다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꾸준히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실수하거나 어려운 순간이 와도 친구들과 함께 노력하다 보면 몰랐던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라고 전했죠. 마지막으로 지금의 퀸즈에게 스스로 점수를 매겨달라고 하자, 단원들은 망설임 없이 외쳤어요. “100점이요. 모자란 거 없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의 치어리딩 도전기
본격적인 치어리딩 체험에 앞서 서연 학생기자와 서현 학생모델은 퀸즈의 단복부터 갖춰 입었어요. 치어리더 의상은 입는 순서가 정해져 있죠. 먼저 블라우스를 입고 치마를 착용한 뒤, 치마 위에 벨트를 둘러요. 마지막으로 조끼나 재킷을 걸치면 완성이죠. 거울 앞에 선 두 사람은 치렁치렁한 소매와 화려한 무늬의 의상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어요. 옷만 갈아입었을 뿐인데 벌써 무대에 오를 준비를 마친 것 같았죠. 퀸즈 단원들과 나란히 선 소중 학생기자단은 치어리딩의 기본 동작부터 하나씩 배워봤어요.

첫 번째는 ‘망치’ 동작이에요. 이름처럼 망치를 내려치듯 손과 어깨에 힘을 실어 팔을 앞으로 힘차게 뻗는 동작이죠. 팔만 휘두르는 게 아니라 어깨부터 손끝까지 한 번에 힘을 전달해야 절도 있는 모양이 나와요. 다리도 쉴 틈이 없어요. 양발을 옆으로 넓게 벌리고 섰다가, 팔을 내려치는 박자에 맞춰 오른쪽 다리만 뒤로 차듯 접어 올리죠. 팔과 다리를 동시에 움직이려니 처음엔 박자가 자꾸 엇갈렸지만, 단원들이 “하나, 둘” 구령을 붙여주자 조금씩 모양이 잡혀갔어요.
두 번째로 배운 동작은 치어리딩의 대표 포즈인 ‘하이 브이(High V)’예요. 양팔을 머리 가까이 접었다가 위를 향해 크게 V자를 그리며 활짝 펼치는 동작이에요. 두 팔이 머리 위에서 곧게 뻗어야 하고, 좌우 높이가 똑같아야 멀리서도 반듯하게 보이죠. 다리는 넓게 벌렸다가 모으는 동작을 반복해요. 팔을 펼치는 순간 다리를 모으면 몸 전체가 커다란 Y자처럼 보이는데요. 단순해 보여도 팔을 끝까지 곧게 뻗은 채 버티려면 어깨 힘이 꽤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퀸즈가 가요 ‘붉은 노을’에 맞춰 직접 만든 안무 중 ‘사랑해’ 부분에 도전했어요. 양손을 번갈아 앞으로 힘 있게 찌르다가,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커다란 하트를 만들고 다리는 하이 브이처럼 모았다 벌리기를 반복하죠. 몇 번 따라 하지 않았는데도 서연 학생기자와 서현 학생모델의 이마엔 금세 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중간중간 물을 마시며 숨을 골라야 했죠. 동작 하나하나에 팔과 어깨 끝까지 힘을 실어야 하다 보니 생각보다 체력이 많이 필요했어요. 두 사람은 신나 보이기만 했던 치어리딩이 이렇게 힘든 운동인 줄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어요. 2분 내내 밝은 표정으로 무대를 채우는 퀸즈 단원들이 새삼 대단해 보이는 순간이었죠.
야구·배구·농구장을 누비는 프로 치어리더를 만나다
퀸즈를 통해 학생 치어리더의 열정을 만나봤다면, 이번엔 현직 치어리더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경기장을 울리는 목소리로 ‘문학 확성기’라는 별명까지 얻은 프로야구팀 SSG 랜더스 소속 조다정 치어리더가 답했습니다. 화려한 응원 단상 뒤의 일상부터 치어리더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전하는 조언까지,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봤어요.

Q : 치어리더를 한 문장으로 소개한다면요.
A : 경기장의 분위기를 밝혀주는 사람들이에요!
Q : 경기 날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나요.
A : 헤어와 메이크업을 직접 하기 때문에 집에서부터 바빠요. 보통 경기 시작 4시간 전까지 출근해야 하는데, 수도권에서는 각자 이동하는데 보통 2시간쯤 잡아요. 씻고 준비하는 2시간을 더하면 경기 시작 8시간 전부터 움직이는 셈이죠. 경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어마어마한 빨래가 기다리고 있답니다(웃음).
Q : 무대에 서기 전 연습은 얼마나 하나요.
A : 어느 팀이든 개막 전이 가장 바빠요. 응원가부터 공연까지 10곡 넘게 완성해야 하거든요. 저희 팀은 개막 전에 보통 주 1~2회씩 연습해요. 개막 후엔 한 달에 두세 번 모여 연습하면서 새로운 곡을 익히고 동선을 맞춘 뒤 영상으로 촬영해요.
Q : 야구·배구·농구를 모두 응원하는데, 종목마다 응원 방식이 다른가요.
A : 아주 달라요. 야구는 우리 팀이 공격할 때 응원단상에 올라가요. 선수가 타석으로 걸어갈 때는 등장곡, 공을 칠 준비를 할 때는 그 선수의 응원가가 나와서 선수마다 두 곡씩 준비돼 있어요. 배구는 공을 받고, 올리고, 때릴 때 팀마다 정해진 구호를 외쳐요. 제가 속한 의정부 KB손해보험 스타즈는 받을 때 “K”, 올릴 때 “B”, 때릴 때 “빠샤!”예요. 단상이 없는 구장에서는 팬들의 시야를 가리지 않게 앞쪽 공간을 돌아다니며 응원하죠. 농구는 코트 한쪽에 모여서 응원해요. 야구나 배구는 공연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농구는 감독님이 언제 작전타임을 부를지 모르니까 경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어요. 작전타임에 맞춰 ‘질풍가도’나 K팝 공연을 선보입니다.
Q : 마케팅 회사에 다니다 치어리더로 진로를 바꾼 특별한 이력이 있죠.
A : 학생 때부터 제 꿈은 특정 직업이 아니라 ‘내 행복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었어요. 저는 사소한 일에도 행복을 많이 느끼는데, 다른 사람들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치어리더도 그런 직업이라고 생각했어요. 팀이 지고 있을 때 단상에서 누구보다 목청 터져라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관중들이 한 번 더 힘을 내고, 이길 때는 함께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거죠. 그래서 저는 팀이 질수록 동작이 더 커져요. “저 좀 보세요, 같이 응원해요!” 하고요. 목소리가 커서 중계방송에도 들린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소리칠 때 더 큰 목소리로 함께해 주세요(웃음).
Q : 발목 부상으로 오래 쉰 적도 있어요.
A : 생각보다 심하게 다쳐서 두 달 동안 땅에 발을 딛지도 못했어요. 뼈가 붙은 뒤에는 근육이 굳어 발목이 굽혀지지 않아서 걷는 연습부터 다시 했죠. 예전만큼 각도가 나오진 않지만, 지금은 다쳤던 사람인지 모를 정도로 재활에 힘썼어요.

Q : 2021-22년 데뷔 시즌에 서울 SK 나이츠 창단 첫 통합우승의 주역이 됐어요.
A : 프로농구에서 손꼽히는 강팀이라 “역시 우승할 줄 알았어” 하는 마음이 컸어요. 응원하는 팀의 통합우승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땐 잘 몰랐죠. 경력이 쌓일수록 그 의미가 더 크게 다가와요. 그때 더 즐길 걸 하는 아쉬움도 들고요.
Q : 가장 짜릿했던 경기와 힘들었던 경기를 꼽자면요.
A : 종목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할 때 뒤집는 역전승이 제일 짜릿해요. 2025시즌 SSG 랜더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지고 있던 상황에 신인 이율예 선수가 끝내기 홈런을 친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힘들었던 경기는 별로 없어요. 응원할 때가 제일 행복하거든요. 굳이 꼽자면 팀 최다 연패를 끊지 못했을 때요. 연패 중엔 SNS도 자제하고, 1점 1점을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응원해요.
Q : 치어리더에 대해 사람들이 오해하는 점도 있을 것 같아요.
A :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 아래 수많은 노력이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Q : 반대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요.
A : 솔직히 매 경기 전율이 돋아요. 한 팀을 응원하려고 모인 사람들, 그들이 흔드는 응원 도구와 함성까지. 치어리더는 관중을 마주 볼 수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 앞에서 응원을 이끈다는 게 정말 행복해요.

Q : 기억에 남는 어린 팬이 있나요.
A : 농구팀 고양 캐롯 점퍼스(현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를 응원하던 재율이라는 친구가 있어요. 매번 신기한 응원 도구를 만들어 와서 중계 화면에도 자주 잡혔죠. 한 시즌밖에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듬해 제가 서울 삼성 썬더스로 옮긴 뒤 소노와 경기가 있던 날 소노 팬들이 퇴근길에 기다렸다가 제 이름을 외치며 선물까지 챙겨주셨어요. 그 자리에 재율이도 있었던 거로 알아요. 지금은 얼마나 컸을지 궁금해지고 보고 싶네요.
Q : 좋은 치어리더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A : 밝은 성격과 적응력이라고 생각해요. 예뻐 보이는 것보다 긍정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게 진짜 매력적이거든요. 힘찬 에너지를 가진 치어리더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져요. 물론 체력과 춤 실력도 정말 중요하지만요.
Q : 앞으로의 목표는요.
A : 요즘 영어와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고, 나중엔 일본어도 배우고 싶어요. 혼자 여행 가서도 대화할 수 있을 만큼요. 치어리더 외에도 다양하게 뻗어 나갈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Q : 진로를 고민하는 어린이·청소년 소중 독자와 퀸즈 같은 학생 치어리더에게 한마디 부탁해요.
A :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먼저 생각해 보세요. 그에 맞는 일을 찾으면 어려운 순간이 와도 이겨내고 행복하게 할 수 있어요. 쉬운 직업은 없지만, 진정성 있게 임하면 뭐든 해낼 수 있어요.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동행취재=김서연(서울 위례별초 5) 학생기자·채서현(서울 중평초 5) 학생모델
■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영신여고 치어리딩팀 ‘퀸즈’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시범 공연을 선보였는데, 한 동작 한 동작 절도 있는 무대에 눈을 뗄 수 없었죠. 퀸즈는 원래 팜 치어리딩으로 활동했지만, 팀원들이 호흡을 맞추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고민 끝에 액션 치어리딩으로 종목을 바꿨다고 해요. 액션 치어리딩은 역동적이고 절도 있는 동작이 특징이에요. 퀸즈 단원들의 안내에 따라 기본 동작을 체험해 봤는데, 겹겹이 껴입은 단복 탓에 몇 가지 동작만 해도 금세 지쳤어요. 무대 위에서 흐트러짐 없이 공연을 이어가는 단원들의 체력과 열정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죠. 이번 취재를 계기로 치어리딩에 대한 관심도 커졌어요. 무대 뒤에서 흘린 땀만큼 빛날 퀸즈의 다음 무대가 기대돼요.
김서연(서울 위례별초 5) 학생기자

평소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추는 걸 좋아해서, 실력으로 유명한 영신여고 치어리딩팀 ‘퀸즈’를 취재하러 간다는 소식에 무척 설렜어요. 퀸즈 언니들이 연습하는 체육관에서 치어리딩 동작을 배워봤는데요. 화려한 파란색 치어리더 복을 입으니 진짜 치어리더가 된 것처럼 신났죠. 하지만 막상 동작을 따라 해보니 박자에 맞춰 정확하게 움직이는 게 생각보다 훨씬 힘들어 멋진 무대 뒤에 얼마나 많은 노력과 연습이 숨어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평소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는 이야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죠. 직접 치어리딩을 체험하고, 궁금했던 점도 알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무대 위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칼군무를 보여주고, 무대 아래에서는 다정하게 동작을 가르쳐 준 퀸즈 언니들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어요.
채서현(서울 중평초 5) 학생모델
」
글=박소윤 기자,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SSG 랜더스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MB “청와대 담 넘어도 절대…” 광우병 그때, 경찰에 내린 엄명 | 중앙일보
- 40세에 자궁 잃은 여의사…암 진단 1년전, 가장 후회한 행동 | 중앙일보
- 술·담배 달고 살던 회장, 84세 몸짱 됐다…매일 먹은 ‘이 가루’ | 중앙일보
- 이혼 다음 날 처남 죽였다…아내가 본 남편의 ‘끔찍 비디오’ | 중앙일보
- “살려주세요” 병원 화장실서 비명…20대 여성 성폭행하려 한 남성 결국 | 중앙일보
- 유명배우 부부싸움에 경찰 출동…“아내 안 때렸다” 폭행설 부인 | 중앙일보
- “버스 어떻게 타요?” 미국인 관광객, 한국서 놀라는 이유 | 중앙일보
- 올해 ‘이 유행병’ 심상찮다…예년보다 빨리 와서 오래 간다 | 중앙일보
- “대출 1억 신청하셨죠?”…벌써 2차범죄 우려 커졌다 | 중앙일보
- 철없는 ‘전역모 세리머니’…축구로 또 불붙은 병역특례 논란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