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자주국방, 적 압도할 무기와 인재에 달렸다

2026. 9. 29.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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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승 한국항공대 석좌교수·전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

대한민국의 자주국방은 선택이 아니라 국가 생존을 위한 절박한 요구에서 출발했다. 1969년 닉슨 독트린 발표를 계기로 미국은 해외 주둔 미군 감축과 동맹국의 방위 책임 강화를 요구했다. 닉슨 독트린으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이 거론되고 국가안보의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나자 당시 박정희 정부는 외부에만 의존해서는 국가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강했다.

■

「 주요국들 게임체인저 개발 경쟁
기존 무기획득 체계의 혁신 필요
우수 인력 확보에 역량 집중해야
」

이에 따라 국방과학연구소 설립, 방위산업 기반 구축, 국산 미사일 개발, 병기 국산화 등을 중심으로 국가 주도의 자주국방 체계를 가동했다. 당시의 자주국방은 단순한 정책 선택이 아니라 국제질서 변화 속에서 국가 생존을 위한 전략적 결단이었다.

지금의 안보 환경도 그때와 유사한 구조적 변화를 보인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 강화 흐름 속에서 전략적 우선순위를 한반도 중심에서 대만·남중국해·중동까지 넓히고 있다. 동맹국의 역할 확대와 전략적 유연성을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북한의 핵·미사일, 재래식 무기의 첨단화에 따른 위협은 갈수록 고도화하고, 중국은 서해에서 회색지대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중동 분쟁과 러·우전쟁에서 보듯 현대전은 대량생산 가능한 소모성 무기체계와 인공지능(AI) 기반 무인전투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 미래 전장의 승패는 전장을 압도할 ‘게임체인저’ 수준의 첨단무기를 구상하고 이를 실전 전력으로 구현하는 능력에 달렸다. 이는 끊임없는 문제의식과 지적 역량, 그리고 절실함이 결합할 때 실현할 수 있다. 미국의 상쇄전략과 미사일방어체계인 골든 돔(Golden Dome) 구상, 중국의 대함탄도미사일(ASBM) 기반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은 미래 위협을 선제적으로 상정해 대비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강한 상대를 단순 모방하는 대신 그 강점을 무력화할 새로운 해법을 모색한 사례다.

미래 전장을 주도할 ‘게임체인저’ 무기 확보 경쟁에 돌입한 국방 선진국들처럼 한국도 속도를 내야 한다. 현대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무기 획득체계를 첨단무기 개발 환경에 맞게 혁신해야 한다. 무기체계의 개발·전력화 기간을 단축하고, 기술개발자와 무기 소요군이 미래 전장의 작전개념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이를 통해 미래 위협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미래 대비형 국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은 러·우전쟁에서 드론과 자율 무인체계가 전쟁 양상을 바꾼 교훈을 반영해 ‘리플리케이터(Replicator)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무기 획득 기간을 단축하고 저렴하고 대량 생산 가능한 자율 무인체계 확보를 가속화 중이다.

한국은 북한 위협에 대응해 3축 체계 등 독자적 전력을 발전시켜 온 경험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AI전 및 드론전 시대에 맞는 ‘게임체인저’ 첨단무기 개발과 국방 혁신이 필요하다. 이제 자주국방은 단순히 현재 필요한 무기를 확보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미래 전장을 주도할 고위력·극초음속 미사일, 초공동 어뢰, AI 군집드론, 무인잠수정, 차세대 미사일방어망의 핵심인 레이저 무기, 전원으로 활용 가능한 마이크로원자로(MMR) 등 ‘게임체인저’ 첨단기술 개발이 중요하다.

그러나 첨단 무기체계의 경쟁력은 결국 이를 구상하고 개발하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북한도 체제 유지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국방과학기술 인력을 전략자산으로 관리하며 연구개발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도 ‘게임체인저’ 무기 개발을 위해 우수 연구인력 확보와 육성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1970년대에 박정희 정부가 자주국방과 방위산업 육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과학기술 인재를 적극 발굴·유치하고, 연구개발 기반을 조성한 결과가 오늘날 세계적 수준의 방위산업과 국방력의 토대가 됐다. 결국 미래 자주국방은 첨단 무기 확보 경쟁을 넘어 첨단기술을 창출할 인재 확보 경쟁이다. 이제는 국방과학기술 인력을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전략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 우수 인재 유입과 연구환경 개선, 장기적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할 때 한국은 미래 전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지속 가능한 안보 역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단순한 국방정책이 아니라 안보와 미래를 좌우할 국가 전략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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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승 한국항공대 석좌교수·전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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