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맨손으로 흉기 잡고 “살려달라”…여대생 성폭행 노린 ‘악몽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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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로 가해한 뒤 320m 끌고 가”
“지금도 혼자 있는 게 무섭고, 인기척만 들려도 깜짝깜짝 놀래요. 가해자가 응당한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2일 충북 청주시의 한 병원에서 만난 여대생 A씨(19)는 붕대로 감싼 오른손을 매만지며 이렇게 말했다. A씨는 지난달 27일 오후 11시 20분쯤 청주시 서원구의 한 주택가에서 1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린 뒤 성폭행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한 피해자다. 사건 당시 가해자의 흉기를 맨손으로 뺏으려다 오른쪽 네 번째 손가락 인대가 끊어졌다. 양손 곳곳에 베인 흔적이 보였다.
왼쪽 옆구리도 흉기에 약 5㎝ 깊이로 찔려 봉합 수술을 받았다. A씨 어머니는 “의료진으로부터 0.1㎝만 더 들어갔으면 장기가 손상됐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딸을 쓰다듬었다.
경찰은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상해 혐의로 피의자 B군을 구속했다. B군은 “스트레스 때문에 흉기를 휘두른 것은 맞지만 성폭행할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다시는 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건 당일 오후 11시 15분쯤 A씨는 버스에서 내려 자췻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인적이 드문 원룸가 골목에 들어서자 오토바이 한 대가 멈춰 섰고, 검은 넥워머를 눈 밑까지 올려 쓴 B군이 다가왔다. A씨는 “주변에 원룸이 많아 배달기사가 왔나 하고 생각하려던 찰나에 맞은편에서 오던 가해자가 뭔가로 옆구리를 푹 찔렀다”며 “바닥에 그대로 넘어졌는데 흉기를 든 가해자를 보고 겁이 나 ‘집에 가고 싶다. 신고 안 할 테니 살려만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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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도 하지 마라” 바지 내리려 한 가해자
B군은 A씨를 놓아줄 듯하다가 어깨동무를 한 채 약 320m 떨어진 공터로 끌고 갔다. 주택이 철거돼 맨땅으로 남은 골목 구석이었다. B군은 도착 전에 A씨에게 휴대전화를 버리게 했다고 한다. A씨는 “흉기로 내 상의를 툭툭 치며 벗어보라길래 후드티를 벗었지만, 옆구리에 피가 흥건한 걸 보고 다시 입으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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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성폭행 시도 맞다…합당한 처벌 해야”
A씨는 “이래도 성폭행 시도가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는 “공포 때문에 사건 이튿날 집을 정리했다”며 “그날 일을 기억에서 지우고 싶다”고 했다.
A씨 부모는 딸의 트라우마와 손가락 영구장애를 걱정하고 있다. 헬스케어 운동학을 전공하는 A씨는 트레이너나 운동선수의 재활·컨디션 관리 종사자가 꿈이다. A씨 어머니는 “정신적 충격도 문제지만, 나중에 손을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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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부모 “경찰 피해자 배려 부족”, 경찰 “사무실 조사 제안한 것”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최초 진술을 받은 뒤 다음날 지구대로 올 수 있는지 의향을 물었을 뿐, 사무실 출석을 종용한 것은 아니었다”며 “성범죄 특성상 피해자 상당수는 개방된 공간인 병원에서 조사받는 것을 꺼리고, 긴급체포 후 48시간 이내에 B군의 구속 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그런 제안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일부 현장 출동 경찰관의 근무 태도가 부적절했다는 A씨 측 주장에 대해 “사건 당일 현장에 출동한 직원을 상대로 확인 결과 ‘웃거나 떠든 사실이 없다’는 진술이 일치했다”며 “공터 인근 폐쇄회로TV(CCTV)에 찍힌 1시간 분량의 영상에서도 경찰관들이 웃거나 떠든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타 부서 간 합동대응과정에서 업무공유는 정상적인 공무수행 과정으로, 이 모습을 오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계획범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B군의 휴대전화와 범행 전 동선 등을 추가 조사하기로 했다. 또 청주시와 함께 A씨에게 경제적 지원과 함께 심리치료를 제공할 예정이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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