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파병 주춤하자 다자 기여 카드…정부, 佛 국제임무 참여 검토

정부가 프랑스와 미국이 추진하는 호르무즈 해협 ‘국제 임무’ 구상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영국과 프랑스 등 국제사회가 그간 종전이나 휴전 이후를 전제로 호르무즈 항행 안전 임무를 준비해온 것과 달리, 이번 구상은 종전 전이라도 항행 안전부터 국제 공조에 나서자는 게 핵심이다.
한 소식통은 29일 “한국도 주유엔대표부 채널을 통해 프랑스 구상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다”며 “종전까지 오래 걸릴 수 있는 만큼 그 전이라도 항행 복구를 위한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는 취지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국내 반대 여론 등을 감안해 정부가 기존 파병 논의에는 속도 조절을 하는 가운데, 프랑스 주도의 다자 국제임무가 새로운 기여 방안으로 검토되기 시작한 셈이다.
지난 22일 로이터에 따르면 프랑스는 미국과 조율해 호르무즈 해협의 상선 통항을 회복하기 위한 국제 임무 설치를 골자로 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초안 작성에 착수했다. 전날 뉴욕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련 방안을 논의한 직후다. 마크롱은 회담 뒤 “(종전 등) 포괄적 합의가 없더라도 더 많은 컨테이너선과 유조선이 통항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외교적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번 결의안이 호르무즈 항행 안전을 중동 전쟁과 종전 협상에서 떼어내 다루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전했다. 지난 4월 영국과 프랑스가 30여개국을 모아 “적대행위가 끝난 뒤” 호르무즈를 다시 열기 위한 다국적 군사 임무를 논의했던 것과 달라진 대목이다.
이번 프랑스안은 이란에 책임을 묻기보다 상선 보호와 항행의 자유, 에너지 공급로 확보를 전면에 내세운다고 한다. 지난 4월 미국이 지원한 바레인 주도 결의안이 “이란에 일방적으로 책임을 묻는다”는 중ㆍ러 반발에 막힌 점을 감안해 결의안의 대이란 압박 성격도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2일 장욱진 외교부 글로벌다자외교조정관이 참석한 유럽-인도태평양 8개국 고위급 회의에서도 이 관련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도 당시 회의 참여국이다. 8개국은 직후 공동성명에서 “호르무즈 해협 등 해상교통로 통항 방해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가 기존 한ㆍ미 간 비전투 자산 파견 검토를 접은 것은 아니다. 여권 관계자는 “테이블에서 치워진 건 아니다”며 “전쟁 개입 성격의 파병에는 선을 긋되 청해부대 활동 확대와 비전투 자산 투입 등은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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