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열린 날, '개천절' 4358주년의 의미

최경식 2026. 10. 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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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남다른 애착을 가진 '히스토리텔러'입니다.

10월 3일 개천절을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우리 역사와 전통문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충북 괴산에서는 중·고등학생들이 개천절 경축식에 참석해 개천절의 유래와 역사적 의미를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3·1절이 독립운동을, 광복절이 해방과 정부 수립의 역사적 의미를, 제헌절이 헌법 제정을 기념한다면 개천절은 그보다 훨씬 오래된 '국가와 공동체의 시작'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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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식 기자의 히스토리 25] 개천절 역사와 시대 따라 변화

역사에 남다른 애착을 가진 '히스토리텔러'입니다. 국내와 해외의 주요 역사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기자말>

[최경식 기자]

▲  개천절은 단군신화의 사실 여부만을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오랜 세월 형성돼 온 한국인의 역사 인식과 공동체 정체성을 상징하는 국가 기념일로 자리 잡았다.
ⓒ AI 생성이미지
10월 3일 개천절을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우리 역사와 전통문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정부는 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널리 이롭게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주제로 제4358주년 개천절 경축식을 개최한다.

행사에는 단군 관련 단체와 사회 각계 대표, 주한 외교단, 시민과 학생 등 12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올해 경축식은 홍익인간의 이념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공동체 정신으로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역에서도 개천절을 계기로 역사교육과 전통문화 계승을 위한 행사가 마련되고 있다. 충북 괴산에서는 중·고등학생들이 개천절 경축식에 참석해 개천절의 유래와 역사적 의미를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단순한 기념행사를 넘어 청소년들이 우리 역사를 직접 배우고 알리는 계기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개천절은 말 그대로 '하늘이 열린 날'을 뜻한다. 우리 민족의 건국 신화인 단군신화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단군신화에 따르면 환웅이 하늘의 뜻을 받들어 인간 세상으로 내려와 신시를 열었고, 이후 단군왕검이 등장해 고조선을 세웠다고 전해진다. 정부는 개천절을 기원전 2333년 단군이 최초의 민족국가인 고조선을 건국한 것을 기념하는 국경일로 설명하고 있다.

다만 역사학적으로 개천절의 '기원전 2333년'이라는 연대와 단군의 건국 이야기는 실증적인 역사 기록이라기 보다 건국 신화와 전통적 역사 인식의 영역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개천절이 단군신화의 사실 여부만을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오랜 세월 형성돼 온 한국인의 역사 인식과 공동체 정체성을 상징하는 국가 기념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개천절의 역사

개천절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개천절이 근대적 의미의 기념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초였다. 1909년 나철을 중심으로 한 대종교는 음력 10월 3일을 '개천일'로 정하고 제천 의식을 거행했다. 당시 단군은 단순한 건국 신화 속 인물을 넘어 민족의 역사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존재로 받아 들여졌다.

이는 일제의 식민지 지배가 강화되던 시기와 맞물려 있었다. 국권을 잃어가던 상황에서 단군과 개천절을 기념한다는 것은 우리 민족에게 고유한 역사와 공동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행위이기도 했다. 1919년 3·1운동 이후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 역시 개천절을 국가적 기념일로 경축했다. 독립기념관 자료에 따르면, 개천절은 독립운동 과정에서 민족의식과 독립정신을 고취하는 상징으로 활용됐다.

광복 이후에도 개천절의 국가적 위상은 이어졌다. 1948년에는 음력 10월 3일을 개국기념일로 삼아 경축행사가 열렸고, 1949년 '국경일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개천절은 공식적인 국경일이 됐다. 이후 음력으로 기념하던 날짜는 양력 10월 3일로 바뀌었다.

현재 대한민국의 국경일 가운데 개천절은 3·1절, 제헌절, 광복절, 한글날과 함께 국가의 역사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날로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개천절의 의미는 다른 국경일과는 다소 다르다. 3·1절이 독립운동을, 광복절이 해방과 정부 수립의 역사적 의미를, 제헌절이 헌법 제정을 기념한다면 개천절은 그보다 훨씬 오래된 '국가와 공동체의 시작'을 상징한다. 때문에 개천절은 한국 사회가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돌아보는 날이다.

'홍익인간' 의미와 신화-역사 구분

개천절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개념이 '홍익인간(弘益人間)'이다. 홍익인간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뜻으로,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건국 이념으로 설명된다. 대한민국 정부도 개천절의 제정 목적 가운데 홍익인간의 개국 이념을 계승하고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오늘날 홍익인간의 의미는 특정한 종교나 신화에 한정해 해석하기보다,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삶을 존중하고 사회 전체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가치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올해 정부가 개천절 경축식의 주제를 '널리 이롭게 대체불가 대한민국'으로 정한 것도 이러한 의미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행사에서는 홍익인간의 정신이 국민의 삶 속에서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휴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조명할 예정이다.

개천절을 둘러싼 역사적 논의를 이해할 때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신화와 역사적 사실을 구분하는 것이다. 단군신화는 한국인의 오랜 건국 설화이자 문화적 기억이다. 반면 고조선의 정확한 건국 시점과 단군의 실존 여부 등에 대해서는 역사학계에서 문헌과 고고학 자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개천절을 설명하면서 신화적 내용을 실증 역사로 단정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동시에 신화라는 이유만으로 그 문화적·사회적 의미까지 부정할 수도 없다. 건국신화는 오랜 시간 공동체가 자신들의 기원과 정체성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집단적 기억이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에는 '민족', 오늘날에는 '공동체'

개천절은 현재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의미가 변화했다. 일제강점기 개천절이 민족의 역사와 독립을 강조하는 성격이 강했다면, 광복 이후에는 국가의 기원을 기념하는 국경일이라는 성격이 강화됐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역사교육과 전통문화의 계승, 공동체의 가치,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생각하는 날로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개천절을 앞두고 정부가 마련한 경축식 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학교에서도 청소년들이 개천절의 유래와 의미를 배우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개천절이 과거의 한 사건을 기계적으로 반복해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은 기념일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국 개천절의 핵심은 '언제 정확히 나라가 시작됐는가'라는 질문에만 있지 않다. 우리 사회가 어떤 역사적 기억을 공유하고 있고,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하는지 생각하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단군신화가 전하는 건국의 이야기는 수천 년의 시간을 거치며 이어졌다. 올해 10월 3일 개천절에도 과거와 현재가 연결된다. 신화와 역사, 민족과 국가, 그리고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날이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오래된 문장이 오늘의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되묻는 것, 그것이 오늘날 개천절을 기념하는 올바른 방식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최경식 기자의 브런치,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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