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민심 르포] "대기업 온다는디 될랑가"…메가프로젝트 놓고 갈린 광주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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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온다, SK가 온다 말은 무성한디 진짜 될랑가 모르겄어."
전남광주 광산구 신창동에 거주하는 이 모(여성·50대)씨는 "SK나 삼성전자 쪽으로 옮겨진다고 해서 기대가 크다"며 "침체된 도시에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광산구 쌍암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정 모(여성·50대)씨는 "항상 거창하기만 하고 별 볼 일 없지 않았냐"며 "그렇게까지 큰 기대는 안 한다. 뭔가 획기적인 게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광주 수완지구에서 만난 한 20대 시민은 "민주당이 싫고 이재명 대통령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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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공항·실현 시점 걱정"
부동산·대출 정책엔 불만
"참모진이 발목 잡아"

"삼성이 온다, SK가 온다 말은 무성한디 진짜 될랑가 모르겄어."
"그래도 이번엔 다르제. 대통령이 직접 챙긴다는디."
추석 연휴 첫날인 24일 광주 광산구 첨단지구. 차례상 장을 보고 나온 이들이 모여 앉은 자리에서 오간 대화의 중심에는 메가프로젝트가 있었다. 대기업이 내려오면 도시가 달라진다는 기대와, 발표만 요란하고 끝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한자리에서 부딪쳤다. 기대를 말하는 쪽도 끝은 "될랑가"로 맺었다.
"일할 데가 없응게…희망이 생긴 느낌"
가장 반응이 뜨거운 대목은 일자리였다. 전남광주 광산구 신창동에 거주하는 이 모(여성·50대)씨는 "SK나 삼성전자 쪽으로 옮겨진다고 해서 기대가 크다"며 "침체된 도시에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지역이 처한 현실을 길게 설명했다. "서울이나 대도시에만 인프라가 다 몰려 있고, 여그는 일하고 싶어도 일할 데가 없어요. 큰 기업이 없응게 발전도 없고, 소상공인들도 같이 살아나야 하는디 늘 정체돼 있었다"며 "희망이라는 걸 못 느끼고 살았는데, 이번에 대통령이 그런 정책을 내놓으니까 희망이라는 게 생긴 느낌"이라고 했다.
광주 남구 주월동에 거주하는 김 모(남성·40대)씨도 비슷했다. 김 씨는 "여그는 대기업이 없지 않냐. 젊은 애들이 뭘 보고 살아야 하는디 그게 없으니까 자꾸 위로 가불제"라며 "빨리 좀 됐으면 좋겄다"고 했다.
"반토막 날랑가, 원상복구될랑가"
기대가 클수록 뒤따르는 의심도 컸다. 광주 광산구 월계동에 거주하는 윤 모(남성·60대)씨는 "처음에는 수백조 지역 투자라니까 기대했는데, 서둘러 발표한 것 아닌가 싶다"며 "이 정권 안에 될지, 발표대로 될지, 반토막 날지 모르겄다"고 했다.
윤 씨는 부동산 시장 반응도 짚었다. "미분양이던 아파트가 좀 팔리고 값도 반짝했는디 지금은 다시 그러려니 하는 상태여. 원래 광주가 부동산이 약하기도 하고. 원상복구된다는 말도 돌더라고."
군공항 이전 문제는 여러 사람 입에서 반복해 나왔다. 주월동의 김 씨는 "군공항도 옮겨야 하는디 진척이 없다"고 했고, 월계동의 윤 씨도 "그것부터 정리가 안 되면 뭐가 되겄냐"고 했다.
기대 자체를 접었다는 이도 있었다. 광주 광산구 쌍암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정 모(여성·50대)씨는 "항상 거창하기만 하고 별 볼 일 없지 않았냐"며 "그렇게까지 큰 기대는 안 한다. 뭔가 획기적인 게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잘못했다기보다 참모들이 문제"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지지는 여전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었다. 광주 광산구 연제동에 거주하는 박 모(남성·60대)씨는 "호남 사람들이 만들어준 대통령인디 지지율이 많이 떨어지니까 다들 걱정이 많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도 박 씨는 책임 소재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호남 사람들이 젤로 걱정하는 건 대통령이 잘못했다는 게 아니여. 참모들이 굉장히 잘못하고 있다는 거지."
박 씨는 인사 문제와 부동산 정책을 거론하며 "일단 시도를 했으면 경과를 보고 수정해야 하는디, 시작도 안 하고 계속 유보만 하니까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은 임기 잘하려면 청와대 참모진이고 국회고 정부 여당이고 똘똘 뭉쳐서 정책을 밀어붙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체감 경기를 이야기할 때는 표현이 한층 거칠어졌다. 쌍암동의 정 씨는 "손님들한테 물어보면 대출을 막아놔서 마음이 돌아섰다는 말이 많다"며 "농지 전수조사도 말이 안 된다고들 한다. 자율 경제 시장에서 그러면 쓰겄냐"고 했다. 정씨는 "예전에는 안 그랬는디 하필 이 정권 들어 심해지니까 현장 사람들은 제2의 IMF라고까지 한다"고 전했다.
여기에 몇 년째 이어진 도시철도 2호선 공사도 피로감을 더하고 있다. 1단계 구간은 2028년 초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도로 통제와 상권 침체가 길어지면서 불만이 쌓여왔다. 정 씨는 "지하철 공사까지 겹쳐서 장사가 더 안 된다"고 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결속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신창동의 이 씨는 "요새 보면 양쪽으로 갈라지는 느낌이 있어서 안타깝다"며 "조금 더 같은 데를 보고 추진해 나가면 좋겄다"고 말했다. 주월동의 김 씨는 "밥그릇 싸움이여. 자기들 이익 찾느라 바쁜 거 아니냐"며 "안에서 뭉쳐야 하는디 다들 따로 놀고 있으니까 맘에 안 든다"고 했다.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방식을 문제 삼는 의견도 나왔다. 주월동의 김 씨는 "국무회의에서 지적질하는 게 영 안타깝더라"며 "따로 불러서 개인적으로 할 일을 방송 다 타는 데서 하면 쓰겄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보다야 낫지" "그냥 다 싫다"
호남 민심도 한 방향은 아니었다. 광주 북구 문흥동에 거주하는 김모(남성·50대)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보다는 잘하는 것 같다"고 짧게 답했다. 반면 광주 수완지구에서 만난 한 20대 시민은 "민주당이 싫고 이재명 대통령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광주 출신이면서도 보수 성향을 분명히 드러낸 경우였다.
이런 기류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4~18일 무선 100% ARS 방식으로 조사한 9월 3주차 결과를 보면, 이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전국 6개 권역 가운데 호남에서만 55.9%에서 51.8%로 4.1%p 떨어졌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국민의힘은 인물이 그리 없냐"
국민의힘과 장동혁 대표를 향한 평가는 대체로 박했다. 신창동에 거주하는 이 씨는 "국민의힘은 그렇게 인물이 없냐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아무리 광주 사람이어도 국민의힘은 필요하다"고 했다.
이 씨는 "어느 정권이든 한쪽으로 기울면 안 되는 건데, 너무 자기주장만 내세우다 보니까 한 발짝도 못 떼고 제자리걸음"이라며 "누구를 위한 이익인지, 진짜 국민을 위한 생각인지 다시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제동에 거주하는 박 씨는 국민의힘 당내 역학까지 짚었다. "장 대표는 버티고 있으면 조금씩 호전되니까 신이 난 것 같은디, 내부에선 반반이여. 변수는 한동훈"이라며 "국민의힘에서 한 의원 지지 세력이 늘고 있으니까 시간이 갈수록 그쪽으로 힘이 실리지 않겄냐. 장 대표는 시간만 때우다 끝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주월동의 김 씨는 "말할 필요도 없다"며 "장 대표가 하는 걸 보면 오히려 민주당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라며 "한동훈은 꼴 보기 싫다"고 했다.
"시장이 성공해야 도시가 안 사라진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에 대해서는 기대와 유보가 엇갈렸다. 신창동의 이 씨는 "지금 시장이 얼마나 힘이 있겄냐만, 꼭 성공해야 이 도시가 안 사라지고 젊은 사람들도 들어오고 희망이 생긴다"고 말했다.
월계동의 윤 씨는 "기대치는 높은디 어떻게 할지 모르겄다. 지하철도 잘 해줬으면 쓰겄고, 도청 문제에 의대 문제까지 있지 않냐. 순천이랑 목포 갈등 같은 건 일반 시민들은 모르는 일이니까 정무적으로 잘 풀어줘야 한다"며 "국회의원은 해봤어도 도정은 안 해봤으니까 잘하리라 믿고 당선시켜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월동의 김 씨는 "요새 시장 돼서 잘하는지 못하는지 체감이 안 된다"며 "특별하게 잘한다 못한다 할 계기가 있어야 하는디 그런 게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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