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킹 건’ 될 지뢰 파편…與일각선 “北 고의 매설 아닐수도”
군 당국이 29일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건의 원인이 자연적으로 유실된 지뢰가 아니라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매설 시기는 1년 이상 지난 것으로 추정된다는 초기 평가도 나왔다.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이남에 대인지뢰를 매설했다는 쪽으로 윤곽이 잡히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 일각에선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다”며 대북 대응 수위를 놓고 신중론도 감지된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과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합동조사팀은 이날까지 사흘째 폭발 원점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30여명의 조사 인원이 좁은 수색로를 따라 지뢰를 탐지하며 전진하는 방식으로 작전이 이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사팀은 북한군의 새로운 반보병 지뢰 한 점을 추가로 식별했다. 지난 21일 사고 이후 군이 파악한 네 번째 지뢰다. 사고 당일 지뢰 두 발이 폭발해 수색대대장과 공병 중사가 중상을 입었고, 철수 과정에서 공병 대원이 땅속에 묻힌 또 다른 지뢰 한 점을 발견했다.
공병 대원이 발견한 지뢰와 29일 새로 발견된 지뢰는 모두 플라스틱 재질의 직사각형 형태로, 특유의 빗금 무늬가 있다고 한다. 군 당국은 북한이 1969년부터 제작한 수지(플라스틱) 반보병 대인지뢰라고 보고 있다. 한 지점에서 최소 네 점의 북한군 지뢰가 확인되면서 이 일대가 대인지뢰가 집중적으로 매설된 ‘지뢰밭’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해당 지뢰들이 유실된 게 아니라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라고 평가했다. 다만 폭발한 지뢰가 북한이 최근 군사분계선(MDL) 이남에 새로 매설한 것인지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강 장관은 “지뢰열(가로로 일정하게 매설된 형태)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며 “공병 중사가 탐침 중 발견한 다른 지뢰 위에는 흙뿌리가 덮여 있을 정도로 세월이 좀 지났다”고 말했다. 이어 “국경선 요새화 때문에 매설했을 수 있겠지만, 매설 시기는 좀 더 오래전인 것으로 현재까지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합동조사 태스크포스(TF)장을 맡은 권대원 합참 차장(육군 중장)도 국회 국방의 질의에서 “오늘 현장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은 (매설 후)1년은 좀 지났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측은 3㎝ 정도 부분 매설된 것으로 봤는데, 유엔사 장교는 매설보다는 '인위적으로 (지뢰를)위치시켰고, 그 위가 (자연적으로)풀로 덮인 것 같다’고 평가를 한 정도의 차이가 있다”며 “MDL 남쪽에 설치됐다는 건 우리도 유엔사도 동의를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해당 지역의 식생은 다년초가 자라기 어려운 곳으로, 1년 만에도 수풀이 자랄 수 있다고 한다. 최근 북한군의 요새화 작업으로 조성된 지뢰일 가능성을 군이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지뢰 폭발 지점은 군사분계선(MDL)과 불과 10여m 떨어진 곳이었는데, 북한군이 지난해 전방 요새화 작업으로 조성한 지뢰지대의 거리도 불과 10여m라고 한다. 군이 위성 이미지 정보로 판독한 결과 북한군은 MDL 이남에도 지뢰를 묻은 것으로 확인됐다.
군 합동조사팀은 지뢰 파편 등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식을 통해 매설 시기를 구체화할 방침이다. 특히, 현장 주변에 남아 있는 지뢰와 파편흔이 결정적인 ‘스모킹 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당시에도 군은 나무 파편에서 송진 향이 강하게 나고 철제 파편의 부식이 거의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지뢰가 비교적 최근 제작·매설됐다고 판단했다.

어느 쪽이든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을 넘겨 대인 살상 지뢰를 무더기 매설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북한군이 해당 지뢰들을 최근 1~2년 새 살포한 게 아니더라도, MDL을 넘어와 매설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군에 따르면 수지반보병 지뢰는 1969년부터 제작됐는데, 이는 적어도 한국 전쟁 시기 군사분계선이 확정되지 않은 때에 북한군이 묻어둔 건 아니란 의미가 된다. 강신철 장관도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은 명백하다”고 밝혔다.
북한군이 MDL 이남에 살포한 대인지뢰에 우리 장병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이번 사건의 윤곽이 잡히고 있지만, 정부·여당 일각에선 “오래 전부터 북한이 사용해온 지뢰인 만큼 고의 매설한 게 아닐 수 있다”며 신중한 기류도 포착된다. 경계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부상하는 걸 막고 북한과의 관계를 관리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통일부는 합참이 전날 발표한 내용이 ‘중간 조사 결과’라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에 인정이나 사과를 요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말을 아끼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북한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채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진상에 따라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며 “이번 사안과 관련해 근거 없는 음모론을 부추기면서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같은 맥락에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당장 이 문제를 과거 목함지뢰와 비교해 곧바로 군사적 대응 조치에 나서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군을 상해할 목적으로 (MDL을 넘어와) 심었다고 단정하기 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북한 지뢰로 최종 판명될 경우 고의 매설이든 유실이든 그 책임의 종착지는 북한”이라며 “북한은 분명히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해야 한다”고 했다.
군의 경계·감시가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북한군은 2024년 4월부터 전방 지역에서 요새화 작업을 진행했고, 군은 위성 영상 등을 통해 해당 지역에서도 지난해 8~11월 북한군 최소 수십 명이 MDL을 넘나들며 지뢰지대를 조성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이후 해당 지역에 대한 현장조사나 수색로 개척, 고정형 감시장비 설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언론과 야당의 지적이 이어지자 군 당국은 뒤늦게 유엔군사령부에 현장조사를 요청했다. 이후 현장 조사 일정, 동행 여부 등을 놓고도 군 당국과 유엔사는 물밑 신경전을 벌였다. 사고 당일 우리 군이 개척하던 수색로 역시 유엔사와 사전에 협의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대북 대응 수위를 결정하는 게 까다로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건 그래서다. 전방 작전에 밝은 한 예비역 장성은 “우리가 MDL 이남으로 판단하는 지역에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라면 이를 제거하는 작전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신철 장관은 “유엔군, 국제사회와 공조해 명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실효적으로 대응할 부분들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대북 확성기 재개에 대해선 “설치할 수 있다”면서도 “‘이게 과연 이제도 통할까’는 저희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건을 계기로 (남·북이) 서로 확인을 하자, 테이블로 나와라, 이건 강력하게 주장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유정·심석용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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