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당에 대적할 맞수... 대전 현지인들은 여기를 갑니다

송혜림 2026. 9. 2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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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간의 추석 연휴, 짧고 굵은 고향 여행에는 알찬 참고서가 필요합니다.

대전을 여행하며 처음으로 아이들의 작은 발자국을 따라 걸었다.

추석에 잔뜩 기대하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어디 갈지 고민하는 어른들에게, 9월 가을 날씨에 잘 어울리는 대전 유성구 여행지들을 소개한다. 그럼, 활자를 따라 눈으로 담는 대전 여행을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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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의 귀향여행 가이드] 아이와 가기 좋은 '대유잼' 당일치기 무료 여행코스, 대전으로 오세요

4일간의 추석 연휴, 짧고 굵은 고향 여행에는 알찬 참고서가 필요합니다. 시민기자들이 직접 소개하는 우리 동네 숨은 명소와 볼거리, '현지인의 귀향여행 가이드'입니다. <편집자말>

[송혜림 기자]

▲  대전 성심당 DCC
ⓒ 송혜림
"대전? 노잼도시잖아."

대전이 '노잼도시'란 스티커가 붙은 건 언제부터였을까. 그나마 최근 성심당 덕분에 '빵의 도시'란 새 옷을 입었지만, 노잼도시는 가격표처럼 대전의 발끝을 내리 따라왔다. 유년 시절을 모두 대전에서만 보냈던 내겐 퍽 속상한 일이다. 어린 시절의 내겐 대전이 세상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꿈돌이동산부터 자연휴양림, 갑천, 중앙시장까지. 크고 나서도 대전을 한 번도 재미없는 도시라 생각하지 않았다.

날이 완연히 풀린 9월의 어느 날, 집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던 중이었다. 서울에서 쉽게 듣지도 보지도 못한 아이들의 맑은 웃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문득, 나의 유년 시절에는 무엇이 대전을 사랑하게 했을까 생각했다. 스무 해 전의 어린 내가 강아지처럼 뛰어다녔던, 엄마와 나란히 유부초밥을 싸서 피크닉을 갔던, 친구들과 교복을 입고 졸업사진을 촬영했던,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새로운 아이들을 맞이하고 있는 공간들에 대하여.

어른들의 시선으로 봤을 때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대전이 '노잼'일 수 있다. 그러나 눈높이를 조금만 낮춰보면, 우리 아이들에겐 하나의 커다란 '놀이동산'일 수 있다. 대전을 여행하며 처음으로 아이들의 작은 발자국을 따라 걸었다. 어린 날의 내가 그랬듯, 아이들이 꿈을 키우고 성장의 순간을 만나는 장소를 찾아 나섰다.

추석에 잔뜩 기대하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어디 갈지 고민하는 어른들에게, 9월 가을 날씨에 잘 어울리는 대전 유성구 여행지들을 소개한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인 만큼 도보로 이동 가능하고, 택시를 타도 10분 내외로 도착할 수 있다. 식비와 교통비를 제외하면 모두 무료입장이다. 그럼, 활자를 따라 눈으로 담는 대전 여행을 떠나볼까.

[첫 번째 코스] 오씨칼국수·정동문화사
▲  오씨칼국수 도룡점
ⓒ 송혜림
대전은 칼국수로 정평이 나 있다. 과거 해방 이후 미국 원조로 들어온 밀가루가 물류 중심지인 대전에 퍼지면서 면 요리인 칼국수가 유명해졌다고 전해진다. 시민칼국수, 공주칼국수, 대선칼국수 등 여러 곳이 있지만 내 입맛엔 도룡동 '오씨칼국수'가 제격이다. 어렸을 때 부모님과 따끈한 국물이 생각나면 들렀던 추억의 맛집. 한적한 동네 맛집이었는데 그새 관광객들이 장사진을 쳤다.
풍미가 가득한 맑은 국물과 아낌없이 들어간 조개들, 부드럽게 끊어지는 면발까지. 곁들여 나온 실비김치는 아이에겐 알싸하고, 어른에겐 맛있게 매콤하다. 칼국수를 주문하면 해물파전은 필수다. 끝은 바삭하고 가운데는 가볍게 기름지다. 옆자리에 앉은 어린 남매도 양손으로 전을 작게 찢어 정신없이 먹는다. 기름진 요리가 없어 푸짐하게 먹었지만 속이 거북하지 않다. 깔끔하고 만족스러운 한 끼다.
▲  정동문화사
ⓒ 송혜림
▲  정동문화사
ⓒ 송혜림
오씨칼국수에서 도보 1분 걸으면 쁘띠 정동문화사가 있다. 휘낭시에와 에그타르트로 유명한 구운 과자점이다. 본점은 대전의 옛 도심인 동구 정동, 대전역 인근에 자리해 있다. 휘낭시에는 크기도 큰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꾸덕하다. 선물용으로도 최고다. 츄러스, 무화과크림치즈 맛이 특히 인기가 많다.
개점 한 시간 만에 에그타르트가 매진됐다. 운 좋게 마지막 하나를 사서 한입 크게 무니, 담백하고도 달콤한 계란 속이 혀끝에서 사르르 녹는다. 종류는 한정적이지만 구움 과자류는 성심당에 대적할 맞수다.
여행지 정보
오씨칼국수 : 대전 유성구 엑스포로151번길 19 하우스D어반 1층 E103,104,105호
영업 11:00~21:00, 손칼국(9000원)/파전(1만 4000원)

정동문화사 : 대전 유성구 엑스포로123번길 34 1층 104, 105호
평일 12:00~17:00, 토요일 11:00~17:00, 일요일 11:00~16:00
[두 번째 코스] 국립중앙과학관
▲  국립중앙과학관
ⓒ 송혜림
▲  국립중앙과학관
ⓒ 송혜림
대전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참새가 방앗간 가듯이 들렀던 국립중앙과학관. 오씨칼국수에서 도보 2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한반도의 자연사를 알려주는 '자연사관', 인류 문명을 배울 수 있는 '인류관', 참여와 체험을 통해 과학 원리를 탐구하는 '생활과학체험관' 등 살아 있는 만물백과사전이다.
특히 과학 체험관에서는 '어떤 냄비에서 물이 더 빨리 끓을까?', '휴대전화 진동 원리는 어떻게 만들까?', '과속 측정은 어떻게 할까?' 등 어른들도 모르는 과학 상식들이 쏟아지기 때문에, 어릴 적 과학에 관심 있었던 꿈돌이 엄마 아빠도 눈을 반짝일 테다.
▲  국립중앙과학관
ⓒ 송혜림
힘이 넘치는 아이들을 위한 야외 놀이터도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첨단기술을 흥미롭게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된 '창의나래관'과 23m 반구형 돔 화면의 국내 최초 3D 천체투영관인 '천체관'은 추석 연휴 동안 무료로 운영된다(추석 당일 제외). 지방까지 가서 웬 과학관이냐 할 수 있지만, 자고로 대전은 '과학의 도시'다. 어른도 토끼눈을 뜨게 만드는 사이언스 마법을 경험해보시라.
여행지 정보
대전 유성구 대덕대로 481 국립중앙과학관 / 운영 9:00~17:30 / 입장료 무료
[세 번째 코스] 엑스포다리와 한빛탑
▲  한빛탑
ⓒ 송혜림
과학관에서 도보 10분이면 지난 1993년 대전엑스포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한빛탑이 위치해 있다. 탑 앞에는 음악분수와 물빛광장, 꿈돌이·꿈순이 등 꿈씨패밀리를 만날 수 있어 가볍게 둘러보기 좋다. 광장에는 한정 판매하는 꿈돌이 라면 가게와 꿈돌이 굿즈숍이 위치해 있다.
▲  엑스포다리
ⓒ 송혜림
한빛탑 바로 맞은편에는 반원이 겹쳐진 엑스포다리가 위치해 있다. 과거엔 이 다리를 걸으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속설이 있었다. 밤이 되면 다리 전체가 별처럼 빛나기 때문에 견우와 직녀처럼 천년의 사랑을 이루기 때문은 아닐는지.
여행지 정보
대전 유성구 대덕대로 480 / 입장료 무료
[네 번째 코스] 한밭수목원
▲  대전 한밭수목원
ⓒ 송혜림
국립중앙과학관에서 도보 20분 거리엔 대규모 인공수목원이 있다. 수목원은 엑스포시민광장을 중심에 두고 동원과 서원으로 나뉜다. 동원은 장미원, 목련원 등 꽃과 조경을 감상하기 좋다. 서원은 습지원과 야생화원 등이 있고 산책하기 좋게 조성돼 있다. 열대식물원은 야자류나 열대화목류 등 아열대·열대 식물을 만날 수 있다. 가을이 오면 단풍과 억새가 져서 노릇노릇 구워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  대전 한밭수목원
ⓒ 송혜림
수목원은 대전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90년대생들에겐 '졸업사진' 맛집인 곳이다. 산책길 곳곳에 진한 틴트를 바르고 미스코리아 포즈를 취하는 여중생들이 겹쳐 보인다. 정자에 앉아 천천히 사색하며 분수에 피어난 무지개를 구경하다 보면 그새 마음이 차분해진다. 아이들은 휴대전화을 내려놓고 드넓은 정원을 제 집마냥 뛰어다닌다.
수목원 주변에는 넓은 잔디밭이 조성돼 있어 야외 피크닉도 즐기기 좋다. 여기에 공연·예술의 요람인 대전예술의전당과 시립미술관,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는 엑스포시민광장 등이 모두 집합돼 있어 아이와 오후 시간을 즐기기에 만족스럽다. 배가 출출할 때는 미니 매점에서 소떡소떡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자.
여행지 정보
대전 서구 둔산대로 169/동원 하절기 5:00~21:00(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서원 5:00~21:00(매주 화요일 정기휴무)/입장료 무료
[다섯 번째 코스] 대전 족욕체험장
▲  대전 족욕체험장
ⓒ 송혜림
수목원에서 택시로 10분이면 도착하는 봉명동 유성족욕체험장은 섭씨 40도의 천연 온천수가 공급되는 노천족욕장이다. 수질도 좋고 시설도 깔끔하다. 족욕은 혈액순환에 좋고 스트레스와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쌀쌀한 가을밤 바람은 양 볼을 스치고, 발은 뜨뜻하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어떻게 알고 왔는지 젊은 외국인들도 발을 담그고, 아이들은 부모와 작은 물장구를 치며 족욕을 즐긴다. 특히 이곳은 지역 어르신들의 만남의 광장이다. 초면인 듯한 할머니들은 금세 단짝이 되고, 할아버지들은 인생 얘기를 나눈다. 화려하지 않아도, 근사하지 않아도. 진정한 대전의 매력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느껴지는 온정에 있는 것 아닐까. 이 따스한 물의 온도처럼 말이다.
여행지 정보
대전 유성구 봉명동 574/운영 7:00~22:00/입장료 무료
[여섯 번째 코스] 대전시민천문대
▲  대전시민천문대
ⓒ 송혜림
▲  대전시민천문대
ⓒ 송혜림
족욕체험장에서 택시로 10분이면 지난 2001년 국내 최초로 세워진 시민천문대에 도착한다. 요즘처럼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꼭 와야 할 마지막 여행지다. 전시실에 들어가기 전 생일을 알려주면 흰색 종이 한 장씩 받는다. 바코드를 찍으면 수억 년 전 나의 별자리 탄생 과정을 구경할 수 있다.
천체관측실에서는 대형 망원경을 통해 아주 가까이에서 별과 은하수, 달을 마주할 수 있다. 관측 여건에 따라 관측 가능한 대상은 달라질 수 있다. 내가 간 날은 두 개의 별이 하나의 빛을 이루는 알비레오(Albireo)와, 반짝이를 흩뿌려놓은 듯한 헤라클레스자리 구상성단(M13), 그리고 달을 만날 수 있었다.
▲  대전시민천문대
ⓒ 송혜림
별이 노란색이 아니라 파란빛, 붉은빛으로도 빛난다는 걸 처음 알았다. 특히 이날은 달이 아주 형형한 빛을 내어 울퉁불퉁한 표면을 또렷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형용할 수 없는 수려한 우주의 자태였다. "엄마, 나도 언젠가 저 별을 손에 쥘 수 있어?" 어디선가 들려오는 초등학생 아이의 순진한 질문에 주변 어른들의 웃음이 터진다.
▲  대전시민천문대
ⓒ 송혜림
가장 인기가 많은 천체투영관은 돔 형태의 관람실로 의자를 뒤로 젖혀 미디어로 별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다. 토요일 저녁 8시면 아름다운 악기 연주와 함께 별자리 체험을 할 수 있다. 아쉽게도 시민천문대는 추석 연휴엔 일요일만 문을 연다. 대신 아이 교육에 좋은 별자리 안내 영상을 틀어주니 추천드린다.
입장료 무료
대전 유성구 과학로 213-48 대전시민천문대 (대전광역시 유성구 신성동 7-13)/운영 14:00~22:00(매주 월 정기휴무, 18:00~18:50 휴게시간)
"대전 정말 좋다. 살기 좋은 도시, 대전."

한밭수목원에서 글을 쓰는데 한 대학생 무리가 까르르 웃으며 지나간다. 그 말이 퍽 마음에 들어 내친김에 글로도 옮겨본다. 대전 사람들은 말한다. 그래도, 어쨌든 대전이 가장 좋다고. 누가 뭐라고 하든, 이토록 사랑할 수밖에 없는 지역은 역시 대전뿐이라고.

오늘 소개해드린 여행지 외에도 공유하고 싶은 곳들이 참 많다. 뿌리공원, 장태산자연휴양림, 우암사적공원, 오월드 등. 빵이 대전의 명성을 더욱 드높이고 있는 요즘. 더 많은 이들이 둥글둥글 충청도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 친숙하고 사랑스러운 도시를 걸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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