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영웅] “아이 때문에 못 나가요”… 고객 실수에 라이더가 배달앱 끄고 달려간 이유

고영주,조민영 2026. 10. 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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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늦은 밤, 한 동물병원 앞에 배달 오토바이가 멈춰 섭니다.

주소를 잘못 적은 그 고객에게 주문한 음식을 건네주기 위해 시간을 내어 그쪽으로 되돌아가기 위해서였죠.

평소에도 배달을 완료하면 손님들에게 "맛있게 드시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라는 문자를 늘 남겼다고 하죠.

이런 마음들이 만나자 배달기사와 주문자라는 건조한 관계조차 따뜻한 인연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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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놓고 나오라 할 순 없잖아요“
배송지 잘못 쓴 고객 위해 배달앱 끈 라이더
아직 살만한 세상 만드는 [작은영웅]


어느 늦은 밤, 한 동물병원 앞에 배달 오토바이가 멈춰 섭니다. 음식을 전달하고 가야하는데, 문은 굳게 잠겨 있고 불꺼진 내부엔 인기척이 없습니다.  밀린 배달에 마음이 급해진 배달 기사는 주문 고객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이내 당황스런 얘기를 듣습니다. 

집 주소 잘못 적은 고객 실수에 손해 감수하고 되돌아간 라이더
퇴근 후 부업으로 배달일을 하는 박학범(44)씨가 지난 9월 경험한 일입니다. 학범씨 전화를 받은 고객은 화들짝 놀라며 어쩔 줄 몰라했다고 합니다. 

집 주소를 잘못 입력했던 거였죠. 학범씨가 도착한 곳은 그 고객의 집에서 1km 떨어진 엉뚱한 위치였습니다. 

1분 1초가 돈인 라이더 입장에선 고객이 주소를 잘못 적은 거니, 그냥 그 위치에 음식을 놓고 갈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수화기 너머로 발을 동동 구르는 고객의 말이 학범씨를 주저하게 했습니다. 

너무 죄송하다며, 어린아이가 있어 멀리는 못 가는데 아파트 입구까지라도 나갈 테니 어떻게 안 되겠냐는 부탁이었습니다. 

박학범(44)씨
“아기가 있어서 못 나오시겠다는데… 그분이 ‘아파트 입구라도 나갈 테니까 어떻게 좀 안 될까요?’ 하시길래, 저도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아기를 두고 나오게 할 수가 없어서…”
미안해하는 고객 목소리 뒤에선 들려오는 어린 아이 소리에 결국 마음이 움직인 학범씨. 이미 받아 놨던 주문 배달을 서둘러 마친 뒤 곧바로 배달 배차 앱을 껐습니다.  주소를 잘못 적은 그 고객에게 주문한 음식을 건네주기 위해 시간을 내어 그쪽으로 되돌아가기 위해서였죠. 
박학범(44)씨
“솔직히 이게 배달기사로서 (배차) 끄는 게 쉽지 않았는데, 그 아이 그냥 지켜주자 그냥 좋은 일 하자 싶었어요.”
얼굴조차 모르는 낯선 사람이었지만, 같은 부모로써 안쓰러운 마음에 선뜻 자신의 손해를 감수한 겁니다. 그 고객의 집 앞에 물건을 내려놓은 학범씨는 늦은 밤인만큼 문자만 남기고 조용히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런데 곧장 학범씨가 생각지도 못한 응답이 왔습니다. 

박학범(44)씨
“갑자기 고객님이 너무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커피 쿠폰을 2만원짜리를 보내 주신 거에요. 저는 그냥 좀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분은 그걸 너무 죄송하다고,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시니까 순간 막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자기가 한 실수를 인정하고, 학범씨가 베푼 작은 배려를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인양 여기지 않고 깊이 감사해할 줄 아는 고객이었던 겁니다. 그런 고객의 태도에 학범씨 마음도 울컥햇습니다. 
‘이런 우연이…?’ 행복을 배달하는 따뜻한 배달 기사
그리고 다음 날. 학범씨에게 또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같은 고객의 집으로 또 배달을 가게 된 겁니다.
박학범(44)씨
“랜덤으로 기사가 배차되니까 똑같은 집에 배달하기가 쉽지 않은데…”
워낙 희박한 확률인지라 학범씨는 그냥 우연이 아닌 신기한 인연처럼 느껴졌다고 합니다. 더구나 전날 자신에게 고객이 보내준 선물에 대한 고마움도 계속 마음에 남아 있었죠. 

학범씨는 결국 지난 추석 연휴를 앞두고 그 집을 다시 찾아갔습니다.

박학범(44)씨
“마침 추석 연휴 전날에 갑자기 생각이 나길래, 감사하게 커피 한 잔 마시고 나머지 돈으로 커피랑 케이크 사서 그분한테 갖다 드리고 나왔습니다.”
이런 학범씨의 다정함은 사실 이번에 갑자기 발현된 건 아닙니다. 평소에도 배달을 완료하면 손님들에게 “맛있게 드시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라는 문자를 늘 남겼다고 하죠. 
박학범(44)씨
“‘행복한 하루 되세요’ 이런 걸 보내면 저도 누군가한테 그런 걸 받았을 때 기분 안 좋다가도 기분 좋아지잖아요. 그래가지고 제가 이렇게 하게 된 것 같아요. 저로 인해서 누군가가 따뜻해질 수 있는 게 너무 행복하네요 진짜.”
당장의 수입 몇천원보다 사람의 마음을 더 크게 여길 수 있었던 학범씨와 그에 대한 고마움을 알았던 고객이 주고 받은 마음. 이런 마음들이 만나자 배달기사와 주문자라는 건조한 관계조차 따뜻한 인연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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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고영주PD, 조민영 기자 mymin@kmib.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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