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봉투 속 1천만원’…피싱 수거책보다 빨랐던 이웃의 손 [아살세]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낮의 골목길, 주차된 차량 뒤쪽 타이어 밑에 쓰레기 종량제 봉투 하나가 조심스럽게 놓였다. 평범한 쓰레기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는 평생 모은 70대 어르신의 적금 1000만원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상대가 일러준 대로 현금 1000만원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주택가에 세워진 차량 뒤편 바퀴 밑에 숨겨뒀다.
허겁지겁 쓰레기봉투를 차량 밑에 밀어 넣고 돌아서는 노인의 행동은 수상쩍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낮의 골목길, 주차된 차량 뒤쪽 타이어 밑에 쓰레기 종량제 봉투 하나가 조심스럽게 놓였다. 평범한 쓰레기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는 평생 모은 70대 어르신의 적금 1000만원이 들어 있었다.
자칫 허공으로 사라질 뻔했던 한 사람의 소중한 삶을 지켜준 것은 우연히 길을 지나던 이웃의 세심한 눈길이었다.
지난달 15일 경남 김해에 사는 70대 여성 A씨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 남성은 자신을 검찰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누가 할머니 계좌에서 돈을 빼가려고 하니 빨리 1000만원을 인출해 현금으로 들고 있으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어 특정 장소에 돈을 놓아두면 범죄 연루 여부를 확인한 뒤 안전하게 돌려주겠다고 속였다.
겁에 질린 A씨는 한달음에 은행으로 달려가 정기적금을 해약했다. 그리고 상대가 일러준 대로 현금 1000만원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주택가에 세워진 차량 뒤편 바퀴 밑에 숨겨뒀다.
마침 그 길을 지나던 50대 강모씨의 눈에 이 장면이 포착됐다. 허겁지겁 쓰레기봉투를 차량 밑에 밀어 넣고 돌아서는 노인의 행동은 수상쩍었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강씨는 발걸음을 멈추고 멀찍이 서서 그 자리를 묵묵히 지켜봤다.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남성이 골목 어귀에 나타났다. 더운 날씨였지만 두툼한 점퍼를 걸쳐 입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말레이시아 국적의 30대 보이스피싱 수거책 B씨였다.
B씨가 차량 쪽으로 다가오자 직감적으로 보이스피싱 범죄임을 확신한 강씨는 망설이지 않았다. 곧바로 바퀴 밑으로 다가가 현금이 든 봉투를 먼저 집어 든 뒤 지체 없이 112에 신고했다.
강씨가 알려준 인상착의를 토대로 수색에 나선 경찰은 도주하려던 B씨를 현장에서 붙잡았다. 신속한 결단이 한 노인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돈을 무사히 지켜낸 순간이었다.
경찰은 2일 강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아울러 실종 경보 문자를 유심히 기억해 길을 잃은 치매 노인을 가족 품으로 돌려보낸 50대 여성에게도 함께 감사의 뜻을 전했다.
위험을 지나치지 않고 이웃의 안전을 먼저 생각한 두 사람은 “앞으로도 이웃과 주변을 더 관심 있게 살피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스쳐 지나칠 수 있었던 무관심의 골목길을 채운 건, 서로의 울타리가 되어준 평범한 이웃들의 다정한 시선이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