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월세 30-40만이라서... 이 동네가 왜 이렇게 변했지?

박준수 2026. 10. 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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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준비 대명사로 불리던 노량진 고시촌의 풍경이 변하고 있다.

노량진역 근처에서 고시원을 운영하는 A 원장은 지난 18일 "코로나 전만 해도 입실자의 90% 이상이 공시생이었지만, 지금은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나 직장인이에요"라며 "서울 월세를 생각하면 40만 원대로 방을 구할 수 있는 곳은 노량진 밖에 없죠"라고 말했다.

노량진에서 3년째 거주하며 교육행정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E씨는 "예전에 비해서 학원 수강생이 줄어든 것이 느껴져요. 학생이 줄어드니까 학생식당도 많이 없어졌어요. 저도 내년에는 고향에 내려가려고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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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르포] 공시생 떠난 노량진 고시촌, 누가 채웠나 봤더니

[박준수 기자]

▲ 노량진 상권 거리
ⓒ 박준수
공무원 준비 대명사로 불리던 노량진 고시촌의 풍경이 변하고 있다. 필자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노량진을 자주 방문했다. 동생이 노량진 고시원에 살며 시험을 준비했던 탓이다. 지금도 퇴근 후면 인근에 있는 노량진에서 자주 저녁을 먹곤 한다. 그러던 중 과거와 비교하여 노량진 인구구성과 상권이 변한 것에 관심이 생겨 지난 9월 10일부터 24일까지 총 6번을 방문해 사람들을 만나봤다.

공무원 시험 경쟁률 하락과 노량진 일대 외국인 수 증가

공시생들로 붐비던 노량진 고시원과 원룸 밀집 지역의 외국인 거주 비율이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수년째 이어진 공무원 시험 경쟁률 하락과 온라인 강의 선호 현상으로 공시생 유입이 급감하자, 그들이 떠난 자리를 외국인들이 대신하고 있다.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과거와 비교해 크게 떨어졌다. 2017년 21.4대 1이었던 지방직 공무원 경쟁률은 올해 6.1대 1까지 감소했다(지난 6월 행정안전부 보도자료 참고). 반면 노량진 1동과 2동의 외국인 거주자 수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429명이었던 노량진 일대 외국인 수는 2025년 4544명으로 늘었다.

노량진역 근처에서 고시원을 운영하는 A 원장은 지난 18일 "코로나 전만 해도 입실자의 90% 이상이 공시생이었지만, 지금은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나 직장인이에요"라며 "서울 월세를 생각하면 40만 원대로 방을 구할 수 있는 곳은 노량진 밖에 없죠"라고 말했다. "박봉과 악성 민원 때문에 공무원을 기피하는 분위기인 데다가 온라인 강의도 잘 되어 있어서 굳이 노량진까지 올 필요가 없어요"라고 씁쓸해했다.

"방값이 미쳤어요"... 노량진 단칸방으로 내몰리는 사람들

노량진 고시원에서 살며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B씨는 "방값이 미쳤어요. 월급 250만 원을 받는데 회사 근처에서 살면 월급의 절반이 월세와 관리비로 빠질 거예요. 지금 살고 있는 방은 좁지만 월세가 45만 원이에요. 퇴근 후 잠만 자는 용도로 지내고 있습니다"라며 "옆방에 베트남 사람이 살고 있어요. 건물에 외국인이 많이 묵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 노량진 고시원 내부
ⓒ 박준수
이들이 노량진으로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값싼 월세'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보증금 1000만 원 기준 평균 월세는 서울시 강남구 97만 원, 관악구 81만 원, 마포구 77만 원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노량진의 고시원과 원룸 월세는 30만~50만 원으로 비교적 저렴하다. 노량진역에서 지하철 1·9호선을 타면 강남이나 홍대 등 서울 주요 도심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노량진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C씨는 "노량진에서 외국인이 없는 원룸이나 고시원은 거의 없어요. 한 고시원은 아예 외국인 전용으로 바꾸고 대부분 외국인만 받더라고요"라고 전했다. 이어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인근 중앙대와 숭실대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많이 유치하다 보니 방을 구하는 유학생 수도 늘었어요"라고 설명했다.

중앙대학교 한국어학당에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 D씨는 "중앙대 근처 방값이 너무 비싸서 노량진 고시원에서 월세 39만 원을 내고 살고 있어요. 학교와 가깝고 보증금도 없어서 부담이 적어요"라며 "중국 사이트 '샤오홍슈(小红书)'에서 다른 유학생에게 방을 소개를 받아서 들어왔어요"라고 말했다.
▲ 노량진 먹자골목 폐점
ⓒ 박준수
"그때가 좋았지... 낮에는 파리 날려요"

인구 구성이 바뀌면서 노량진 골목상권에도 비상이 걸렸다. 과거에는 공시생들이 노량진 상권의 주요 소비층이었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과 직장인들은 낮 시간대에 학교나 직장에 가서 저녁 늦게 돌아오기 때문에 주간 유동 인구가 줄었다. 이는 매출 급감으로 이어져 폐업하는 점포가 늘고 있다.

노량진에서 3년째 거주하며 교육행정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E씨는 "예전에 비해서 학원 수강생이 줄어든 것이 느껴져요. 학생이 줄어드니까 학생식당도 많이 없어졌어요. 저도 내년에는 고향에 내려가려고요"라고 말했다.

노량진에서 수십 년간 마트를 운영해 온 F 사장도 "옛날이 좋았죠. 요즘은 체감상 학생들보다 외국인이나 직장인이 많아서 낮에는 파리 날려요"라며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고 건너편 식당은 버티지 못해 문을 닫았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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