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성북동, 최순우 옛집서 만나는 ‘한창기의 멋’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미8군 영내에서 미국인들의 귀국용 비행기표나 영어 성경책을 파는 세일즈맨으로 일하던 한창기(1936∼1997)는 영업 능력이 탁월했다.
1990년대에는 '뿌리 깊은 나무 판소리 다섯바탕' 음반도 내는 등 우리 멋을 알고 전파하는 삶을 조용히, 치열하게 살았던 한창기의 삶을 조명하는 전시가 서울 성북구 '최순우 옛집'에서 열리고 있다. '2026 성북 신(新)문인사 프로젝트: 한창기'의 일환으로 열리는 '뿌리, 깊은, 나무'가 그것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민화·한글·판소리 등 한국 멋 전파
출판물·친필원고·수집품 등 전시

서울대 법대를 나와 미8군 영내에서 미국인들의 귀국용 비행기표나 영어 성경책을 파는 세일즈맨으로 일하던 한창기(1936∼1997)는 영업 능력이 탁월했다. 광주에서 살던 고교 시절 외국인 선교사에게 배운 영어 실력이 한몫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주목한 그는 미국 본사에 편지를 보내 브리태니커 코리아 설립 허가를 얻어내는 데 성공한다. 1968년의 일이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중류층 이상의 가정에서는 서가에 한 질이 꽂혀 있어야 하는, 교양의 상징으로 통하던 시절이었다.
우리가 지금 기억하는 ‘한국 멋의 전파자’ 한창기의 면모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그는 브리태니커 코리아 사내에서 판소리 감상회를 열고, 민화 컬렉터 조자용의 ‘한국 민화의 멋’도 출간했다. 서울대 신문대학원에서 석사 논문 ‘우리말 경어법의 사회언어학적 연구’를 쓸 정도로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마침내 1976년 종합 월간지 ‘뿌리 깊은 나무’를 창간하고 발행·편집인을 맡았다. 순우리말 사용과 가로쓰기 판형은 당시에는 엄청난 파격이었다.
한창기가 되살리고자 한 문화는 고급 예술이 아닌 생활 문화였다. ‘뿌리 깊은 나무-칠첩 반상기’를 만들어 보급한 것이 그러한 예다. 같은 이름의 출판사도 세워 유명 인물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생애와 목소리에 주목한 ‘뿌리 깊은 나무 민중 자서전’(20권)도 펴냈다. ‘뿌리 깊은 나무’가 1980년 신군부에 의해 강제 폐간되자 몇 년 뒤 월간 여성 종합지 ‘샘이 깊은 물’을 창간했다. 1990년대에는 ‘뿌리 깊은 나무 판소리 다섯바탕’ 음반도 내는 등 우리 멋을 알고 전파하는 삶을 조용히, 치열하게 살았던 한창기의 삶을 조명하는 전시가 서울 성북구 ‘최순우 옛집’에서 열리고 있다. ‘2026 성북 신(新)문인사 프로젝트: 한창기’의 일환으로 열리는 ‘뿌리, 깊은, 나무’가 그것이다. 한창기 역시 성북동에 한옥을 짓고 살면서 생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최순우와 교유했던 터라 전시 장소가 더욱 맞춤하다.
전시는 성북문화재단이 성북구에 거주했던 지난날의 문화예술인을 찾아 오늘의 예술과 이어 보는 사업이다. 전시장에서는 ‘뿌리 깊은 나무’를 비롯한 주요 출판물과 친필 원고, 수집 민예품 등을 볼 수 있다. 한창기를 오늘의 시선에서 본 임수식, 정진화, 태싯그룹 등 3인(팀)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10월 7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학술대회도 열린다. 전시는 10월 10일까지.
글·사진=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