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L 10m 앞 北 지뢰에 당했다…유엔사와 협의 안 된 수색로 개척 왜 했나
지난 21일 경기 파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폭발사고와 관련해 군 당국이 사실상 북한군의 수지(플라스틱) 소재 반(反)보병 지뢰에 의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2015년 목함지뢰 도발 이후 북한군 지뢰로 아군 장병이 중상을 입은 건 11년 만이다. 다만 정부는 이날 최종 조사 결과가 아니란 점을 들어 대북 경고 성명 등 별도의 비판 메시지는 내지 않았다.

DMZ 지뢰 폭발 사건의 합동조사 태스크포스(TF)장을 맡은 권대원(육군 중장)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28일 “이번 지뢰 폭발 원인은 북한군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권 차장은 “해당 지역에 아군의 지뢰 매설 기록은 없고 북한군이 인근 지역에 지뢰를 매설한 흔적이 2025년 9월에 발견된 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1차 감정 결과로 갈색 이물질이 검출되고 철제·파편이 없는 것을 고려 시 폭발 원인은 아군 지뢰가 아닌 것이 확실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밖에 폭발 지점의 화구 및 폭발 화염 형태, 피해 장병의 부상 정도, 작전 인원의 진술 등도 북한군 지뢰일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다만 북한 지뢰임을 입증할 ‘스모킹건’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작전에 참여한 장병들의 진술에 따르면 두 차례 폭발 직후 현장 병력은 무릎을 꿇은 채 선두 인원이 약 5㎝ 간격으로 땅을 찔러 지뢰를 확인하며 철수했다. 이 과정에서 두 차례 폭발 지점에서 약 1m 떨어진 곳에 “겉면이 플라스틱으로 된 직사각형 형태의 지뢰를 봤다”는 진술이 나왔다. 군은 추가 현장조사를 통해 해당 지뢰를 수거할 방침이다.
군 정보당국은 장병들이 목격한 지뢰가 북한이 1969년 이후 제작해온 수지 반보병지뢰와 같은 형태로 보고 있다. 적어도 6·25전쟁 당시 북한군이 후퇴하면서 묻어둔 지뢰일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다. 부상 장병의 방탄조끼 등에선 TNT(트리니트로톨루엔) 성분도 검출됐다. 군은 철제 파편이 나오지 않은 점과 폭발 양상, 피해 범위 등을 토대로 아군이 운용하는 M16 대인지뢰와는 다른 종류로 판단하고 있다.

폭발 지점이 북한군이 조성한 지뢰지대에서 불과 10여m 떨어져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해당 지역에선 위성 상으로 지난해 8월부터 북한군이 MDL을 넘겨 지뢰지대를 조성해 왔다. 매설 지뢰 위에는 토양이 덮여 있고 풀도 자라나 있었는데, 매설 지뢰라도 다년생 초목이 자라는 지역이 아니라 1년 만에 풀로 뒤덮일 수도 있다고 한다. 북한군이 최근 요새화 작업 과정에서 지뢰를 새로 매설했을 가능성이 작지 않은 셈이다. 2015년 목함지뢰 도발 당시 북한군은 MDL을 약 440m 넘어와 목함지뢰 두 점을 매설했다.
사고는 지난 21일 오전 10시51분쯤 육군 1군단 25사단 예하 수색대대 장병 18명이 수색로 개척 작전을 벌이던 중 발생했다. 장병들은 북한군의 MDL 일대 요새화 작업과 관련해 유엔군사령부와 공동 현장조사를 앞두고 임진강변 옛 수욱시 나루터 일대에 새로운 수색로를 개척하고 있었다. 두 차례 지뢰 폭발로 조모 수색대대장(중령)의 발목이 절단됐고 공병 중사 1명도 다리에 심한 열상을 입어 국군수도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장병들이 MDL에서 불과 10여m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한 경위는 의문으로 남는다. 해당 수색로는 유엔사와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경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최근 DMZ 내 작전 권한을 둘러싸고 유엔사와 이견을 보여온 상황에서 우리 군이 유엔사와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수색로를 개척하다 사고가 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사고 지점은 통신이 잘 되지 않는 지역으로 GPS 오차 때문에 작전 병력이 MDL에 근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 지역은 MDL을 사이에 두고 북한군 GP 7곳과 우리 군 GP 4곳이 배치돼 있다. 우리 측 GP 중에는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폐쇄됐다가 이후 복원된 GP도 포함돼 있다. 폭발 지점은 우리 측 GP 한 곳에서 서북쪽으로 약 740~870m 떨어진 곳으로, 계곡과 능선 때문에 고정형 감시장비로 관측하기 어려운 사각지대라고 한다.
군 당국은 지난 24일 합참 주도로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와 합동조사 TF를 구성해 27~28일 현장조사를 벌였다. 군은 추가 현장조사를 통해 장병들이 목격한 수지 지뢰를 확보하고 정확한 매설 시점 등을 규명할 방침이다.
최종 조사 결과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로 판명될 경우 정부의 대응 수위도 높아질 전망이다. 권 차장은 “만약 최종 조사 결과 우리 군의 피해 원인이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로 판정된다면 MDL 이남에서 정상적으로 DMZ 작전을 수행하던 우리 장병이 북한군 지뢰에 의해 부상을 당한 것”이라며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다. 우리 군은 이에 합당하고 상응한 조치를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2015년 목함지뢰 도발 당시 정부는 조사 결과 발표 당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6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데 이어 8월에는 전방 고정식 확성기를 철거했다. 군 일각에서는 MDL 일대 북한군 지뢰에 대한 탐지·제거 작전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상응 조치로 거론된다.
한편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군 발표 직후 서면브리핑에서 “북한이 군사분계선 인근에 지뢰를 매설해 우리 장병의 생명을 위협한 것이 사실이라면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북한은 이번 사태의 진상을 낱낱이 규명하는 데 즉각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유정·심석용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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