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생수 250원에 PB만 채웠다…롯데의 ‘무인매장’ 실험

노승욱 매경이코노미 기자(inyeon@mk.co.kr) 2026. 10. 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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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슈퍼, 서울 일원동 무인 PB숍 ‘굿투데이마켓’ 운영
생수 250원·간식 500원…한 달여 사내벤처 테스트

#. 10월 2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 일원동 래미안 개포 루체하임 상가. 붉은색 간판에 ‘GOOD TODAY MARKET(굿투데이마켓)’이라고 적힌 작은 매장 앞에는 ‘무인매장 팝업스토어’, ‘롯데 사내벤처 프로젝트’라는 문구가 나란히 붙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일반 편의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담배 진열대나 계산대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벽면을 따라 롯데마트·슈퍼의 자체브랜드(PB) ‘오늘좋은’과 ‘요리하다’ 상품이 빼곡하게 진열돼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가격이다. 500㎖ 무라벨 생수 한 병이 250원이다. 일부 스낵과 간식류는 500원, 1000원 수준에 판매됐다. 진열대를 채운 김·과자·라면·음료·생활용품 상당수는 1000~3000원대다. 냉장 진열장에는 갈비탕과 설렁탕, 어묵탕, 떡볶이 등 ‘요리하다’ 간편식이 놓여 있다.

매장은 편의점보다 훨씬 단출했다. 긴 진열대 몇 개와 냉장·냉동 쇼케이스가 매장 대부분을 차지했고 출입구 옆에는 키오스크 한 대가 놓여 있다. 상품을 직접 스캔한 뒤 카드로 결제하는 완전 무인 방식이다. 이따금 손님이 들어와 음료수와 HMR 제품을 2~3개씩 구매해갔다.

롯데슈퍼가 서울 강남에서 무인 형태의 PB 전문 매장 실험에 나섰다. 매장 이름은 ‘굿투데이마켓’. PB 상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살펴보기 위한 한 달여짜리 사내벤처 팝업스토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롯데슈퍼가 서울 강남에서 무인 형태의 PB 전문 매장 실험에 나섰다. (노승욱 기자)
PB만 채우고 가격은 마트 수준…한 달여 ‘초단기 실험’
롯데마트·슈퍼에 따르면 영업은 9월 20일께 시작해 10월 말 종료할 예정이다. 장기 영업을 전제로 한 정식 점포라기보다 두 달 남짓 공간을 빌려 운영하는 단기 실험이다. 상품 판매 공간은 약 5평으로 일반 편의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롯데마트·슈퍼 관계자는 “무인 PB 마켓 형태의 단기 팝업스토어라고 보면 된다”며 “신규 유통 포맷을 정식으로 론칭하거나 무인 편의점 사업을 확대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늘좋은’과 ‘요리하다’를 알리고 어떤 상품에 고객이 반응하는지 살펴보기 위한 테스트”라고 말했다.

상품 구성은 PB 과자와 생수·음료, 가공식품, 생활용품, HMR 중심이다. ‘오늘좋은’이 가성비 높은 식품·생활용품을, ‘요리하다’가 가정간편식을 맡는 구조다.

특히 가격 경쟁력이 두드러진다. 현장에서 확인한 일부 오늘좋은 상품은 생수 500㎖ 250원, 간식류 500원 안팎, 김과 과자류 1000~2000원대로 책정돼 있었다. 요리하다 HMR도 3000~7000원대 상품이 주를 이뤘다. 일반 편의점보다는 대형마트 PB 가격 체계에 가까운 셈이다.

진열대 몇 개와 냉장·냉동 쇼케이스가 매장 대부분을 차지한다. (노승욱 기자)
출입구 옆에는 키오스크 한 대가 놓여 있다. (노승욱 기자)
생수 500㎖ 250원, 간식류 500원 등 초저가 상품이 주를 이룬다. (노승욱 기자)
PB 알리고 소비자 반응 확인…‘사내벤처’ 테스트
눈길을 끄는 대목은 기존 롯데마트·슈퍼 점포가 아닌 별도의 소형 로드숍에서 PB 상품을 테스트한다는 점이다. 대형 점포 내부 전용 매대가 아니라 독립된 공간에서 PB 상품만으로 매장을 구성해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매장 전면에는 ‘롯데 사내벤처 프로젝트’라는 문구도 크게 표시돼 있다. 롯데 측은 이번 매장이 새로운 유통 포맷의 사업성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PB를 알리고 상품별 소비자 반응을 살펴보기 위한 실험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관심있는 상품 종류와 가격보다 ‘롯데 사내벤처 프로젝트’라는 문구가 크게 적힌 간판과 배너가 눈에 띄게 강조돼 있다. (노승욱 기자)
다만 무인매장이라는 형식 자체는 최근 편의점 업계의 흐름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한때 미래형 점포로 주목받았던 무인·하이브리드 편의점은 최근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말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편의점 4사의 무인·하이브리드 점포는 3481개로 전년보다 428개, 10.9% 줄었다. 2023년과 비교하면 23% 이상 감소했다. 완전 무인 편의점은 4사를 합쳐 71개에 불과했다. 담배·주류 판매 제약과 고객 불편, 수익성 등이 확산의 걸림돌로 꼽힌다.

롯데 측도 매출에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롯데마트·슈퍼 관계자는 “개점 열흘 남짓 동안에는 저가 과자와 간편식, 한 끼 대용 상품을 집어가는 고객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며 “다만 개점 직후 추석 연휴가 겹친 데다 테스트 기간도 짧아 현재 매출 수치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굿투데이마켓의 확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롯데마트·슈퍼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정말 한 달짜리 테스트”라며 “결과가 나온 뒤에야 향후 방향을 판단할 수 있고, 지금 단계에서 사업 확대 계획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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