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간판만 뗐다…수장도 없이 공소청·중수청 출범

2일 출범하는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모두 조직의 수장이 없는 상태에서 ‘개문발차(開門發車)’한다. 각각 공소 제기·유지와 중대범죄 수사라는 형사사법절차의 핵심 기능을 수행해야 하지만 정작 조직을 이끌 검찰총장(공소청장)·중수청장이 없는 반쪽 출범이 현실화했다.
실무선에선 인력 부족, 하위법령·시스템 미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첩첩산중이다. 78년간 유지된 검찰 제도를 해체하고, 72년간 이어진 형사소송법을 재조립하는 대수술임에도 충분한 숙의 없이 전례 없는 속도로 밀어붙이기식 개혁 작업을 벌인 결과다.
공소청이 출범하며 '검찰'이라는 용어는 폐기된다. 검찰청은 수사 기능이 사라진 채 공소 제기·유지를 전담하는 공소청으로 탈바꿈하고, 그간 검찰이 맡아온 범죄 수사 대부분을 중수청이 대체하는 구조다. 지난해 10월 검찰청을 폐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불과 1년 만에 이같은 논의와 결정이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수장도, 인력도 없는 반쪽 출범
검찰은 총장이 없는 상태에서 조직 해체가 확정됐고, 이후 수사 기능의 폐지와 인력 축소의 유탄을 온몸으로 고스란히 맞았다. 지난해 7월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물러난 이후 새 검찰총장이 임명되지 않은 탓이다. 리더십 부재는 검찰개혁을 위한 각종 법 개정 과정에서 검찰의 의견이 전면 배제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수사권 폐지에 따른 부작용과 실무상의 문제점을 호소할 창구조차 없었다.

검찰개혁의 핵심 쟁점이자 경찰 수사를 견제·통제할 마지막 안전장치로 여겨진 보완수사권마저 폐지되자 구자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지난 7월 “한 번 더 살펴봐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며 사의를 표명했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공소청의 장은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공소청법에 따라 공소청은 출범 시점은 물론 본격적인 업무 개시 이후에도 리더십 부재라는 불안정성과 혼란에 놓일 처지다.
공소청 출범까지 남은 시간은 하루뿐이지만 검찰 수사권을 없애는 형사소송법만 개정됐을 뿐 그에 따른 하위 법령과 규칙 등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공소청 직제안마저 출범 열흘 전 가까스로 완성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형사소송법 개정과 연동해 정비하거나 신설해야 할 하위 법령은 137개에 달한다. 형법과 민사소송법은 물론 성폭력·스토킹 처벌법 등 개별 특별법과 법무부 소관 관계 법률만 61개에 달한다.
사라지는 '검찰'…“크고 작은 부작용 생길 것”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인 이근우 가천대 법과대학 교수는 “형사 절차와 관련된 법인 형사소송법을 정치적 차원에서 권력 분산을 목적으로 개정했고, 충분히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로 통과돼 한동안 크고 작은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검찰이 형사사법 체계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했던 핵심 기능인 수사 권한을 확실한 대안 없이 전면 폐기함에 따라 큰 혼란이 초래되는 상황은 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 공백에 피해자 보호와 구제에 허점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가장 크다.
검찰을 대신해 부패·경제·마약·사이버 등 6대 범죄 및 법왜곡죄 사건을 수사하게 될 중수청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수장인 중수청장이 임명되지 않았고 손발 역할을 하는 수사관마저 정원을 채우지 못한 채 개문발차를 앞두고 있다. 중수청장후보추천위원회를 거쳐 지난달 7일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 제청이 이뤄졌지만, 민주당 강경파는 “친윤 검사이자 검찰개혁 반대 주도자”(김용민 의원)라며 절대 불가론으로 맞섰다. 결국 청와대는 김 후보자에 대한 추가 검증에 나서며 임명 절차를 뒤로 미뤘다.

중수청장의 부재가 출범 초기 조직의 방향성 설계와 직결되는 문제라면 수사관 부족은 중대범죄 수사라는 본연의 역할에 구멍이 생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중수청은 기존 검찰청 소속 검사·수사관을 흡수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특례임용 신청을 받았지만 전체 정원(2874명)의 68% 수준인 1962명이 지원하는 데 그쳤다. 이 중 검사는 100여명에 불과하다. 출범 이후 조직 안정을 위한 연착륙을 이끌고 수사의 방향성을 설계할 간부(5급 이상)급 수사관 역시 정원(629명)의 33.7%에 불과한 212명뿐이다.
최대치 넘은 검찰개혁…與 강경파가 좌지우지

실제 이 대통령의 구상과 달리 이번 검찰개혁의 결과로 수사를 담당하는 중수청은 법무부가 아닌 행안부 산하에 신설된다. 논의 과정에서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둘 경우) 행안부에 권한이 집중된다”(정성호 전 법무부장관)는 우려가 나왔지만 민주당 반대에 가로막혔다.

검사의 역할 역시 수사 담당과 기소 담당으로 이원화한 것이 아닌 검사는 수사 자체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나마 수사 역량이 뛰어난 다수의 검사를 중수청으로 보내 국가 수사 역량을 보존하려던 계획도 무산됐다. 당초 정부안은 검찰청 검사가 중수청으로 이직할 경우 ‘수사사법관’으로 임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민주당이 이를 “이름만 중수청으로 바뀐 도로 검찰청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며 반대한 탓이다.
마지막까지 논쟁이 붙었던 검찰 보완수사권의 경우 폐지되면 경찰 수사에 대한 견제·통제가 어려워지고, 현재 경찰의 역량과 인력을 감안했을 때 실무상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비등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민주당 강경파의 입김에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사라졌다.
정진우·정진호·김성진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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