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사회인 야구 가까스로 이기고 군면제…불붙은 ‘AG 병역특례’

박린, 김효경 2026. 9. 29. 16: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대표선수들이 메달을 목에 걸고 셀카를 찍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야구는 27일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5회 연속 금메달을 땄다. 출전선수 24명 중 병역 미필자 16명이 병역 혜택을 누리게 됐다. 선수단은 격하게 환호했지만, 이를 싸늘하게 바라보는 팬들이 적지 않다.

결승전 상대였던 일본은 프로 선수가 아니라 업무를 병행하는 사회인 야구 선수로 구성됐는데도, 한국은 결승에서 가까스로 승리를 거뒀다. 이틀 전 열린 수퍼라운드에서는 0-5로 완패했다.

한국야구를 상대로 호투를 펼친 일본 투수 히구치 신. 뉴스1


주장 노시환은 경기력 비판 여론에 “솔직히 신경 안 쓴다. 어쨌든 땄고, 과정은 필요없다고 생각한다”고 맞섰지만, 일부 팬들은 “BTS도 군대에 가는 마당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것에 병역 혜택을 주는 게 과연 공정한가”라며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차지한 야구 대표팀 노시환이 28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현행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 제도는 무려 53년 전인 1973년 시작됐다. 1972년 뮌헨 올림픽 당시 북한과 메달 경쟁에서 밀리자, 국가주도의 엘리트 체육 육성을 위해 이듬해 도입됐다. 반세기가 흐르는 동안 제도의 골격엔 변화가 없다. 1990년 재정비해 현재는 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하면 3주간 기초군사훈련과 544시간 체육봉사활동으로 18개월간의 군복무를 대체한다.

병역 특례 제도는 한국 스포츠의 급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 전성기가 짧은 운동 선수들에게 병역 혜택 부여는 지금도 효과가 확실한 동기 부여 수단이 되고 있다. 야구의 박찬호와 추신수, 축구의 박지성와 손흥민 등은 모두 병역 특례를 디딤돌 삼아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김도영(야구)과 이현중(농구)이 병역 특례를 받아 세계 무대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일본과 결승전에서 2-1로 승리한 뒤 손흥민이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이 G7에 근접할 정도로 국격이 올라갔는데,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특혜를 주는 게 시대적 변화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림픽 동메달은 지금도 도달하기 쉽지 않은 목표지만, 아시안게임은 종목이 크게 늘어나고 2진급을 내보내는 국가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1974년 아시안게임 당시 한국의 금메달은 16개에 불과했으나, 2002년에는 무려 96개까지 늘었다. 종목간 형평성 때문에 축구는 월드컵 우승을 해도 병역 혜택이 없다는 점도 공정성 논란을 일으키는 부분 중 하나다.

언젠가부터인가 아시안게임은 국가를 대표해 싸우는 명예의 전장이라기보다 선수들이 병역 리스크를 해소하는 탈출구로 변질됐다. ‘합법적 병역 브로커(동료 군면제를 도운 선수)’, ‘군대 로이드(입대 직전 스테로이드 맞은듯 괴력을 내는 선수)’라는 스포츠맨십과 어울리지 않는 우스갯소리도 횡행한다. 특례를 받았던 장현수(축구)는 봉사활동 실적 조작으로 물의를 일으켰고,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게이머 룰러(박재혁)는 탈세 의혹 등 일탈도 팬들의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

금메달을 뜻하는 ‘쇠 금(金)’자 세리머니를 펼치는 선수들. 딱 이번에 병역혜택을 받은 16명이다. [뉴스1]


체육계는 병역특례가 사라지면 엘리트 체육의 근간이 흔들린다고 항변한다. 2013년 병무청이 국제대회 누적 점수를 합산해 혜택을 주는 ‘포인트제’를 추진했으나 체육계의 거센 반발로 백지화됐다. 정부는 정치적 부담감 탓에 제도 개선을 미루며 공회전만 거듭해왔다.

체육철학자 김정효 서울대 연구교수는 “과거와 달리 지금은 국위선양 경로가 다양해졌다. 세계적으로 확산한 K-컬처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보다 탁월하다”며 “반도체와 방산, K-컬처가 세계 1등을 다투는 나라에서, 아시아 1위를 명분으로 국가의 신성한 의무를 면제하는 제도는 시대와 국민 눈높이에 맞게 손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본처럼 아시안게임에 아마추어 선수를 내보내거나, 누적점수제로 전환하고, 입대 기한을 30대 중반까지 유예해주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나고야=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