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영웅] 새벽 한강 고가에 사람이?…바이크 멈춰 세운 라이더 정체

이예지,조민영 2026. 9. 2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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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같이 기다리시다가 같이 가시면 돼요." 어느 금요일 새벽 3시쯤 깊은 어둠이 깔린 고가차도. 빠른 속도로 차들이 지나가는 도로 옆, 추락 방지용 안전페스 앞에 한 사람의 실루엣이 포착됩니다. 이때 바이크 한 대가 속도를 줄이고 멈춰 섭니다.

"거기가 자동차들이 쌩쌩 달리는 곳이거든요. 차가 많지는 않았지만 달리는 속도가 워낙 빠른 곳이다 보니까 좀 위험한 곳입니다." 그 사람이 서 있던 곳은 다름 아닌 성수대교 북단 방향 뚝섬로 갓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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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새벽 도로 위 낯선 어르신 지킨 라이더
아직 살만한 세상 만드는 [작은영웅]
김이설(37) 씨
“저랑 같이 기다리시다가 같이 가시면 돼요.”
어느 금요일 새벽 3시쯤 깊은 어둠이 깔린 고가차도. 빠른 속도로 차들이 지나가는 도로 옆, 추락 방지용 안전페스 앞에 한 사람의 실루엣이 포착됩니다. 이때 바이크 한 대가 속도를 줄이고 멈춰 섭니다. 곧바로 바이크에서 내린 운전자, 한눈에도 불안해 보이는 그 사람에게 다가가 말을 건네는데요.
새벽 도로 위 낯선 어르신 지킨 여성 라이더
정체 모를 사람에게 거침없이 다가선 운전자는 여성 바이커 김이설씨였습니다. 이설씨는 바이크를 좋아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했는데요.

퇴근 후 잠수교 라이딩이 소소한 낙인 이설씨는 그날도 금요일 새벽 근무를 마친 뒤 혼자 잠수교를 달려 이태원을 향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새벽 퇴근길에 좋아하는 케밥을 포장해오는 게 이설씨가 사랑하는 루틴이었죠. 그렇게 케밥을 품에 안고 집을 향해 달리던 길, 그 위태로운 상황을 목격한 겁니다.

김이설(37) 씨
“거기가 자동차들이 쌩쌩 달리는 곳이거든요. 차가 많지는 않았지만 달리는 속도가 워낙 빠른 곳이다 보니까 좀 위험한 곳입니다.”
그 사람이 서 있던 곳은 다름 아닌 성수대교 북단 방향 뚝섬로 갓길이었습니다. 엄밀히는 갓길도 없는 고가도로 난간, 애초에 어떻게 여기까지 걸어왔나 싶은 위험한 위치였습니다. 이설씨 역시 빠른 속도로 달리던 중이었기에, 처음엔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구분이 안 됐다고 합니다. 약간 비틀거리듯 걷는 모습 때문에 아마도 주취자일 것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이설씨도 속으로 겁이 났습니다. 요즘처럼 흉흉한 세상에 괜히 다가갔다가 위험해지는 건 아닐까, 짧은 순간 망설여지기도 했답니다. 

그런데 그냥 지나치자니 아무래도 불안했습니다. 후회하지 말자는 생각이 이설씨를 붙잡았습니다.

김이설(37) 씨
“아무것도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그냥 갈까 하다가 뭔가 가면은 후회가 될 것 같은 거예요. 내일이 돼도 뭐 다음 날이 돼도 생각이 날 것 같아가지고 ‘후회하기 전에 그냥 내리자’ 하고 앞에서 내려가지고 그분한테 쪼르르 간 거였거든요.”
바이크를 세우고 가까이 다가가 보니, 연세가 많은 남성 어르신이었습니다. 말을 걸어봤지만 명확한 의사 표현이 잘 안 되는 상태였습니다. 인도로 내려갈 길도 없는 고가 위에서 이설씨 혼자 힘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설씨는 곧바로 112에 신고해 상황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그의 곁을 지키며 계속 안심시켰습니다.

김이설(37) 씨
“어르신들이 가끔씩 도움을 받으면 돈을 내야 내야 될 것 같은 강박증이 있으신 분들이 있으시더라고요. 그래가지고 제가 이거는 돈을 내는 행위가 절대 아니다. 하고 계속 안심을 시키려고 했습니다.”
김이설(37) 씨
“경찰차 타고 가시면 돼요. 돈 내거나 그러는 거 아니에요. 안전하게 태워다드리려고 그러는 거거든요. 여기 가면은 밤이고…. 저랑 같이 기다리시다가 같이 가시면 돼요.”
얼마 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고, 어르신은 무사히 경찰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도덕적 이치가 뭔지 아는, 그냥 평범한 한국인”
사실 이설씨가 새벽 라이딩 도중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며칠 전 퇴근길에는 터널 진입 전 오토바이 사고가 난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사고가 급박하게 수습된 듯 헬멧은 도로에 던져져 있고, 오토바이는 비상등만 켜진 채 세워져 있었습니다. 도로 위엔 사고 파편도 흩어져 있어서 자칫 2차 사고가 발생할 위험도 있어 보였죠. 이설씨는 갓길에 잠시 바이크를 세우고, 그 잔해들을 도로 가장자리로 치운 뒤 그곳을 지나갔습니다.
김이설(37) 씨
“ ‘그냥 지나치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집에) 오니까 케밥이 다 식었더라고요. 식으면 솔직히 음식이 맛이 없잖아요. 그런데 뿌듯한 일을 했고…. 식은 음식을 먹었지만 ‘식은 케밥도 나름 괜찮은데? 가끔씩은 이런 식은 케밥을 먹어도 괜찮겠다….”
이설씨는 자신이 ‘그저 평범한 한국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마냥 착한 사람 아니고, 승질머리 더럽고 성격도 급하다”면서 말이죠. 하지만 위험에 놓인 누군가를 발견하고 기꺼이 행동한 이설씨를 그냥 평범하다고 생각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이설씨는 평범하다는 자기소개에 “도덕적 이치가 뭔지 아는 사람 정도”라고 한 줄 부연했습니다. 그렇죠. 결국 그런 마음, 그런 생각 하나가 우리 세상을 한끝 다르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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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는 세상을 살만하게 만들어주는
작은영웅들의 이야기 계속 들려드릴게요

영상=이예지 인턴,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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