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리 모인 탈북민 900명 “한국 보통사람처럼 살고 싶다”

김방현 2026. 10. 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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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 900명이 모인 ‘2026 한반도 평화 공존을 위한 한마당 축제’가 지난 3일 대전 엑스포 시민광장에서 열렸다. 김성태 객원기자

대전시 유성구에 사는 권모(45·여)씨는23세 때인 2004년 2월 북한을 탈출했다. 권씨는 부친이 영문도 모른 채 보위부(국가정보국)로 끌려간 이후 돌아오지 않자 가정 형편이 급격히 어려워졌다고 한다. 이에 먹고 살길을 찾아 혼자 두만강을 넘었다. 그는 중국에서 16년을 살다가 2020년 대전에 정착했다. 중국에서 결혼해 자녀 2명을 두고 있는 권씨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다. 그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서 취업하는 게 꿈”이라며 “한국의 보통 사람처럼 살고 싶다”고 말했다.

권씨처럼 북한을 이탈해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백두한라협회가 지난 3일 대전 유성구 엑스포시민광장에서 개최한 ‘2026 한반도 평화 공존을 위한 한마당 축제(한마당 축제)’를 통해서다.

이날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열린 한마당 축제는 전국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 900여명이 참여했다. 이번 행사는 시민과 북한이탈주민이 함께 어우러져 상생과 평화 공존의 의미를 나누고, 청소년과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공연과 체험 행사를 통해 시민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전시와 대전 서구, 대전사랑시민협의회 등 40여 개 지역 기관·기업이 후원했다.

메인 무대에서는 북한이탈주민 공연예술단인 백두한라예술단의 특별공연이 펼쳐졌다. 테너 장경환과 백두한라예술단의 협업 무대에서는 ‘그리운 금강산’,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등을 불렀다. 이어 난타 공연과 시니어 모델(중·장년층)이 참여하는 패션쇼, 한반도 평화 공존과 번영을 염원하는 퍼포먼스 등도 진행됐다.

행사장에는 10여개 체험 부스도 마련됐다. 북한 음식 시식 코너와 제기차기·윷놀이 등 전통놀이와 문화체험 등 청소년과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북한 음식으로는 인조고기밥·속도전떡·두부밥 등이 선보였다.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이산가족 유전자 검사 봉사소’도 운영했다. 유전자검사에는 북한이탈주민 등 70여명이 참여했다.

(사)백두한라협회는 대전지역 북한이탈주민 등 700여 명으로 구성된 봉사단체로, 북한을 탈출한 강순희(57)씨가 2007년 만들었다. 협회는 그동안 북한이탈주민의 자립을 돕고 장학사업이나 직업교육 등도 해왔다. 또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김장담그기, 무료급식 등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강순희씨는 “전국의 북한이탈주민이 한자리에 모여 축제 한마당을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행사가 평화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 확산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에 사는 북한이탈주민은 3만500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2005년 두만강을 건너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왔다. 그는 줄곧 대전에 거주하며 결혼하고 백두한라협회를 만들어 지역 사회 돕기 등을 해왔다. 강씨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군 장교였던 부친이 1993년 3월 병으로 사망한 뒤 집에 먹을 게 없어졌고, 어머니도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그해 12월 세상을 떠났다”라며 “나도 굶어 죽을 것 같아 가족을 남겨두고 혼자 북한을 탈출했다”라고 말했다. 강씨는 “지금 상황에서 북한을 지원해봐야 핵무기 개발 등에만 쓰이고 굶주린 주민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라며 “우리 정부가 북한에 할 소리는 하고 당당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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