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섬情談] 온스테이지에서 지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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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뮤지컬 무대에서 주인공을 '지켜보는 캐릭터'가 눈에 띈다. 주인공의 여정에 참여하며 그 여정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존재들이다.
20살 하인리히의 시인 되기의 여정, 10살 크레타의 섬을 지키려는 마음은 그들을 계속 지켜봐 주는 존재들에 힘입어 꿈과 희망의 노래로 극장에 울려 퍼진다.
연출가가 배우를 내내 지켜보듯 무대 위에서 호스트가, 어른이, 커뮤니티가 그들을 지켜보고 성장을 지지하는 풍경은 바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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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평론가

연출가가 배우를 지켜보듯이
그들의 성장을 지지하는 풍경
근래 뮤지컬 무대에서 주인공을 ‘지켜보는 캐릭터’가 눈에 띈다. 주인공의 여정에 참여하며 그 여정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존재들이다. 그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공연 내내 온스테이지 상태로 있거나 상당한 시간 동안 온스테이지에 거한다는 사실이다.
사실 배우에게는 온스테이지만큼 중요한 것이 백스테이지다. 배우는 자신이 맡은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적절하게 호흡을 조절해야 한다. 살아 있는 세포가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며 주변 환경에 반응하듯, 배우 역시 살아 움직이는 인물을 만들기 위해 온스테이지의 연기와 백스테이지의 휴식을 반복한다. 하지만 그 ‘지켜보는 캐릭터’들은 다르다. 그들을 표현하기 위해 배우들은 주로 온스테이지에 머문다.
가령, 뮤지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에 등장하는 다섯 명의 ‘호스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온스테이지 상태에서 키키의 이야기에 동참한다. 일반적인 공연에서라면 그들은 앙상블로 호명될 것이다. 하지만 공연은 앙상블 대신 ‘호스트’라는 배역명으로 그들을 개념화하여, 게스트로 초대된 키키가 자기고백적인 토크 콘서트를 완수하도록 ‘지켜보며 돕는 존재’로 역할을 고정한다. 공연의 핵심은 ‘초대’에 있다. 게스트 키키는 주인공으로, 관객은 키키의 치유 과정을 목격하고 이해하는 존재로 아주 발랄하고 집요하게 초대된다. 호스트인 그들은 키키를 위해 역할의 제한 없이 존재하며 사람도 동물도, 심지어 세상을 향해 쏘는 키키의 화염방사기도 되어 준다.
다음 세대의 꿈을 위해 온스테이지에 존재하는 캐릭터들도 있다. 뮤지컬 ‘푸른 꽃’의 어른들이다. 공연은 정령 거북이와 함께 푸른 산호를 찾아 나서는 크레타의 서사와, 크레타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푸른 꽃’의 주인공 하인리히의 서사가 극중극으로 병치되는 플롯을 사용한다. 이중의 플롯을 하나의 의미로 통합하는 것이 배우들의 ‘지켜보는 행동’이다. 하인리히를 지켜보는 상인들과 크레타를 지켜보는 정령들의 행동은 두 개의 플롯이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임을 다정하게 알려준다. 20살 하인리히의 시인 되기의 여정, 10살 크레타의 섬을 지키려는 마음은 그들을 계속 지켜봐 주는 존재들에 힘입어 꿈과 희망의 노래로 극장에 울려 퍼진다. 이를 위해 모든 성인 배우는 배우 본체와 여러 캐릭터 사이를 메타적으로 오가며 바쁘게 무대 위에 오른다.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과 ‘헬스키친’에도 주인공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 ‘디어 에반 핸슨’의 에반과 ‘헬스키친’의 앨리가 자신을 발견하고 목소리를 내는 순간 공동체는 그들을 감싸며 응원한다. 동갑내기 고등학생 에반과 앨리를 향한 공동체의 시선은 대조적이다. 모든 거짓말을 멈추고 꾸밈없는 자신을 직시하게 된 에반에게는 따뜻하고 다정한 시선을,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발견하고 새로운 가능성에 불을 밝히는 앨리에게는 축제와 해방의 감각을 전한다. 넘버 ‘피날레’와 ‘칼레이도스코프(만화경)’는 이들을 지켜보는 공동체의 시선과 정서를 반영한다. 에반을 향해 ‘괜찮다’고 손을 흔드는 짧은 ‘피날레’ 음악은 끝까지 작고 여린 보컬로 에반을 감싸며, 앨리가 음악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후 곧바로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넘버 ‘칼레이도스코프’는 스타카토로 음표에 점을 찍으며 자기표현의 리듬을 만든다. 공동체는 이들의 앞이 아니라 뒤에서, 거대한 우주처럼 이들을 지지한다.
연출가 고선웅은 연출가란 배우를 ‘지켜봐주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배우가 무엇을 준비해오든 먼저 지켜보고 응원함으로써 무대를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라는 의미에서다. 근래 뮤지컬 무대가 아이와 10대 청소년,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진 이들을 지켜보고 품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연출가가 배우를 내내 지켜보듯 무대 위에서 호스트가, 어른이, 커뮤니티가 그들을 지켜보고 성장을 지지하는 풍경은 바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최승연
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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