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대청봉서 추락한 60대…비번 소방관이 목숨 살렸다

쉬는 날 설악산을 찾은 소방관이 대청봉에서 추락한 60대 등산객을 발견하고 응급처치부터 헬기 이송까지 도우며 생명을 구했다.
4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전남광주 서부소방서 박형주 119구급팀장은 지난 2일 성지순례를 위해 설악산 인근의 한 절을 찾았다가 산행에 나섰다.
박 팀장은 대청봉 표지석 인근에서 등산객 A씨가 발을 헛디뎌 약 2m 아래 바위로 추락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추락 당시 정상 일대에 둔탁한 충격음이 울릴 정도로 충격이 컸고, A씨는 바닥에 엎드린 채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박 팀장은 즉시 10m가량을 달려가 A씨의 상태를 살폈다.
A씨는 코와 입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으며 얼굴 곳곳이 찢어지거나 쓸린 상태였다. 손가락 사이도 크게 벌어져 출혈이 계속되는 등 위급한 상황이었다.
산 정상에는 제대로 된 응급처치 장비가 없었다. 박 팀장은 주변 등산객들에게서 토시 등을 받아 상처 부위를 감싸 지혈하고, 현장에 있던 간호사와 함께 A씨의 의식과 호흡 상태를 확인했다.
잠시 뒤 의식을 되찾은 A씨가 구토와 헛구역질을 반복하고 두통과 졸림을 호소하자 박 팀장은 뇌 손상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신속한 헬기 이송이 필요하다고 본 박 팀장은 119상황실과 계속 연락하며 구조 방법을 논의했다. 이후 군 헬기 지원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 곧바로 환자 이송 준비에 들어갔다.
박 팀장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역할을 나눴다. 간호사에게는 A씨의 상태를 계속 살피도록 하고 다른 등산객들에게는 환자 부축을 부탁했다.
이들은 대청봉 정상에서 약 600m 아래에 있는 헬기 이착륙장 인근 공사장 숙소까지 A씨를 옮겼다.
박 팀장은 이착륙장에 도착한 뒤에도 군 측에 현장 상황을 전달하고 직접 헬기 유도까지 맡았다.
A씨는 군 헬기를 통해 성남의 국군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수술을 받았다.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 팀장은 “사고를 보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이 먼저 움직였다”며 “소방관으로서 환자가 구조될 때까지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 혼자 한 일이 아니다”라며 “현장에 있던 간호사와 등산객들이 함께 도와줬고 119상황실과 군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환자를 신속히 이송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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