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성인 자녀 관리 소홀로 4억 배상 판결, 그 부모가 던진 질문

이건희 2026. 10. 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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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병원에 입원시키지 않고, 사회성을 키우게 하는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죄가 되지 않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9월 30일 오후 서울법원종합청사 앞 삼거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성인 발달장애인의 아버지 김상현씨가 한 말이다. 김씨는 성인 발달장애인 부모가 보호 책임을 다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해야 보호 책임을 다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아들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기보다 복지관을 이용하며 사회성을 기를 수 있도록 해왔다고 토로했다.

최정규 변호사(공익법률센터 파이팅챈스)는 이에 대해, "성인 장애인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독립된 권리의 주체"라며, "부모에게 성년 자녀의 외출과 교류를 제한하거나 신체를 구속할 포괄적 권한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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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복지법 제40조 제3항 위헌법률심판 위헌제청 촉구 기자회견

[이건희 기자]

▲  정신질환자 부모에게 '자타해 방지의무'를 부과하는 정신건강복지법 제40조 제3항 위헌제청 촉구 기자회견
ⓒ 박주원
"자식을 병원에 입원시키지 않고, 사회성을 키우게 하는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죄가 되지 않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9월 30일 오후 서울법원종합청사 앞 삼거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성인 발달장애인의 아버지 김상현씨가 한 말이다. 김씨는 성인 발달장애인 부모가 보호 책임을 다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해야 보호 책임을 다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아들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기보다 복지관을 이용하며 사회성을 기를 수 있도록 해왔다고 토로했다.

김씨 부부는 현재 성인 발달장애인 아들이 일으킨 화재로 인해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처지에 놓여 있다.

지난 2023년 김씨의 아들은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불을 냈고, 이 사건으로 구속 기소됐다. 약 11개월간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은 그는 현주건조물방화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형사부는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여기에 보호관찰 명령도 함께 내려졌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화재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는 김씨 부부를 상대로 약 14억 4천만 원의 구상금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올해 2월, 김씨의 아들이 정신건강복지법상 '정신질환자'에 해당하고, 부모는 같은 법 상 '보호 의무자'라고 판단했다. 이어 부모가 아들의 위해 행위를 막을 법률 상 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아들이 성인이고 부모가 24시간 행동을 감시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해 책임을 30%로 제한하고 약 4억 3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김씨 부부는 이 판결에 항소했고, 지난 9월 28일 항소심 재판부에 정신건강복지법 제40조 제3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통제할 권한은 없는데, 통제하지 못한 책임만 묻는 구조

이날 기자회견은 공익법률센터 파이팅챈스, (사)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사)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 단체들이 문제를 지적하는 조항은 정신건강복지법 제40조 제3항 가운데, 보호의무자에게 정신질환자가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아니하도록 유의'할 의무를 부과한 부분이다. 해당 조항이 이번 사건에서 '부모의 법률상 감독의무과 손해배상 책임'의 근거가 되었다.

소송 대리인인 임한결 변호사(재단법인 동천)는 기자회견에서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성년 장애인을 감독할 법적 책임을 지울 수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임 변호사는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민법 상 부양의무자는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가 되고, 제40조 제3항은 보호의무자에게 자,타해 방지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며 "이 구조에서는 장애가 있는 사람이 성년이 된 이후에도 부모 등 가족이 계속 행동을 관리, 감독해야 하고, 위험 행동을 막지 못하면 거액의 손해배상책임까지 부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부모에게 성년 자녀의 행동을 포괄적으로 통제할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최정규 변호사(공익법률센터 파이팅챈스)는 이에 대해, "성인 장애인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독립된 권리의 주체"라며, "부모에게 성년 자녀의 외출과 교류를 제한하거나 신체를 구속할 포괄적 권한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제할 권한은 주지 않으면서 통제하지 못한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서는 이 조항이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을 오히려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한결 변호사는 "정신질환자와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치료와 돌봄, 위기지원, 주거와 활동지원 등 공적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며, "이러한 사회적 시스템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가족에게 더 잘 감독했어야 한다고 요구한다면, 장애인에 대한 지원과 국가의 사회적 책임은 다시 가족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것은 현행 제도가 부모로 하여금 자녀의 지역사회 생활을 지원하기보다 시설이나 병원에 맡기는 선택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연대발언에 나선 김영희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전 정책위원장은 이 문제가 발달장애인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신건강복지법상 보호의무자의 책임 문제가 발달장애인 뿐 아니라 중증 정신질환자, 치매 노인을 돌보는 가족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초고령사회에서 더 많은 가족들이 비슷한 문제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족은 성인 자녀나 노부모를 감시해야 되는 사람이 아닙니다. 가족은 교도관도 아니고, 밀착 감시하는 경찰도 아닙니다. 가족은 그냥 가족입니다."

일반 성인이 타인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 그 가족에게 자동적으로 배상 책임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이것과 비교하면 장애인 가족에게 특별한 감독의무를 부여하는 현 제도는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피해 구제와 부모 책임은 별개

다만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번 위헌제청 신청이 화재 피해자의 피해를 가볍게 여기거나 배상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최정규 변호사는 사고 피해자의 회복과 피해를 발생 시킨 성년 자녀의 부모에게 배상 책임을 지우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피해에 대한 법적 책임은 구체적인 행위와 귀책사유에 따라 판단해야 하며, 장애인의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성년 자녀의 행위에 대한 책임까지 부담 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피해자의 정당한 구제는 보장하되 그 부담을 가족이라는 이유로 부모에게 전가 해서는 안 된다며, 국가와 지자체가 장애인에게 필요한 생활 지원과 위기 대응 체계, 피해 회복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이 법원에 던지는 질문은 간단하다.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을 독립된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고 있음에도, 그 부모는 자녀의 삶을 평생 감독해야 하는 사람으로 남아 있어야 하는가?'

결국 법원이 답해야 할 것은,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피해자 구제를 보장하면서, 가족에게 집중돼온 돌봄과 감독의 책임을 국가와 사회가 어디까지 함께 부담해야 하는가의 문제다. 이 판단은 성인 발달장애인이 독립된 권리의 주체라는 원칙을 실제 제도 속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와도 맞닿아 있다.

기자회견 직후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는 당사자 책임 능력과 부모의 감독의무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피고 측은 당사자가 이미 형사처벌은 받은 점을 들어 책임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볼 수 없다며, 부모에게 법률상 감독의무가 없고, 설령 인정된다 하더라도 필요한 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했다. 다음 재판은 11월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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