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반도체 산단 물 대야 하는데…4년간 하수 재이용 4% 찔끔↑

남수현 2026. 9. 29.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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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하수처리수 재이용 실적이 최근 4년 사이 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부가 3대 메가 프로젝트 등으로 급증하는 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방안으로 하수처리수 재이용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은 답보 상태에 가깝다. 2030년까지 하수 재이용량을 지난해의 약 1.8배로 늘리겠다는 정부 계획도 재정 부담 등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수 있다.

28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하수처리수 재이용량은 11억7200만㎥으로 집계됐다. 이는 정부가 2021년 수립한 ‘제2차 물 재이용 기본계획’에서 제시한 지난해 목표치(14억2200만㎥)의 82.4% 수준이다.

기후변화로 가뭄이 잦아지는 한편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물은 늘면서 한번 쓴 물을 다시 활용하는 재이용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물 재이용 수요·공급 전망과 재정 투자계획 등을 담은 ‘물 재이용 기본계획’을 2011년 처음 내놓은 데 이어 10년 단위로 수립하고 있다. 여러 종류의 물 중에서도 하수처리수는 전체 물 재이용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핵심 수자원으로 꼽힌다.

문제는 하수처리수 재이용량이 정부 계획만큼 빠르게 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하수처리수 재이용량은 2021년 11억2700만㎥에서 지난해 11억7200만㎥로 4년 동안 4.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년(2024년)과 비교하면 증가율은 0.3%에 불과했다.

하수처리수 재이용량이 모두 산업 현장에 공급된 것도 아니다. 지난해 재이용량의 56.6%(6억6370만㎥)가 처리장 밖으로 공급된 장외용수였는데, 이중 산업 현장에 쓰이는 공업용수는 1억5000만㎥에 불과했다. 기본계획상 목표(2억6200만㎥)의 57%에 그쳤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7일 전남광주 서구 제1하수처리장 재이용시설 예정부지를 방문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기후부


이런 가운데 정부는 하수처리수 재이용 목표를 한층 높여 잡았다. 최근 내놓은 제2차 물 이용 기본계획 변경안에 따르면, 2030년 연간 하수처리수 재이용 목표를 기존 18억9800만㎥에서 21억5200만㎥로 상향했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4년 안에 지난해 실적(11억7200만㎥) 대비 약 1.8배로 확대해야 한다.

이번 계획은 호남 반도체 산단 수요는 반영되지 않아 이를 고려하면 공업용수로 확보해야 하는 비중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에 필요한 하루 약 65만㎥의 용수 중 30만㎥를 하수 재이용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하수 재이용 확대가 그간 지지부진했던 배경에는 비용과 시간 문제가 있다. 하수처리수를 공업용수로 사용하려면 추가 정화시설을 설치하고 수요처까지 관로도 깔아야 한다. 특히 대규모 공업용 재이용 사업은 민간투자 방식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은데, 사업 절차가 길고 복잡한데 초기 투자비는 커 민간 참여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일례로 청주 재이용시설은 타당성조사 15개월을 포함해 사업 착수부터 착공까지 42개월이 걸렸고, 총사업비 622억원의 절반을 민간이 부담했다.

해외에선 정부가 투자비를 적극 지원한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파운드리)인 TSMC 등에 하수 재이용수를 공급하는 시설의 건설비 가운데 72~92%를 보조했다. 한경협은 최근 발표한 첨단전략산업 정책과제 건의에서 하수재이용시설을 반도체특별법상 국비 지원 대상에 포함하고, 사업 착수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18개월 이내로 단축해달라고 요구했다.

다만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더라도 2030년까지 목표량을 채우기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하수 재이용시설은 위치 선정과 부지 확보, 설계·시공을 거쳐야 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서두르지 말고 기본계획부터 다시 검토해 연차별로 추진해야 한다”고 짚었다.

어기구 의원은 “첨단산업에 필요한 물은 늘어나는데 하수 재이용은 정부가 세운 목표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는 시설 건설 지연과 비용 분담, 수요처 확보 등 재이용 확대를 가로막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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