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위드 코리아'로 뻗는 한일 공동제작(종합)[K콘텐츠 재팬]

이종길 2026. 9. 3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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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식재산권(IP)과 일본의 제작 역량을 결합한 공동제작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다카하시 가나코 크런치롤 애니메이션 공동제작팀 프로듀서는 "한국의 훌륭한 IP와 일본의 뛰어난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을 결합하면 세계적인 규모의 흥행작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국 제작사가 일본에서 성과를 낸 사례도 있다.

한국은 제작사가 자금 조달부터 캐스팅, 촬영, 권리 확보까지 총괄하지만, 일본은 다수 투자자가 참여하는 제작위원회가 권리를 보유하고 제작사는 하청 역할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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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콘텐츠 공동제작 위크'서 정책·성과 공개
권리 분배와 제작 관행 차이는 과제

한국 지식재산권(IP)과 일본의 제작 역량을 결합한 공동제작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권리 분배와 제작 관행 차이는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일본판 '내 남편과 결혼해줘' 포스터.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9일 도쿄에서 주최한 '한·일 콘텐츠 공동제작 위크'에서 양국 정부 기관과 기업은 다양한 정책과 사례를 잇달아 공개했다.

송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연구본부장은 '넥스트 K(Next K)' 구상을 공개했다. K콘텐츠는 지난 20년간 수출 규모가 10.4배 성장했지만, 최근에는 성장세가 완만해지고 제작비가 오르는 국면이다.

송 본부장은 '한류 5.0'의 핵심 방향으로 '메이드 위드 코리아(Made with Korea)'를 제시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를 넘어 '메이드 위드 코리아'의 관점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해외 제작 인프라·전문 인력과 적극적으로 손잡겠다는 구상이다. 일본 제작위원회의 경험에서도 IP의 수명을 늘리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고 봤다.

일본도 방향은 같다. 경제산업성은 콘텐츠를 국가 전략 열일곱 분야의 하나로 꼽았다. 경제 파급효과는 인공지능(AI)·반도체, 신약 개발에 이어 세 번째로 큰 326조 엔으로 내다봤다. 2033년까지 해외 매출을 20조 엔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송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연구본부장이 2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 콘텐츠 공동제작 위크'에서 '넥스트 K(Next K)' 구상을 이야기하고 있다./한국콘텐츠진흥원 도쿄비즈니스센터.

일본에서 만들어 세계에 배급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지만, 오이와 히로유키 경제산업성 상무·서비스그룹 문화창조산업과 과장보좌는 "일본인들끼리만 일본 내에서 제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해외 창작자와 일본 영토 안에서 협력하는 시스템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경제산업성의 IP360 가운데 대규모 작품 제작 지원 사업이 이 구상을 뒷받침한다. 사업은 일반 지원과 로케이션 지원으로 나뉜다. 일반 지원은 일본 법인만 신청할 수 있지만, 한국 기업도 외주·위탁 형태로 참여할 수 있다. 로케이션 지원은 해외 기업이 제작한 작품 가운데 일본 법인 출자 비율이 50% 미만이고 일본 내 촬영 지출이 8억 엔 이상이면 대상이 된다. 두 지원 모두 상한은 15억 엔이다.

정책이 겨냥한 협업은 이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소니 그룹 계열의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크런치롤은 2020년 '신의 탑'을 시작으로 '갓 오브 하이스쿨', '나 혼자만 레벨업'까지 한국 웹툰의 애니메이션화를 이끌었다. 다카하시 가나코 크런치롤 애니메이션 공동제작팀 프로듀서는 "한국의 훌륭한 IP와 일본의 뛰어난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을 결합하면 세계적인 규모의 흥행작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애니메이션 '나 혼자만 레벨업' 스틸 컷.

'나 혼자만 레벨업'은 일본 애니플렉스와 에이원 픽처스가 제작에 참여해 기획 단계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했다. 한국 웹툰을 옮길 때 난제로 꼽혀 온 인명·지명 표기는 글로벌판 주인공 성진우와 일본판 주인공 미즈시노 슌의 대사를 각각 녹음하는 이중 음성으로 해결했다.

방영 직전 다섯 도시에서 연 월드 프리미어는 전 좌석이 매진됐고, 글로벌 플랫폼 평점은 4.9점(106만 명 평가)을 기록했다. 크런치롤은 다음 달 방영하는 '템빨'에 자막과 더빙을 동시에 송출하는 '동시 더빙'을 도입한다.

한국 제작사가 일본에서 성과를 낸 사례도 있다. 자유로픽쳐스는 양국 정부의 지원 제도와 현지 캐스팅을 결합한 일본판 '내 남편과 결혼해줘'로 아마존 프라임 오리지널 비디오 가운데 일본 내 역대 최다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후속작 '메리 베리 러브'는 경제산업성의 공식 로케이션 지원 작품으로, 다음 달 7일 디즈니+를 통해 공개된다.

한일 영상 업계 협력 토론에서는 넘어야 할 과제도 거론됐다. 천재원 자유로픽쳐스 대표는 "IP를 완벽히 50대 50으로 공동 소유하는 모델은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익 창출 시 권리를 어떻게 나눌지, 양국의 제작 관행 차이를 어떻게 좁힐지에 복잡한 셈법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천재원 자유로픽쳐스 대표가 29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콘텐츠 공동제작 위크'에서 한일 미디어 협업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한국콘텐츠진흥원 도쿄비즈니스센터.

제작 구조도 다르다. 한국은 제작사가 자금 조달부터 캐스팅, 촬영, 권리 확보까지 총괄하지만, 일본은 다수 투자자가 참여하는 제작위원회가 권리를 보유하고 제작사는 하청 역할에 머문다. 한국 측이 동등한 권리를 요구하면 위원회 방식에 익숙한 일본 측과 마찰이 생기기 쉽다. 위원회 내부 합의가 필요한 일본은 크리에이터 중심으로 빠르게 결정하는 한국보다 의사결정에도 시간이 더 걸린다.

천 대표는 해법으로 "단순히 국적을 섞기 위해 배우만 교차 출연시키는 안일한 방식은 철저히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지화 전략을 세우고,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원천 IP와 오리지널 대본을 바탕으로 기획 초기부터 양국 제작진이 화학적으로 결합해야 글로벌 플랫폼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춘 공동제작 모델이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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