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10년, 득보다 실 컸다”…‘EU 재가입’ 밀어붙이는 英

영국이 유럽연합(EU)으로 복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국내 여론도 한층 무르익었다.
앤디 버넘 영국 총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BBC와 인터뷰에서 “영국이 ‘끝까지 밀어붙여(go all the way)’ EU에 재가입할 수 있다”며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를 되돌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넘의 구상이 현실화할 경우 주요 7개국(G7) 회원국이자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 EU에 복귀한다는 상징성이 있다.
버넘 총리의 선언은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10년 동안 달라진 여론 기류와 맞닿아 있다. 3일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달 메시나그룹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9%가 EU 재가입에 찬성했다. 재가입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28.5%에 그쳤다. EU 탈퇴 결정이 잘못됐다는 응답도 52.4%로 옳았다는 응답(29.7%)을 크게 웃돌았다.
영국과 유럽 주요국의 관계도 가까워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버넘의 발언에 “매우 좋은 소식이 될 것”이라고 반겼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도 “두 팔 벌려 환영하겠다”고 말했다.
버넘이 속한 노동당은 2029년까지 치를 차기 총선까지 EU는 물론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 다시 가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버넘은 영국과 유럽의 관계를 다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캐나다에 첫 번째 EU ‘준(準)회원국’ 지위를 주는 방안을 제안해 영국의 입지에도 관심이 쏠렸다. 11월 예정한 EU와 영국 정상회담에서 버넘은 양측 관계를 재설정하는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룰 전망이다.
영국이 EU와 거리를 좁히려는 건 브렉시트가 기대한 경제·정치적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브렉시트 이후 주요 7개국(G7)과 비교한 영국의 경제 성장과 생산성이 부진했다. 투자와 혁신도 타격받았다”고 짚었다. 정치적으로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영국이 유럽과 거리를 두기보다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부상했다.
다만 당장 EU 재가입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 정부가 검토하는 선택지에는 현행 관계 유지부터 EU 단일시장 복귀, 재가입까지 여러 단계가 포함돼 있다. 브렉시트 이후 벌어진 정치적 갈등을 다시 불붙일 가능성도 있다.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는 “EU 재가입 논의가 영국을 극심하게 분열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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