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면 왜 했나”…돈 쏟아붓고 ‘국제 망신’ 산 나고야·여수

유성운 2026. 9. 2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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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여수세계섬박람회에서 선보인 ‘거문도 뱃노래’ 공연 모습으로, 트럭에 천만 허술하게 둘러 준비 미흡 논란이 일었다. 사진 소셜미디어 캡처

선수들을 태울 버스는 오지 않았고, 한국 대표팀 경기 전에는 북한 국가가 흘러나왔다. 일본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벌어진 일이다. 대한해협을 건넌 반대편에선 트럭을 배처럼 꾸민 공연 영상이 퍼지며 콘텐트 부실 논란이 일었다. 한국 여수세계섬박람회다. 지역 홍보와 관광 활성화라는 두 대회의 목표는 화려했지만, 자칫 개최지의 매력보다 준비 부족과 부실 운영이 낳은 이미지 실추만 남게 된 상황이다.

두 행사는 유치할 때보다 돈은 더 썼지만, 정작 내놓은 결과물은 혹평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나고야는 준비 단계부터 비용 문제로 진통을 겪었다. 아시안패러게임과 관련 경비를 포함한 총비용은 유치 당시 약 1000억엔(약 8600억원)에서 약 3700억엔(약 3조19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조직위는 물가 상승에 대응해 선수촌 신축을 취소하고 호텔·크루즈선·임시 숙소를 활용했다. 건설비를 줄이는 대신 여러 숙소의 배정과 이동을 조율해야 했지만, 현장에서는 기본적인 배차와 경로 안내부터 차질이 드러났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선수단 숙소인 대형 크루즈선 '코스타 세레나호'가 15일 일본 나고야항에 정박해있다. 연합뉴스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지난 15일 카타르전을 앞두고 버스가 축구장 대신 야구장으로 향해 경기장에 30분 늦게 도착했다. 크루즈선에서는 승선에 약 6시간이 걸리는 사례가 나오는 등 지연이 속출하자 필리핀 남자 체조 선수가 인근 호텔로 숙소를 옮기는 일도 벌어졌다.

인도 여자 체조 선수 프라나티나야크는 남성 코치와 크루즈선의 같은 방을 배정받았다. 계영 예선 출전 선수에 대한 메달 미지급 논란까지 불거졌다. 조직위는 비용 문제는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여수도 사정은 비슷하다. 기본사업비 248억 원에 각종 확대사업이 더해지면서 직접 사업비만 700억 원대로 불어났지만, 정작 전시·공연 콘텐트가 부실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전시관의 도심항공교통(UAM) 체험은 키오스크에서 가상 탑승권을 출력하는 방식에 불과했고, 주행사장에서 부행사장인 개도로 바로 갈 선착장이 없어 차량과 배를 갈아타야 했다고 한다. 지난 15일 ‘거문도 뱃노래’ 논란 등 지역 문화를 소개하는 공연도 질타를 받았다. 조직위는 체험 부스와 공연을 늘리고 전시 해설 인력을 보강하는 등 뒤늦게 보완에 나섰다.

문제는 후유증이 재정 부담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나고야의 숙박·수송 파행은 한국뿐 아니라 로이터·AP통신 등 외신을 타고 해외로 퍼졌다. 닛칸스포츠는 ‘이번 사태로 일본이 그동안 자부해온 국제대회 운영 능력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스포츠 매체 코코카라넥스트는 “오모테나시(환대)를 내세워 온 일본이 대체 뭘 하는 건가” “일본이 수십 년간 쌓아온 국제행사의 신용과 신뢰가 이번 부실 운영으로 날아갔다” 등 SNS에 이어지는 국내 비판 여론을 전했다.

지난 16일 전남광주 여수시 개도 ‘2026 여수 세계 섬박람회’ 부행사장인 섬섬캠핑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황희규 기자

여수도 참가자와 관람객들의 불만은 SNS와 언론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면서 여수의 매력보다 준비 부족만 부각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졌다. 여수시는 택시업계에 박람회 관련 ‘유언비어 유포 금지’ 공문을 보내 논란을 빚자, 서영학 시장이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

국제 대회 유치가 실제로 지역에 도움이 되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2021년 호주 에디스코완대 연구진은 2018년 호주의 한 지역에서 열린 프로 서핑대회 중단 전후 트위터 게시물 5684건을 분석한 결과, 부정적 감정은 대회 자체보다 개최 도시 이미지에 더 밀접하게 들러붙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대회를 향한 비판이 결국 지역 이름에 그대로 덧씌워진다는 것이다. 행사에서 발생한 문제가 지역에 대한 평가로 번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전라북도는 2023년 새만금 세계잼버리 대회 당시 운영 부실로 일부 참가국이 조기 철수하며 국제적 망신을 산 전례가 있다.

이런 흐름 속에 아예 유치 경쟁에서 발을 빼는 도시도 나오고 있다. 삿포로는 2023년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스스로 중단하면서 “대회 개최가 도시가 안고 있는 미래 과제 해결에 어떤 효과를 낼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대회를 유치해 얻는 것보다, 부실 운영으로 잃는 것이 더 클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도쿄=유성운 특파원, 나고야=김효경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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