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후티에 ‘대공세’ 임박? 10만 병력 동원해 원유 수송로 탈환노린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친이란 세력 후티 반군 사이의 군사적 긴장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사우디가 후티를 겨냥한 대규모 군사작전을 준비하는 조짐이 포착되며 양측의 충돌이 전면전 수준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는 후티가 장악한 모든 영토를 되찾기 위한 군사작전 개시를 공식 선언했다.
3일(현지시간) 후티가 운영하는 매체 알마시라TV에 따르면 후티는 이날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를 비롯해 나즈란·지잔·아시르 등 사우디 각지의 석유 시설에 미사일 및 드론(무인기) 공격을 퍼부었다. 실제 이날 리야드 남쪽에 있는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시설에선 화염과 연기가 관측됐다.
이와 함께 카미스무샤이트와 타이프에 있는 군사기지도 폭격했다고 알마시라TV는 보도했다. 알마시라TV는 “사우디의 도발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후티는 지난주에도 홍해 연안 사우디 원유 수출의 거점인 얀부의 아람코 정유시설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타격했다. 앞서 지난달 10~11일경에는 사우디 선박들의 통항을 막겠다면서 홍해의 입구인 바브엘만데브해협 통제권을 장악하기도 했다. 바브엘만데흐해협은 이란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이 막힌 상태에서 사실상 사우디의 유일한 원유 수송로 역할을 해 왔다.

사우디는 후티에 대한 ‘대공세’로 반격에 나섰다. AFP통신에 따르면 3일 후티가 장악한 예멘 수도 사나에서는 강한 폭발음이 최소 5차례 들렸다. 전투기 2대가 사나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알마시라TV는 “사우디가 사나를 26차례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사우디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군도 4일 관련 사실을 확인했다. 예멘 정부군 공식 대변인인 마지드 압둘라 알누자일리 대령은 사우디 국영TV를 통해 “사나와 사다에 있는 후티의 핵심 표적에 강력한 타격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다는 예멘 북서부 도시로 후티의 주요 거점으로 꼽히는 곳이다. 사우디 정부는 아직까지 자국의 예멘 공습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다.

사우디가 조만간 바브엘만데브해협 탈환과 원유 수송로 확보를 위해 대공세 확대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로이터는 3일 예멘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사우디와 예멘 정부군이 수일 내로 후티를 상대로 대규모 지상·공중 공세를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대공세 시나리오는 바브엘만데브해협 주변에 전력을 집중해 후티를 몰아내는 방안과 알바이다·마리브·타이즈·알자우프 등 예멘 여러 전선에서 동시에 공세를 펴는 방안 등 두 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걸프 지역과 예멘 당국자들은 “공세 규모에 따라 예멘 병력 10만명 이상이 동원될 수 있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다만 후티의 에너지 시설 및 인프라 보복은 사우디에 고민거리다. 걸프 지역 당국자들은 “사우디의 핵심 우려 사항은 새 예멘 공세에 나설 경우 후티의 드론·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석유시설과 기타 인프라가 공격받는 것”이라며 “사우디는 대공세에 앞서 여러 동맹국에 방어체계 지원을 요청한 상태”라고 전했다.
파키스탄은 이미 사우디에 병력을 파견했다.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파견한 병력이 3~4만 명에 이른다. 이들은 사우디 육상 국경 방어 및 후티 등의 드론·미사일 요격 지원 임무를 맡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달 방공체계와 드론·대드론 장비 등을 실은 수송기 4대를 예멘 정부의 임시 수도가 있는 남부 항구도시 아덴으로 보냈다. 또 파키스탄 군사고문들이 사우디 측과 함께 예멘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프랑스도 군사지원을 결정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사우디 얀부를 방어하기 위해 방어체계와 병력을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예멘 정부군도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라샤드 알알리미 예멘 대통령지도위원회 의장은 4일(현지시간) TV 연설에서 “오늘 공화국의 남은 영토를 탈환하고 국가와 국가기관의 권위를 전 국토에 확장하기 위한 군사작전의 시작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알알리미 의장은 군과 치안부대에 “승인된 계획에 따라 부여된 임무 수행을 시작하라”며 “국가가 후티의 손아귀에서 해방될 때까지 작전을 계속하라”고 지시했다. 후티 장악 지역 주민들에게도 정부군에 협력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번 선언은 후티가 최근 정부군 지역을 잇따라 점령하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나왔다. 후티는 남서부 거점 도시 타이즈로 들어가는 주요 보급로를 차단하고 타이즈와 정부 거점인 남부 항구도시 아덴을 잇는 핵심 도로도 막았다.

정작 사우디의 최대 안보 동맹으로 꼽히는 미국은 군사개입에 신중하다. 앞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지난달 워싱턴DC를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후티 공습을 요청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했다. 대신 미국은 정보·감시·정찰과 군사 자문 등 간접적인 지원만 제공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미 악시오스에 따르면 최근 2주간 미국이 사우디에 제공한 후티 표적이 200곳 이상이다.
그러나 사우디는 미국에 군사개입을 거듭 요청 중이다. 2일 악시오스는 빈 살만 왕세자의 동생이자 사우디 국방장관인 칼리드 빈 살만이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사우디·예멘 정부군이 준비 중인 후티 대공세 계획을 설명하고, 미국에 후티 표적에 대한 공습을 다시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미국 측은 사우디에 “현재로서는 직접적인 무력행동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악시오스가 전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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