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씩 드러나는 플라이두바이 부기장 정체…네타냐후와 트럼프, 모두 안보 카드로

이근평 2026. 10. 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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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보안의 허점을 드러낸 여객기 테러가 이스라엘에선 선거 카드로, 미국에선 이란 압박 카드로 활용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참사를 막은 승객들을 연일 영웅으로 부각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 연루 가능성을 거론하며 보복을 경고했다. 그러나 부기장이 과거 과격 성향에 대한 우려로 비행 업무에서 배제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위험인물을 걸러내지 못한 항공사와 당국의 책임부터 따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30일 사우디아라비아 타부크에 비상착륙한 플라이두바이 여객기의 인도인 기장 스미트 마치하르. 그는 부기장으로부터 공격받았음에도 조종실 문 잠금을 해제해 승무원과 승객이 부기장을 제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스라엘 외무부 제공·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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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배제됐는데 다시 조종간…도끼로 기장 공격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의 저비용항공사(LCC) 플라이두바이 1073편 테러범인 부기장 하맘 알함마미(29)는 오만항공에서 극단주의 성향에 대한 우려로 비행 업무에서 제외됐다가 플라이두바이에 채용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오만 당국이 그의 극단주의 웹사이트 접속 사실을 파악하면서 비행을 막았다는 것이다.

알함마미의 링크드인에 기재된 오만항공 재직 기간은 2018년 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가 2024년 사무직으로 이동했다”며 “이후 지난해 모로코 국영항공사 로열에어모로코에 잠시 있었지만 3개월 교육을 받고는 정규직으로 최종 채용되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플라이두바이에 입사한 뒤에는 최근까지 이스라엘행 노선을 운항했다.

지난달 30일 승객과 승무원 182명을 태우고 두바이에서 텔아비브로 향하던 여객기에서 알함마미는 기장을 공격했다. UAE 당국은 3일 “알함마미가 비상용 도끼로 기장을 공격하고 항공기를 장악하려 했다”며 “테러 행위 시도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비상 탈출 등에 쓰기 위해 비치한 도끼를 꺼낸 만큼 외부에서 흉기를 반입할 필요도 없었다. 부상당한 기장이 조종실 문을 열고 승객·승무원들이 대응하면서 항공기는 사우디에 비상착륙했다.

수사당국은 알함마미가 성장기에 내전 중인 시리아에 머물면서 급진화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 같은 왜곡된 시각이 그의 소셜미디어(SNS) 글에서 드러났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업주부 대신 바리스타가 되려는 여성에 대해서 “아내는 일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내 원칙”이라고 썼고, 범행 당일엔 죽음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의 19세기 아랍 시구를 게시하기도 했다.

그의 SNS 계정에서는 알카에다 관련 영상도 발견됐다. CNN에 따르면 알함마미의 링크드인과 인스타그램에는 사건 발생 약 9시간 뒤 테러 조직 관련 영상 두 편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영상에는 2023년 10월 조종석에서 촬영한 두바이 국제공항의 이스라엘 엘알 항공기들과 알카에다 전 수장 아이만 알자와히리의 사진이 담겼다. 2009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등 9명을 숨지게 한 후맘 알발라위의 사진도 등장했다.

다른 영상에는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이슬람 3대 성지 이미지와 함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존엄을 지키겠다는 내용의 시구가 음성으로 담겼다. 그러나 이들 게시물을 누가 올렸는지, 사전에 예약돼 올라갔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플라이두바이 여객기에서 부기장 제압에 나섰던 승객들이 이스라엘 벤구리온 국제공항에 도착해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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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엔 신원조회 요청도 없었다…검증 책임 공방


이런 그가 플라이두바이로 이직했던 데는 허술한 신원조회가 한몫했던 것으로 보인다. WSJ는 “오만이 다른 나라로부터 그에 대한 신원조회 요청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며 “UAE 당국과 플라이두바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신원조회 요청을 받았다면 오만 당국이 응했을 것이라는 취재원의 발언도 소개했다.

이스라엘이 항공사의 검증에만 의존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스라엘 교통부 보안 담당자는 3일 “우리는 외국인의 배경을 조사하는 정보기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승무원 명단을 사전에 받지 않고 그 대신 승무원 보안 검증을 거쳤다는 확인을 항공사로부터 받는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교통부는 플라이두바이와 UAE 측의 신원조회 책임을 지적했다. 이스라엘과 수교하지 않은 오만 국적 조종사에게 텔아비브행 비행을 맡겨서는 안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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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둔 네타냐후, 승객 영웅담을 선거 카드로


WSJ는 “이번 사건이 이달 말 총선을 앞둔 네타냐후에게 정치적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방의 적이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이끄는 우파 연정만이 국민을 지킬 수 있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선거 메시지가 이번 국면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네타냐후 총리는 부상당한 기장에게 내년 이스라엘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성화를 점화해 달라고 제안하고, 귀국 승객들을 직접 맞이하는 등 영웅 서사를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반면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네타냐후 총리의 경쟁자 가디 아이젠코트 전 군 참모총장은 교통부의 조종사 검증 문제를 정부의 무능을 보여주는 사례로 들며 참사를 막은 건 시민들의 용기였다고 강조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1일 벤구리온 국제공항에서 플라이두바이 여객기 부기장 제압에 나섰던 승객 야니브 하윤을 만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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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공개 없이 이란 지목한 트럼프…중간선거 셈법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이란 문제로 연결했다. 그는 지난 1일 백악관에서 이란이 이번 사건에 연루됐냐는 질문에 “내가 듣고 있는 바로는 그렇다”며 “다만 지금 확인 중이다”라고 답했다. 이란의 책임이 확인될 경우 미국이 보복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매우 강하게 타격받을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1일 벤구리온 국제공항에서 플라이두바이 여객기 부기장 제압에 나섰던 승객 야니브 하윤을 만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아직 이란 연루설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번 사건을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이란전쟁이 중간선거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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