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대통령 되시라 했지만… 답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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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연 전 국민통합위원장은 2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치가 만들어낸 진영논리가 한국 사회의 공동체적 연대를 허물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 계층, 세대, 성별 등 모든 분야에서 사회가 분열할 때 정치 지도자의 통합 노력은 부족했고, 오히려 진영 결집에만 몰두했다고 그는 지적했다.
"'3대 한국병'으로 진단하고 있다. 첫째 '내로남불' 현상이다. 정치와 사회 현상을 보는 이중잣대를 말한다. 둘째는 나와 생각이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보는 '편가르기' 현상이다. 생전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마저 정치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적대시하고 있다. 셋째는 '아니면 말고'식 폭로다. 이것이 앞의 두 현상과 겹쳐 우리 사회의 편견과 오류를 부추긴다. 그리고, 이 확증편향의 '끝판왕'이 진영논리다."
"진앙은 정치다. 정치가 만들어낸 진영논리가 지금 우리 한국 사회의 공동체적 연대를 허물고 있다. 정치권은 그것을 이용하고 확대 재생산한다. 나는 일관되게 '분열과 갈등의 진원지는 국회, 정치, 정치 지도자'라고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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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연 전 국민통합위원장

이석연 전 국민통합위원장은 2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치가 만들어낸 진영논리가 한국 사회의 공동체적 연대를 허물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 계층, 세대, 성별 등 모든 분야에서 사회가 분열할 때 정치 지도자의 통합 노력은 부족했고, 오히려 진영 결집에만 몰두했다고 그는 지적했다. 특히 부동산 정책을 예로 들며 “실용주의 정책을 펴던 정부가 도로 편가르기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모두의 대통령’이 될 것을 건의했다고 한다. “두 분은 같은 경주 이씨이고 파도 같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도 주선했다. 하지만 그가 건의한 대로의 통합 행보는 없었고 국정 지지도는 임기 초보다 낮아졌다. 이 전 위원장은 “모두의 대통령이 되려면 대통령이 진심을 보여줘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야당 인사들을 찾아가 손 붙잡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장에서 물러난 지 어느새 3주가 됐다.
“나는 ‘대통령과의 신뢰가 깨졌기 때문에 물러나겠다’고 했고, 대통령도 같은 뜻이었다. 그때 이후 지금까지도 많은 분들께서 위로 성격의 덕담을 보내주신다. ‘그런 사람들은 중도나 보수 지지층일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뉴 이재명’이나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많다. ‘나는 지금까지 선거에서 항상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했으나 이제는 아니다’는 내용도 상당수다. 얼마 전에는 매천 황현 선생이 자결했던 현장인 전남 구례 매천사를 다녀왔다.”
-매천사를 찾은 이유가 있나.
“지금 우리 사회에는 국민의 사표(師表)가 되는 거인이랄까 영웅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소인 천하의 춘추전국시대’라 할 만큼 소인배로 넘쳐나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 음모, 식언, 궤변, 억지가 기승을 부리고 판을 치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원심분리 작용이 일어나 사람들의 마음이 계속 흩어지고 있다. 이것을 잡아줄 수 있는 지도자가 없다. 선생의 영정 앞에서 여러 착잡한 생각이 들었다. 매천 선생의 곧은, 일관된, 조금도 흔들림 없이 직언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이 사회는 현재 정서적 양극화가 극심하다. 우리 공동체가 이렇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3대 한국병’으로 진단하고 있다. 첫째 ‘내로남불’ 현상이다. 정치와 사회 현상을 보는 이중잣대를 말한다. 둘째는 나와 생각이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보는 ‘편가르기’ 현상이다. 생전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마저 정치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적대시하고 있다. 셋째는 ‘아니면 말고’식 폭로다. 이것이 앞의 두 현상과 겹쳐 우리 사회의 편견과 오류를 부추긴다. 그리고, 이 확증편향의 ‘끝판왕’이 진영논리다.”
-‘3대 한국병’은 어디서 시작된 병인가.
“진앙은 정치다. 정치가 만들어낸 진영논리가 지금 우리 한국 사회의 공동체적 연대를 허물고 있다. 정치권은 그것을 이용하고 확대 재생산한다. 나는 일관되게 ‘분열과 갈등의 진원지는 국회, 정치, 정치 지도자’라고 주장해 왔다.”
-대통령 지지율이 임기 초보다 크게 하락했는데, 분열의 방증인가.
“5월 21일 대통령 직속 위원장들의 업무보고 간담회 때 내가 직접 이렇게 얘기했다. ‘대통령께서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수차례 공언하셨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그것을 실천에 옮기십시오. 그 모습을 진심으로 국민에게 보여주십시오. 적기입니다. 제가 그 바람잡이 역할을 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대와 상황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과 정권의 시각 사이에 현격한 괴리가 생길 것입니다.’ 지금의 지지율 하락은 당연한 결과다. 그 이후 아무런 노력이 없지 않았나.”
-왜 지지율이 크게 하락한 것인가.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나 기업이 평생을 통해 이룩한 성과는 그 과정에 불법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고 보장해주는 것이 헌법이 보장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리다. 그런데 잘나가는 사람이나 중산층을 깎아내려서 거기에 끼지 못한 다수의 배아픔을 해소하겠다는 식의 ‘경제의 정치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는 부동산 정책이다. 열심히 ‘영끌’이라도 해서 사겠다는, ‘나도 중산층이 되고 서울에 집 한 채 갖겠다’는 사람들의 꿈을 꺾은 것이다.”
-직언 사례를 공개할 수 있나.
“내가 지난해 12월 (조선일보) 전면 인터뷰를 했다. 국정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지적했다. 이에 ‘대통령이 역정을 냈다’는 말이 돌았다. 대통령이 모 비서관을 보낸다고 했다. 내가 비서관이 온 자리에서 대통령에게 손으로 편지를 썼다. 그 자리에서 친전(親展)으로 해서 ‘이대로 대통령한테 그대로 전하라. 당신에게는 특별히 할 얘기가 없으니 그냥 가라’고 말한 뒤 보냈다.”
-편지에 뭐라고 적었나.
“‘지금 듣기에는 귀에 거슬리고 괘씸하게 여길지 모르지만 큰 틀에서는 이렇게 가야 한다’고 적었다. ‘내가 직언을 하는 이유에는 다른 게 없다. 첫째, 성공한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것. 둘째, 전직 대통령의 수난사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마지막에 ‘만일 이런 일로 대통령과 저의 사이에 신뢰가 깨졌다면 즉각 물러나겠다’고 썼다.”
-이 대통령은 응답했는가.
“대통령으로부터, 그날인가 그 다음 날인가 대전에 다녀오신 날 저녁 식사 무렵에 휴대전화로 연락이 왔다. 대통령은 ‘언론을 통해 그렇게 말씀하는 것은 좋은데, 대통령실(당시는 청와대 복귀 전)과 상의해서 잘 해 보자’고 말했다.”
-공개할 만한 다른 사례가 있는가.
“위원장에 취임하자마자 이명박 전 대통령을 찾아갔다(이 전 위원장은 MB정부에서 2년6개월간 법제처장으로 일했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을 만나십시오. 이 전 대통령도 만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는 뜻을 우상호 당시 정무수석을 통해 전했다. 한 달 뒤 대통령에게 텔레그램으로 직접 이야기했다. 당시는 우리가 이란 전쟁으로 원·달러 환율이 계속 오르고 어려운 때였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리먼브라더스 금융위기 당시 미국과 통화스와프도 체결한 경험이 있잖나. ‘두 분은 같은 경주 이씨이고 파도 같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런데 텔레그램 메시지를 읽었다는 표시가 되고, ‘하트’만 표시되고 답이 없었다.”
-현재 국론은 이 대통령의 공소취소 문제를 두고도 분열돼 있다.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 문제는 모든 국정의 꼬임, 국민통합에 있어서의 최대 걸림돌이다. ‘조작 수사가 있었다’는 주장과 ‘그러므로 대통령의 공소를 없애야 한다’는 결론은 구별해야 한다. 대통령의 사건도 일반 형사 피고인과 동일한 법과 절차에 의해 풀어나가야 한다. 그것은 ‘조작 수사 의혹은 끝까지 밝히되 대통령 자신의 공소는 법원이 판단하게 하라’이다. 대통령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인 수사기관, 즉 특검이나 진상조사단, 공소청 검사의 권력이 아니라 법원이 판단하게 하라는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청와대 사이의 대법관 재(再)재청 갈등도 사회적 분열을 낳고 있다.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대통령의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골라 추천하는 정치적 요식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국회가 동의 여부를 결정할 대상과 대통령이 임명 여부를 결정한 대상을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대법원장의 제청권도,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결정한 범위 안에서 행사돼야 한다. 입법 사법 행정 ‘삼권’의 절묘한 견제와 균형이 전제돼서 이러한 규정이 된 것이다.”
-진영을 초월해 다양한 경험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일관된 소신의 바탕에는 헌법이 있었다고 말하려 한다. 관용과 진실, 자제의 정신 말이다. 나보고 보수주의자다, 진보주의자다? 나는 관심 없다. 헌법주의자, 헌법적 자유주의자인 것이다. 헌법은 권력의 제한 규범으로서 강자에게 허용하는 한계를 제한한다. 권력이 가지고 있는 것을 최대한으로 행사하게끔 놔두는 것이 아니라 그 범위를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억제력이 국민에게 가게끔 되돌린다.”
-변호사 사무실로 돌아왔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바다는 파도를 품는다’는 말을 좋아한다. 파도만 보면 서로 부딪히고 깨지고 사라진다. 하지만 조금 멀리서 보면 그 파도는 바다 안에 있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진보 보수, 지역, 세대, 계층, 젠더…. 이 갈등들은 하나의 파도라고 본다. 파도가 없는 바다는 죽은 바다다. 나는 그 바다가 헌법이고, 우리 공동체 정신인 관용과 진실, 자제, 포용이라고 본다. 나는 젊어서는 파도와 싸웠다. 이제는 파도를 품는 바다가 되고 싶다.”


이경원 이슈&인터뷰팀장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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