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이젠 남북관계 관심없어”…실패한 ‘휴민트’가 내게 말했다
영화의 최전선 : 제작자 열전 ⑥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

류승완(53) 감독은 묵직한 서사와 강렬한 액션을 결합한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며,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왔다. 아내이자 제작자인 강혜정(56) 외유내강 대표의 내조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밖에서 영화 찍는 류 감독과 안에서 제작 일을 하는 강 대표. 부부의 성(姓)을 따서 만든 사명처럼, 외유내강은 두 바퀴로 굴러가며 믿고 보는 영화사 브랜드가 됐다. ‘휴민트’(지난 2월 개봉)의 흥행 실패란 암초를 만났지만, 외유내강은 또 다시 힘차게 바퀴를 굴리며 ‘베테랑3’ 등 신작들을 준비하고 있다. 강 대표는 “‘휴민트’의 실패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겠다”며 입을 열었다.
Q : ‘휴민트’는 왜 실패했을까.
A : “납치된 여성들이 유리 안에 갇힌 장면 등 때문에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예매율이 그 때부터 떨어졌다. 현실과 상관없이, 그런 표현이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베테랑3’ 시나리오를 쓰면서 그런 부분이 없는지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
Q :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지 않나.
A : “남북 관계가 더 이상 대중의 관심 대상이 아니란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베를린’ ‘모가디슈’ 등 남북 관계 소재의 영화를 만들어왔는데, 더 이상 그런 작품을 하기 힘들 것 같다. 통일이 더 이상 우리의 소원이 아닌 현실 때문이다.”
Q : 류 감독은 ‘베테랑3’에 대해 초심으로 돌아가는 영화라고 했는데.
A : “나이 들어도 유쾌하고 책임감 강한 서도철(황정민)의 활약을 통해 재미와 쾌감을 선사할 계획이다. 2편이 1편과 결이 달라 실망했다는 지적을 복기하며, 시나리오를 다시 쓰고 있다. ‘베테랑’은 공공재 같은 영화다. ‘서도철을 관객에게 돌려주겠다’는 류 감독의 말은 그런 의미다.”
Q : ‘베테랑’과 ‘범죄도시’의 세계관이 한번쯤 교차하는 건 어떤가.
A : “몇달 전 마동석에게 ‘(베테랑에 나왔던) 아트박스 사장이 다시 한번 나와야 하는 거 아냐?’라고 운을 뗐다. ‘사실은 잠입한 마석도 형사인 걸로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얘기에 마동석도 빵 터졌다. 마석도가 깜짝 등장해 궁지에 몰린 서도철을 도와주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성사되면 한국 영화계의 의미있는 이벤트가 될 것 같다. ‘베테랑2’의 해치(정해인)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도 만들 계획이다.”
![영화 ‘밀수’. [사진 NEW]](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30/joongang/20260930000356051lbrh.jpg)
Q : ‘밀수’에서 조인성의 악역 연기가 화제였다.
A : “권상사(조인성)가 살아난 장면은 원래 시나리오엔 없었다. 여자 스태프들이 ‘멋있는 권상사가 이렇게 죽을 순 없다’고 애원해서, 마지막 장면에서 살려냈다. 그 에필로그 때문에 영화가 더욱 유쾌해졌다. ‘모가디슈’ 현장에서 조인성이 엄마 같은 역할을 하는 걸 보며, 제작자를 해도 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모가디슈’.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30/joongang/20260930000357320kgei.jpg)
Q : ‘군함도’ 논란 때 마음 고생이 심했겠다.
A :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이어 친일 논란까지 불거졌다. 조선인을 일본인보다 더 악랄하게 묘사했다는 거다. 일제 앞잡이, 친일파에 대한 역사적 청산이 이뤄져야 한다는 건 지금도 변함 없는 류 감독의 입장이다. 음해성 글에 법적 대응하는 대신, ‘귀한 시간과 에너지를 다음 영화를 잘 만드는 데 쓰자’고 결심했다.”
![영화 ‘군함도’. [사진 CJ ENM]](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30/joongang/20260930000358568kqaz.jpg)
Q : 류승완의 액션은 ‘정형외과 액션’이라 불릴 정도로 강렬하다.
A : “한번은 가족이 남산 케이블카를 타러 갔는데, 류 감독이 매점·계단 등 여기저기 사진을 찍었다. ‘왜 저러나’ 했는데, 그게 ‘베테랑2’의 남산 파쿠르 액션 신의 배경이 됐다. ‘휴민트’의 계단 액션 신을 찍을 땐 라트비아 스턴트맨들이 ‘위험해서 이런 거 못 한다’고 물러서기도 했다. 류 감독의 시연에 안심하며 촬영을 시작했다.”
Q : 시동생인 류승범 배우가 유럽에 정착해서 사는데.
A : “슬로바키아 출신 아내(베로니카)와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나 슬로바키아에 정착해 살면서 한국을 오가는데, 그의 가정적인 모습에 깜짝 놀랐다. ‘한국에 살지 않으니까 마음대로 연기할 수 있어 좋다’고 하더라.”
![영화 ‘베테랑’. [사진 CJ ENM]](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30/joongang/20260930000359791iidm.jpg)
Q : 본인 작품의 명대사를 꼽는다면.
A : “‘어이가 없네’(베테랑)다. 엄청나게 화제가 된 대사다. 일상적인 말이 시그니처 장면에서 빛날 때 명대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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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작자는 기획부터 개봉까지, 영화의 운명을 책임지는 존재다. 감독이 선장이라면 제작자는 선주다. 흥행의 공은 모두에게 돌리고, 실패의 책임은 홀로 진다.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영화 제작자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인터뷰 전문은 중앙일보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더중앙 플러스에서 볼 수 있다.
」
정현목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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