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투성이 기장과 몸 던진 승객… 174명 목숨 구했다

이가현 2026. 10. 1.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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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출발해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향하던 여객기에서 부기장이 기장을 흉기로 공격해 사우디아라비아에 비상착륙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기장이 부상에도 불구하고 조종실 문을 열었고, 승객들이 부기장을 제압하면서 탑승객 174명 모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이스라엘 당국 설명과 승객 증언에 따르면 오만 국적의 부기장이 기장을 흉기로 공격했다.

이후 하윤을 포함한 승객 4명이 부기장을 완전히 제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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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아비브행 여객기서 부기장 난동

승객들이 제압해 사우디 비상착륙
이스라엘 당국 “명백한 테러 시도”
플라이두바이 FZ1073편에 탑승했던 한 승객이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벤구리온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안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출발해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향하던 여객기에서 부기장이 기장을 흉기로 공격해 사우디아라비아에 비상착륙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기장이 여객기를 고의로 추락시키려 한 정황이 있어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기장이 부상에도 불구하고 조종실 문을 열었고, 승객들이 부기장을 제압하면서 탑승객 174명 모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플라이두바이 FZ1073편은 두바이국제공항을 출발해 텔아비브로 향하던 중 갑자기 급강하했다. 항공기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 자료에 따르면 여객기는 이륙 후 2시간17분여가 지난 뒤 약 1분 만에 고도가 1만7000피트(약 5200m) 떨어졌다.

승객들은 처음에는 심한 난기류가 발생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급강하를 반복하면서 기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승객 알모그 이탈리는 로이터에 “20~30초 동안 엄청난 난기류나 거대한 중력이 작용하는 것처럼 비행기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다른 승객들도 비명을 지르고 울음을 터뜨렸다고 전했다.

야니브 하윤(위)과 아사프 라주안(가운데) 등 승객들은 조종실에 뛰어들어 기장 스미트 마차르(아래)를 흉기로 찌른 부기장을 제압했다. 인도 국적의 마차르 기장은 흉기에 찔려 피를 흘리는 상황에서도 조종실 문을 열어 승객들이 부기장을 제압할 수 있도록 도왔다. 로이터연합뉴스

그사이 조종실에서는 기장과 부기장 사이에 난투극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스라엘 당국 설명과 승객 증언에 따르면 오만 국적의 부기장이 기장을 흉기로 공격했다. 인도 국적의 스미트 마차르 기장은 피투성이가 된 채 조종석 바닥에 쓰러졌지만 조종실 문을 여는 장치를 작동시켰다.

배관공인 승객 야니브 하윤은 AP통신에 “한 여성 승객이 ‘칼에 찔렸다’고 외친 뒤 기체가 크게 흔들렸고, 조종실에서 공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고 말했다. 그는 조종실로 들어가 조종장치를 파손하려던 부기장의 목을 감싸 붙잡았다. 이후 하윤을 포함한 승객 4명이 부기장을 완전히 제압했다. 하윤은 이후 항공사고 다큐멘터리에서 본 대로 다시 조종실로 들어가 조종간을 잡아당겼다. 그 후 기내에 타고 있던 비번 조종사들이 조종간을 넘겨받아 항로를 사우디아라비아로 변경해 타부크 공항에 비상착륙시켰다.

치과의사인 승객 쇼타 무사예프가 부상을 입은 마차르 기장에 대한 응급처치에 나섰다. 사우디 주재 인도대사관은 착륙 후 병원으로 이송된 마차르 기장의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여객기가 급강하하면서 꼬리 수직날개 방향타가 뜯겨나가는 등 피해도 있었다. 전직 유나이티드항공 조종사 스티브 아로요는 AP통신에 “비행기가 산산조각나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항공사, 조사를 진행 중인 사우디 당국이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아직 밝히진 않았지만 이스라엘 당국은 이번 사건을 테러 시도로 규정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이스라엘과 UAE, 아브라함 협정을 겨냥한 테러 공격 시도로 평가했고,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성명에서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테러 공격 시도라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마차르 기장과 승객들이 조종석으로 뛰어들어 9·11 테러와 같은 참사를 막았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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