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적층 대신 저단 HBM…자율주행·로봇 새 수요처로 [반도체레이다]

고성현 기자 2026. 9. 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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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고성현기자] 인공지능(AI) 서버를 중심으로 성장한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자율주행과 로봇 시장으로 영역을 넓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용량보다 높은 대역폭이 중요한 엣지 AI에 탑재하는 방안이 떠오르면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자율주행차와 로봇 등에 탑재할 차세대 메모리 후보로 4~6단 수준의 저단 HBM이 거론되고 있다. 필요한 메모리 용량은 줄이되 입출력(I/O) 속도와 데이터 처리 성능을 높이는 방식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이달 초 보고서를 통해 최근 4단(4Hi) HBM 샘플이 업계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데이터센터보다 자율주행과 로봇 등 엣지 AI 업체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봤다. 연산 성능이 빠르게 높아지는 가운데 메모리 대역폭이 전체 시스템 성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은 뒤 실리콘관통전극(TSV) 등을 통해 연결한 고성능 메모리다. 기존 D램보다 넓은 I/O를 활용해 연산장치와 한 번에 많은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어 AI 가속기용 핵심 메모리로 자리 잡았다. AI 서버용 HBM은 용량을 늘리기 위해 8단에서 12단, 향후 16단까지 적층 수를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자율주행과 로봇은 상황이 다르다. 데이터센터처럼 메모리 용량을 크게 늘리는 것보다 카메라와 레이더, 라이다 등 각종 센서에서 들어오는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게 중요한 요소다. 로봇도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AI 모델을 구동하는 과정에서 연산장치와 메모리 사이를 오가는 데이터가 크게 늘어난다.

차량과 로봇은 서버보다 공간과 전력에도 제약이 크다. 메모리를 많이 넣는 것보다는 필요한 만큼의 용량을 확보하면서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주고받느냐가 중요하다. 연산 성능이 높아질수록 메모리가 데이터를 제때 공급하지 못하면 전체 시스템 성능도 떨어질 수 있어서다.

트렌드포스는 저단 HBM가 이러한 요구에 맞춘 선택지라고 봤다. 적층하는 D램 수를 줄이면 하나의 HBM이 제공하는 총 용량은 작아지지만 I/O 속도와 대역폭을 높일 수 있어서다. 서버용처럼 HBM을 높게 쌓지 않아도 자율주행과 로봇에 필요한 용량과 데이터 처리 성능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트렌드포스는 HBM5에서 단일 D램 다이 용량을 32기가비트(Gb)로 가정할 경우 4단 HBM의 총 용량이 16기가바이트(GB)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서버용 고적층 제품보다 용량은 작지만 I/O 속도와 전체 대역폭은 HBM4E보다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저단·차세대 HBM이 실제로 상용화될 가능성에 대해 대체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습이다. 차량·로봇에 요구되는 저지연성 등으로 관련 수요는 높게 보고 있지만, 주요 메모리 3사 등의 생산능력이 빠듯한 만큼 단기간 내 적용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SK하이닉스가 구글 웨이모에 HBM2E를 공급한 전적이 있는 만큼, 맞춤형 HBM 확대 추세에 따라 저단·저지연 특성을 갖춘 제품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특수성과 현재 생산능력을 고려할 때 빠른 시기에 양산이 불가능해 장기간의 투자와 개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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