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北포로 송환, 정상 차원 비공개 합의 없었다”

전민구 2026. 9. 2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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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7월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한 호텔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우크라이나 정부가 북한군 포로의 신병 처리와 관련한 비밀 유지 합의를 두고 엇갈린 주장을 내놓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가 “대통령 차원에서 포로 송환 사실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합의는 없었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한국 외교부는 양국이 지난 7월 북한군 포로들을 국제법과 인도주의적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대우하되 당사자들의 자유의사를 존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이 사안에 정통한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포로들의 송환 문제는 지난 6월 외교장관 회담에서 장시간 논의됐지만, 대통령 차원에서 송환 사실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합의는 없었다”고 보도했다. 해당 당국자는 FT에 “그들(한국 측)이 여름 내내 이 문제를 논의했는데 우리가 그 이야기를 숨길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이상하다”라고도 말했다.

양국의 입장이 엇갈린 것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러시아에서 붙잡힌 북한군 병사 2명이 한국으로 송환됐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부터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포로 송환 사실을 비공개로 하기로 한 합의를 어기고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FT 보도가 사실이라면 우크라이나는 외교부 등 정부 부처 차원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진 것과 별개로 정상 외교 차원에서는 포로 송환 사실을 비공개하기로 합의한 바 없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비공개 합의’의 구체적인 범위와 이를 준수해야 할 주체를 양국이 서로 다르게 이해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FT는 우크라이나 정부 내 한국의 친러시아적 행보에 대한 상당한 불만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전했다. FT는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들은 한국이 러시아와의 경제적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는 데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시해왔다”며 “이들은 지난 7월 한국이 러시아에 정제유 3만t을 운송한 것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한국이 지난달 러시아와의 협력이 필요한 북극 항로 시험 운항을 실시한 사례도 언급했다.

FT는 이번 사건을 두고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에 대응한다는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진 한국과 우크라이나 관계에도 균열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관련 내용을 다룬 기고문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최근 유엔 무대에서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 사실을 전격 공개한 배경에는 한국으로부터 패트리엇 방공미사일을 지원받지 못한 데 따른 불만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한국에 무기 지원을 요청해왔으며 패트리엇 방공미사일 지원도 요구해왔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현재 전쟁 중인 지역에는 인도적 지원만 제공한다는 정책을 내세워 무기 지원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현재 러시아 영토에 북한군이 8000명 이상이 있고 여기에 추가로 1만명 규모의 병력을 더 배치하기 위한 준비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북한군 파견 대가로 기술 등을 제공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기술적 지원 아래 북한 영토에서 샤헤드형 공격 드론이 생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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