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이 충녕대군과 강무 떠난 그곳…600년 전 시간이 열린다

신진호 2026. 10. 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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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열린 해미읍성축제에서 관람객들이 버블쇼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 서산문화재단]

600여 년 전인 1416년. 조선 태종은 셋째 아들 충녕대군(훗날 세종)과 충청도 해미로 강무(講武)를 떠난다. 강무는 일종의 군사훈련으로 임금이 성 밖으로 나가 사냥을 하면서 장졸을 지휘하고 실전에도 대비하던 중요한 행사였다. 당시는 충녕대군이 세자에 책봉되기 2년 전으로 역사학자들은 태종이 충녕의 자질을 시험해보기 위해 강무에 동행시킨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5년 뒤인 1421년 서산 해미에는 성곽(읍성)이 세워진다. 읍성(邑城)은 고을을 둘러싸고 평지에 조성한 성으로 해미읍성은 고창읍성, 낙안읍성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읍성’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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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해미읍성축제 10월 9~11일 열려


충남 서산시가 주최하고 서산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제23회 서산 해미읍성축제’가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HAEMI UNIVERSE 1421, 시간의 문이 열리다’라는 주제로 개최하는 올해 축제는 태종과 충녕대군의 동행이라는 역사적 서사를 기반으로 ‘서산의 땅과 바다, 그리고 서산의 사람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서산의 식재료로 만든 성찬을 비롯해 성문을 활짝 여는 아이들, 전통 마당극에 참여하는 지역 주민까지 서산만의 생명력을 담은 게 특징이다.

축제 개막일인 9일 첫 무대에는 서산소년소녀합창단의 창작 뮤지컬 ‘해미와 일곱 빛의 보물’이 무대에 오른다. 이어 서산청소년오케스트라가 공연한다. 모든 무대의 주인공이 서산의 다음 세대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주말인 10~11일 읍성 내 동헌 뜰에서는 충청의 맥을 이어온 서산의 충남 무형유산 4종목인 승무 심화영류(보유자 이애리), 내포 앉은 굿(보유자 조부원), 내포제시조(보유자 박선웅), 박첨지놀이(보유자 이태수)가 시연된다. 달마루에서는 매일 오후 4시30분 ‘HAEMI in K-street’(K-pop 커버댄스, 스트릿댄스)가 열려 600년 고성과 현대 댄스의 아름다운 조화를 선보인다.

지난해 열린 해미읍성축제에서 무관복장을 한 출연진이 검무를 추고 있다. [사진 서산문화재단]

해미읍성을 쌓은 민초의 애환을 해학적으로 풀어낸 주민 참여 마당극 ‘마딧길’은 축제 기간 매일 오후 2시 놀이마당에서 관객을 만난다. 서산문화재단 임진번 대표이사는 “600년 전 성을 축조할 때 해미를 비롯해 인근 23개 마을에서 주민들이 돌을 하나씩 쌓고 마을 이름을 돌에 새겼다”고 설명했다. 이번 축제에서는 23개 마을(도시)과의 문화 품앗이를 시작으로 QR로 인증받은 호패를 차고 역사를 체험할 기회도 마련된다.

서산문화재단 임진번 대표이사는 “축제는 눈으로만 감상하는 과거가 아닌 도시와 도시가 만나고 관객이 주인공이 되는 연대의 장이어야 한다”며 “역사 체험과 미래 관광산업까지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입체적 축제 생태계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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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식재료로 만든 '해미성찬 팔폭' 선보여


축제 둘째 날인 11일 동헌 뜰에서는 축제의 백미 ‘해미성찬 팔폭(八幅)’이 60인 한정으로 차려진다. 미슐랭 스타 김성운 셰프와 한식 대가 김지영 셰프가 의기투합, 서산 미식의 가능성을 시험한다. 식재로는 100% 서산에서 나온 것으로 서산 간척지 햅쌀을 비롯해 서산 한우, 간월도 어리굴젓, 감태와 우럭, 부석 생강, 황토 육쪽마늘이 한 상에 오른다. 딸기 스파클링와인과 들국화주, 생강주 등 서산의 특산주 3종도 곁들여진다. 음식은 먹는 순서가 아닌 ‘역사적 장면의 순서’로 구성돼 병풍처럼 펼쳐진다.
지난해 열린 해미읍성축제에서 관람객들이 고성댄스파티를 즐기고 있다. [사진 서산문화재단]
축제를 기획한 이정민 총감독은 “태종실록 1416년의 행차 기록을 파고들면서 왜구로부터 운반선을 지키기 위해 군사훈련을 진행했던 태종과 스무 살 충년대군의 고뇌를 마주했다”며 “태종이 닦아 놓은 안보의 토대 위에서 아들 세종이 애민의 정치를 꽃피운 부자의 서사를 무대 위에 생생하게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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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총감독 "태종 부자의 서사, 생생하게 담아낼 것"


축제 기간 1000대의 드론이 밤하늘을 수놓고 입체 미디어파사드 ‘빛의 성벽’이 장관을 이루게 된다. 10일 오후 1시에는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에어쇼가 마련되고 동문 주차장 일원에서는 첨단 요격미사일 천궁·미궁 실제 모형이 전시되고 거북차 미디어 사생대회가 어우러진 ‘해미 디펜스 로드’도 열린다. 1980년대 초반 천수만 간척사업으로 서산과 인연을 맺은 현대자동차그룹 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지난해에 이어 수준 높은 클래식 공연을 선보인다.

이완섭 서산시장은 “해미읍성은 조선시대 충청도 23개 고을 백성이 돌 하나하나에 고을의 이름을 새겨가며 함께 쌓아 올린 화합과 호국의 상징”이라며 “600년 전에 만든 안보의 성벽을 첨단 기술과 문화로 재해석해 시민과 방문객에게 자긍심을 전달하는 뜻깊은 추억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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