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얘기에 위축되는 여성들, 돈 공부로 사로잡았다[파워K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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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어피티 대표는 돈을 '생명력'에 비유한다.
이제 박 대표가 바라보는 어피티의 다음 단계는 콘텐츠를 넘어 독자의 실제 생활로 들어가는 것이다.
경제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주눅 들지 않도록 쉽게 설명하는 것이 어피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독자가 어피티에 쓴 시간과 돈을 아깝지 않게 하는 것이 지키고 싶은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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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위한 경제생활 미디어로 출발
돈 이야기 쉽게 풀어 경제 진입장벽 낮춰
"돈 벌고 모으는 것 넘어 잘 쓰고 누리게"
박진영 어피티 대표는 돈을 '생명력'에 비유한다. 너무 부족하면 삶이 흔들리지만, 줄어드는 것이 두려워 쓰지 않고 쌓아두기만 해서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다. 2018년 사회초년생을 위한 경제 콘텐츠로 시작한 어피티가 이제 돈을 잘 모으는 법을 넘어 돈을 잘 쓰는 법까지 이야기하는 이유다.
국문학을 전공한 박 대표는 대학 시절 20대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미디어 '미스핏츠'를 만들면서 미디어 창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동료들과 여성 사회초년생을 위한 생활 콘텐츠를 만들던 중 또래 여성들이 유독 돈 이야기에 위축되는 모습을 발견했다. 어피티는 뉴스레터 발행을 시작한 뒤 경제 뉴스와 재테크, 소비·생활정보 등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이제 박 대표가 바라보는 어피티의 다음 단계는 콘텐츠를 넘어 독자의 실제 생활로 들어가는 것이다. 돈을 어떻게 벌고 모을지뿐 아니라 어떻게 잘 쓰는지, 궁극적으로 어떤 삶을 누릴지까지 돕는 경제생활 미디어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최근 박 대표를 서울 마포구 어피티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피티는 어떤 회사인가.
▲2030을 위한 경제생활 미디어다. 2018년 3월 창업했고 그해 7월 뉴스레터 '머니레터'를 발행하면서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뉴스레터에서 출발해 유튜브·틱톡·인스타그램 등으로 확장했고 지금은 어피티를 믿고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커머스(전자상거래)까지 다음 단계로 생각하고 있다.
-처음부터 경제 미디어를 만들려고 했나.
▲아니다. 원래 기자가 꿈이었고 대학 시절 학보사 활동을 했다. 이후 20대가 직접 20대를 이야기하는 미디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미스핏츠를 만들었다. 기성 언론이 청년을 규정하는 방식에 답답함을 느꼈다. 사람들이 우리가 만든 콘텐츠를 좋아해 주는 경험이 재미있었고 그때부터 미디어를 직접 만드는 일을 하게 됐다.
-경제 콘텐츠로 방향을 바꾼 계기는.
▲처음에는 사회초년생 여성들에게 카페나 술집 같은 공간을 추천하는 콘텐츠를 만들었다. 재미는 있지만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콘텐츠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또래 여성들의 삶을 들여다보니 취향이나 취미 이야기는 자신 있게 하면서도 돈 이야기가 나오면 위축되는 모습을 많이 봤다. 연봉이나 재테크 이야기를 하면 죄책감이나 부족함, 막막함 같은 감정이 먼저 나왔다. 결국 돈 이야기를 당당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본인에게 돈이란 무엇인가.
▲돈은 생명력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많을 필요는 없지만 너무 적으면 삶이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계속 벌고 모으는 것만 중요한 것도 아니다. 돈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다. 나 역시 돈을 너무 안 쓰다 보니 나중에는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게 됐다. 경제 콘텐츠를 만들면서 돈을 모으고 불리는 것에만 매달리면 삶이 피폐해질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그래서 지금은 독자들에게 예산 안에서 잘 쓰고 누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여성 독자들이 돈과 관련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돈 이야기가 나오면 위축되는 것이다. "나만 돈을 모르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다 투자하는 것 같은데 나만 뒤처지는 것 같다"는 막연한 불안이 있었다. 그래서 돈을 잘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부터 이야기하고 싶었다. 경제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주눅 들지 않도록 쉽게 설명하는 것이 어피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어피티의 여성 독자 비중이 높은 편이다. 여성 대표라는 점이 콘텐츠에 영향을 미쳤나.
▲여성이고, 어렸고, 금융 전공자도 아니었다. 금융업계의 전형적인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그런데 처음에는 그게 오히려 강점이었다. 금융권에 없던 캐릭터가 나타나니 무시하기보다 궁금해했고 관심을 가져주는 경우도 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타깃과 같은 당사자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 콘텐츠를 만드는 데 강점이었다. 다만 지금은 여성만을 위한 경제 미디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필요한 사람 모두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 창업가로 일하면서 불편했던 순간도 있었나.
▲경제·금융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 플레이어가 아직 많지 않다는 점은 아쉽다. 독자들에게 멋진 여성 전문가들을 많이 소개하고 싶은데 선택지가 많지 않다. 남성 중심의 네트워크에서는 어린 여성이 함께 식사하거나 술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동등한 업계 관계자의 만남과 다르게 해석되는 순간이 있었다. 외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거나 이성 간의 자리처럼 바뀌는 경우도 있었다. 기본적인 룰 자체가 남성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어피티의 다음 단계로 커머스를 준비하고 있다.
▲어피티가 쌓아온 신뢰와 매체력을 기반으로 실제로 만족할 수 있는 소비까지 연결하고 싶다. 처음부터 거창한 것을 팔 생각은 없다. 소비·지출을 관리하거나 투자를 기록하고 공부할 수 있는 다이어리처럼 실제 돈 관리를 돕는 도구부터 생각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돈을 받는 순간 실망하게 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커머스를 오래 고민했지만 우리가 만족스러운 것을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보내준 신뢰에 보답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큰 위기는 무엇이었나.
▲결국 돈에서 왔다. 광고 중심으로 매출을 만들었는데 광고시장이 어려워지면서 문의가 갑자기 줄었다. 당시 6명이던 팀을 3명으로 줄인 적도 있고 내가 대출을 받아 월급을 준 적도 있다. 지금은 투자를 받지 않고 흑자를 내면서 운영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조금 적게 벌더라도 흑자를 남기자는 보수적인 경영을 해왔다. 다만 사업이 단순히 유지되는 것도 위험하다고 생각해 이제는 커머스를 통해 더 적극적으로 매출을 키워보려고 한다.

-앞으로 어피티는 어디까지 가고 싶은가.
▲장난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여성 독자들을 위한 실버타운을 만드는 것이다. 처음 어피티를 시작했을 때 함께했던 또래 독자들과 계속 생애주기를 따라가고 싶다. 지금은 2030이지만 이들이 40대, 50대가 되고 나중에 고령층이 됐을 때도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 결국 어피티가 만들고 싶은 것은 사람들이 생애주기마다 필요한 경제생활을 함께 고민해주는 브랜드다. 돈을 벌고 모으는 것뿐 아니라 잘 쓰고 잘 누리고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무엇보다 독자가 어피티에 쓴 시간과 돈을 아깝지 않게 하는 것이 지키고 싶은 원칙이다.
-지금의 대표님이 20대 초반의 자신을 만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
▲"걱정하지 마"라고 말하고 싶다. 취업하면 끝날 것 같지만 이후에도 계속 생애주기마다 새로운 과제가 생긴다. 지금 뭔가 처음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사람들이 뭐라고 한다면 그냥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안 될 이유부터 찾지 말고 그냥 하면 된다. 아무도 안 해서 어려워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사실 지금의 나에게도 하는 말이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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