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라이벌의 ‘티키타카’가 대학로 무대로
역사 속 라이벌의 신념과 갈등을 노래와 랩으로 구현한 뮤지컬이 대학로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뮤지컬 ‘소크라테스 패러독스’와 ‘난세’는 각각 고대 아테네와 조선 건국기라는 전혀 다른 시공간을 배경으로, 서로 다른 신념으로 맞선 인물들의 대결을 무대 위에 펼쳐낸다.

지난달 10일 개막한 뮤지컬 ‘소크라테스 패러독스’는 기원전 399년 아테네 법정에 선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그를 고발한 시인 멜레토스의 대결을 중심에 둔다. 소크라테스는 도시의 신을 믿지 않고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작품은 이 법정 공방을 힙합과 랩 배틀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철학적 질문과 답변, 반박이 비트와 랩으로 쉴 새 없이 이어진다. 멜레토스가 소크라테스를 향해 “난 사실을 말해. 저 아저씨는 그냥 꼰대”라고 공격하면, 소크라테스는 “난 알아. 내가 모른다는 걸”이라고 응수하는 식이다. 관객은 배심원으로 설정돼 누구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는지 판단하게 된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고전 철학을 익숙한 음악 장르와 재치 있는 언어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2022년 초연한 이 작품은 힙합과 랩을 전면에 내세워 고전 철학을 현대적으로 번역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재연에서 소크라테스 역은 정민·김도빈·조풍래·문경초, 멜레토스 역은 최호승·황민수·이종석·이준우가 맡았다.
지난달 8일 막을 올린 ‘난세’는 고려의 몰락과 조선 건국이라는 격변기 속에서 정도전과 이방원이 걸어간 서로 다른 길을 조명한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의기투합했던 두 사람은 새 나라의 방향을 둘러싸고 갈라선다. 결국 제1차 왕자의 난을 앞두고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는 관계로 변한다.

극은 1398년 왕자의 난 직전의 밤, 장기판을 사이에 둔 두 사람의 마지막 대치에서 출발한다. 무대도 장기판으로 구성하고, 배우들이 직접 말을 움직이듯 의자를 활용해 정치적 수싸움을 시각화한다. 장기판 위에서 펼쳐지는 두 인물의 대치는 권력을 둘러싼 갈등인 동시에 각자가 꿈꾼 새로운 나라의 모습을 둘러싼 논쟁이다.
넘버와 대사도 두 사람의 신념 차이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정도전이 “나라의 수는 급히 두는 법이 아니다”라고 말하면, 이방원은 “난세에는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걸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맞받는다.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정도전과 권력을 쟁취해야만 새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이방원의 논리가 팽팽하게 맞선다.
2022년 초연 당시 ‘꾼’을 포함한 3인극이었던 작품은 이번 재연에서 정도전과 이방원만 등장하는 2인극으로 재편됐다. 이성계 등 다른 인물들은 두 배우가 번갈아 연기한다. 인물 간 관계를 압축해 두 주인공의 대립과 심리 변화에 집중하도록 한 구성이다. 정도전 역은 조풍래·손유동·심수호가 이방원 역은 최석진·박두호·김기택이 맡았다.
두 작품 모두 다음 달 29일까지 서울 혜화동 대학로 NOL 서경스퀘어에서 공연한다. ‘소크라테스 패러독스’는 스콘 1관, ‘난세’는 스콘 2관에서 관객을 만난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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